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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이미 Mar 13. 2023

코로나로 인해 내가 깨달은 점

감사하는 마음이 최선이다

2월 말 갑자기 우울감이 밀려왔다. 거의 쓰나미급의 우울의 파도가 내 마음을 덮쳤고 나는 잠시 그러나 강하게 좌절했다. '아무 일도 없었는데 도대체 왜? 아니면 아무 일이 없었기 때문에 그런 걸까?'. 순간적으로 나는 마음의 키를 놓치고 커다란 풍랑에 휩쓸렸다. 미칠 것 같은 마음을 추스르고 겨우 잠들었다. 다음 날 몸이 피곤하고 열이 나기 시작했다. '감기인가?' 했는데 다행스럽게도(?) 코로나였다. 사실 내가 코로나보다 경계하던 것은 우울증이다. 꽤 오랫동안 이 녀석에게 시달려왔고 지금도 자유롭지 않기에. 하지만 이 정도의 감정은 처음이라 내심 놀랐다. 하지만 7일만 버티면 낫는 병이니 안도했다.


물론 세상엔 쉬운 일이 없다. 체력이 강하진 않지만 평소 감기는 잘 걸리지 않는 편이라, 독감과도 같은 증세에 낯섦을 느꼈다. 중학생 때까지 감기에 자주 걸렸지만 어느 새인가부터 감기 백신도 맞지 않을 정도였는데 인후통과 열, 두통 등의 증세는 나를 무력하게 만들었다. 나는 열감에 취해 메주 뜬 방에 누워 있던 초등학생 시절로 돌아가기도 하고, 교복을 입고 소금물 가글을 하던 중학생이 되기도 했다. 2일째까지만 해도 카톡 대화가 힘들지 않았는데 점점 정신이 혼미해지면서 어쩔 수 없이 잠드는 시간이 많았다. 차라리 잠드는 것이 나았다. 며칠간 먹고 약 먹고 잠들고 기계적인 일정이 이어졌다. 티브이를 보고 싶어도 집중이 되질 않아서 오랫동안 앉아있을 수 없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잠드는 것일 뿐. 가는 날이 장날이라더니 마감과 다른 일이 있어서 편히 쉴 수 없었다. 약 기운이 돌 때 조금씩 일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나갈 수도 없는 나는 일을 통해 사회와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깨달을 뿐이었다. (물론 자주 나의 건강 상태를 확인해 주는 이가 있어서 큰 위안이 되었다.) 하지만 평소 내가 연락을 하지 않는 것과는 다르다. 몸과 마음을 컨트롤할 수 없는 무력한 상태에 놓여있게 되면서 오랜만에 심리적인 단절감을 느꼈다.


거의 매일 가던 운동도 하지 못하고 미술관에는 언제 갔는지 모르겠다. 마침내 7일이 지났다. 격리는 해제됐지만 코로나 이튿날까지 이어지다 사라졌던 열이 갑자기 치솟아서 거의 2주간 집에만 머물렀다. 시간이 지나며 음식 맛도 제대로 느끼지 못했고 목이 너무 부어서 말하기도 어려웠다. 너무 기침을 많이 한 탓인지 침 삼킬 때마다 귀와 목이 아팠다. 중이염인가 싶어 이비인후과를 가야 하나 다시 우울하기도 했다. 이대로 아픈 상태가 유지될까 봐 두렵기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조금씩 나아지기 시작했다. 격리해제가 되던 날을 아직도 기억한다. 분명히 2월 말이었는데 정신 차리고 나니 경칩이었다. 개구리가 동면에서 깨어나던 날도 나는 몸을 나누지 못하고 소파에 누워 있었다. 평소처럼 나는 스스로 감사할 일이 거의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코로나를 겪으며 내게도 감사할 일이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


건강한 심신상태로 거리를 걸을 수 있다는 것

책과 그림 등 뭔가에 집중할 수 있는 것(이렇게 글을 쓸 수 있다는 것 포함이다)

사람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것

운동을 하며 건강을 챙길 수 있다는 것

맛있는 음식을 음미할 수 있는 것

평온한 마음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것


생각나는 대로 적어본 것인데 꽤 많다. 문득 이런 생각도 해본다. 코로나처럼 우리는 예기치 않은 일로 평소의 행복을 느끼지 못할 수도 있다. 내가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모든 평범한 순간과 일들을 특별한 것으로 여기게 될 수도 있다. 그러니 당연한 것이 아닌 감사하는 마음으로 이 모든 것을 음미하자. 그래서 오늘 너무 감사하다. 내일도 모레도 감사하고 싶다.


생각해 보니 작년 말부터 오랫동안 겨울잠을 잤다. 아프고 나니 정신이 번쩍 뜬다. 코로나가 나쁜 것만은 아니었나 보다.


Image by Oberholster Venita from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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