이런 모임도 괜찮아
보통 오전에 글을 쓰는데 어제 술자리가 있어서 모닝 루틴을 실천하지 못했습니다. 숙취로 하루 종일 고생하다가 지금 겨우 살아나서 컴퓨터를 켰습니다.
나는 사람과의 만남에서 기를 받기보다는 오히려 다녀오면 에너지가 고갈되는 타입이다. 같이 있을 때는 즐거운데 이상하게 집에 오면 몸에 기운이 없어서 누워서 에너지를 충전한다. 그래서인지 단체 모임보다는 일대일 혹은 소수와의 만남을 좋아한다.
어제 술자리는 전 직장모임이었는데 오랜만에 강남에서 술을 마시기로 했다. 멤버 중 한 명인 포토그래퍼 실장님의 스튜디오 근처에서 1차를 하고 스튜디오에서 2차를 했다. 유명 맛집에서 고추튀김과 닭똥집 튀김, 떡볶이 등과 생맥주를 마시며 요즘 돌아가는 근황을 이야기했다. 물가 상승과 난방비 폭탄으로 인한 괴로움, 직장 생활의 애로사항 등이 술을 마시며 하나씩 흘러나왔다. MBTI의 전형적인 E 특성을 보이는 멤버들이 분위기를 띄우고 저마다 한 마디를 보태는 그런 캐주얼한 자리. 이제껏 여러 번 이야기했던 직장을 다닐 때의 에피소드를 처음인 것처럼 이야기하고.
오랜만에 만난 것 때문일까. 서로를 놀리기도 하고 별 의미 없는 농담을 하는 상황이 재미있었다. 어쩌면 이런 모임을 좋아하는 사람인지도 모르겠다. 내가 아직 나를 잘 모르고 있었는지도. 단체모임은 부담스럽지만 가끔 잘 아는 사람들과 만나는 건 에너지를 받는 일이기도 하다.
프리랜서로 지내다 보면 다양한 성향의 사람과 깊은 관계로 자주 만나는 일은 드물다. 그렇기에 때때로 이런 자리를 가지면 좋을 것 같다. 요즘 근황을 공유하며 서로의 안부를 묻고, 나의 세계에 갇히지 않게 서로를 돌봐주는 일이 필요하다.
나의 취향을 속단해서 정하지 말자. 마음을 열고 경험하며 나를 알아가는 과정 속에서 우리의 삶은 더욱 흥미로워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