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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리 Jan 02. 2022

인간의 선한 본성, 진부하지만 절실한

스파이더맨 : 노 웨이 홈 리뷰

***스포 있음***


스파이더맨이 억만장자, 우주신, 차력괴물보다 꾸준한 사랑을 받는 이유는 서민 서사 때문일 거다. 이번에도 피터 파커는 짠내 가득한 면모를 아낌없이 보여준다. 대학도 가야 하고, 누명도 풀어야 하고, 시종일관 가난하고...10대의 끝자락이 이토록 고난하다니ㅜㅜ 아홉수인가??


사진 : 소니픽처스코리아


간만에 마블다운 영화였다. ‘인간의 선한 본성’이란 진부한 명제를 고전적이지만 기발한 상상력으로 풀어낸 히어로물의 정수. 정보를 애써 찾아보지 않고 백지 상태에서 상영관에 들어간 게 신의 한 수 였다. 낯익은 빌런의 갑작스런 등장에 탄성 절로 나옴.


세월의 흔적이 덕지덕지 묻었지만 여전히 쫄쫄이가 잘 어울리는 거미 조상들도 마찬가지였다. 나 뿐 아니라, 십수년 간 시리즈를 사랑해 온 많은 팬들의 가슴에 불을 지폈을 거라 본다.


아이언맨 주니어 같았던 피터가 모든걸 내려놓고 히어로의 숙명인 고독과 고립을 택하는 결말도 완벽했다. 진짜 끝내주는 홀로서기. 첨단 수트가 아닌 재래식 쫄쫄이를 입고 허름한 원룸 창문을 나서는 마지막 장면은 화려한 합동 웹스윙 못지 않은 감동을 줌. 히어로물을 보는 이유, 바로 이 뽕차오름 ㅜㅜ


사진 : 소니픽처스코리아


fixing 이 아닌 healing. 인간 고쳐 쓰는 게 아니라 하지만 변화의 여지는 있다. 고로 누구에게나 두 번 째 기회는 주어져야 한다. 이런 희망조차 없다면 이 험한 세상을 무슨 낙으로 살아간단 말인가. 우중충한 연말, 전 세계에 절망의 그림자가 드리운 유례 없는 세밑, 선물같은 영화였다.


p.s 멀티버스라는 문을 성공적으로 열면서 마블은 다시 한 번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손에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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