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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플레이어블 Jan 19. 2020

스토리텔링으로서의 저널리즘

뉴스 스토리텔링에 대한 생각을  열며

* 2020년, 스토리플레이어 권보연은 그것이 알고싶다의 작가 신진주님과 함께 뉴스 스토리텔링에 대한 생각과 지식을 나누고자 합니다. 우리의 노력은 실제 언론 보도 생태계 안에서 오랫동안 공존해 온 스토리텔링의 의미와 가치를 저널리즘의 지평 안에 재배치하고, 미래 기술과 더불어 더욱 발전해야 하는 뉴스 스토리텔링의 진화 방향을 설정해 보는 것에 목표가 있습니다. 본 브런치에 작성된 관련 원고는 신진주 작가와 권보연의 협력으로 공동 작성된 것입니다. 독자들의 다양한 의견과 제안을 환영합니다.
2020. 1. 19 저자를 대표하여 권보연 씀.    




스토리텔링으로서의 저널리즘


저널리즘을 지탱하는 뿌리는 무엇인가. 시대정신과 기술, 문화 환경 변화에 따라 다양한 가치관의 영향을 받았지만, 소위 정론 저널리즘의 토대는 객관주의와 사실과 정보 보도에 관한 신념일 것이다. 이러한 믿음은 서양 문화와 철학 내면에 깊이 각인된 플라톤(Plato)의 이데아론과 19세기 후반 본격화된 실증주의적 시대정신에 깊이 연결되어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뉴스가 다루는 사건이란, 이미 발생한 역사적 사건처럼 불변의 대상이며 따라서 과학적, 객관적 방법으로 진실을 규명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 객관주의 전통 하에서 저널리스트의 전문성은 뉴스 수용자에게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왜곡 없이 전달하는 것에 집중된다.


 그러나 20세기 이후 혼란과 격동의 현대사는 저널리즘에 새로운 각성과 변화를 유도했다. 다원주의, 개인주의, 기술 중심주의, 포스트모더니즘 등이 성장하면서 저널리즘이 수호해온 객관성과 사실성까지 의심 대상이 된 것이다. 뉴스의 생산과 전달 그리고 수용 과정이 본질적으로, 일정 정도의 주관성을 포함한 행위임을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기 시작한다. 저널리스트의 직업적 신념과 숙련이 무엇이건 간에, 한 인간이 절대적 객관성에 도달할 수 있다는 이상은 실현 불가능하다는 판단이다. 뉴스 제작진 스스로 자신의 주관성을 인정하고, 대신  사건 당사자와 수용자의 이질적 경험과 관점, 권리 존중을 위한 더 나은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객관주의에 대한 무리한 추구보다 바람직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뉴스와 저널리즘이 신념으로 추구해 온 정확한 사실과 정보 가치를 훼손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인가. 이 책의 서문에서 미리 밝히는 우리의 주장은 ‘결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다만, 뉴스 제작진 또한 특정 사회와 문화에 영향을 받는 존재로서 뉴스 수용자와 마찬가지로 서로 다른 인식과 관점을 지닌 한 명의 인간임을 받아들이고, 과거 신적이며 절대적 지점에 놓여 있던 객관성에 대한 정의를 다시 기입해야 한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뉴스의 핵심 가치로서 객관성이란 더 이상 절대 진리 하나를 발견해 이를 지키려는 노력을 뜻하지 않는다. 그것은 오히려 동시대인에게 영향을 미치는 다양하고 새로운 현상에 대한 다층적 해석과 의미를 밝히기 위한 논리적 여정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뉴스 수용자의 범위가 전 세계 모든 대중을 포괄하게 되면서 변화 필요성은 더 높아지고 있다. 관련하여, 미국 언론 발달사를 연구한 이상철은 획일적 객관주의 극복을 위한 저널리즘의 진화는 모두 대규모 독자 그룹 형성이 계기가 되어, 언론사간 경쟁이 격화된 시기에 촉진되었다고 주장한다. 19세기 후반 퓰리처(Joseph Pulitzer)가 주도한 뉴스정책 혁신과 1960년대 부상한 ‘뉴저널리즘(new journalism)’ 전통이 이에 해당한다.     


  


뉴저널리즘과 스토리텔링


이상철은 1차 뉴저널리즘을 1872~1892년까지, 2차  시기를 1960년대 이후의 변화로 구분한다. 뉴저널리즘을 이해하는 것은 뉴스와 스토리텔링이 적극적으로 결합한 시기에 대한 통찰과, 일면 이질적으로 보이는 두 개념이 저널리즘의 발전 과정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해명하게 해 준다는 점에서 중요성이 있다.


먼저, 1차 저널리즘의 출현 배경을 살펴보자. 현대 언론의 아버지라 불리는 퓰리처(Joseph Pulitzer)는 이 시기를 대표하는 저널리스트이다. 뉴저널리즘은 19세기 후반 서구 사회에 나타난 기술과 산업 발전, 교육 근대화와 도시화 영향으로 신문 중심의 독립적, 차별적 저널리즘이 성장하며 촉발되었다. 이 시기, 퓰리처는 신문사의 속보 처리 능력을 혁신하면서 동시에 대중들의 일상적 삶과 관련되고 그들의 호기심을 충족시키는 것이라면 체육과 건강, 생활 정보 같은 사소한 내용이나 통속적 이야기까지 비중 있게 보도하는 새로운 정책을 제시한다. 그는 진지하고 무거운 사건도 대중적 수용도와 관심 환기를 위해 더 쉽고 흥미로운 형식으로 작성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저널리스트가 사건 현장에 직접 침투해 극적 이야기와 자신을 결부시키고 충격적 폭로 방식으로 전달하는 잠입취재와 탐사보도가 인기를 끌면서 탐정 저널리즘(detective journalism), 스턴트 저널리즘(stunt journalism)은 뉴저널리즘 시대를 상징하는 뉴스 스토리텔링으로 자리를 잡았다. 퓰리처에게 좋은 뉴스란 대중적 재미와 의미의 공급 여부로 결정된다. 정확한 사실과 정보 전달에 그치지 않고 독자에게 정서적 만족을 주며 독자와 독자, 그리고 독자와 언론 매체 사이에 새로운 소통을 촉진해야 한다. 이 관점에서 스토리텔링은 매우 가치 있는 뉴스 형식으로 존중될 수 있었다.


두 번째 뉴저널리즘은 1960년대 이후, 미국 내 사회 정치적 위기와 혼란이 가중되면서 발생하였다. 기성세대와 편파적 언론에 반대하는 지하 저널리즘의 성장, 텔레비전과 신문 간 경쟁 격화, 발굴 및 탐사 저널리즘 고도화, 대도시 신문 외에 교외 신문의 발행 증가는 중요한 환경 요소로 작용했다. 객관성과 진리에 대한 근본적 의문 속에서 출현한 2차 뉴저널리즘은 사건의 진실성을 축소하지 않으면서도, 경험의 다양성과 모호성을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인 스토리텔링에 주목했다. 2차 뉴저널리즘을 대표하는 인물 중 한 명인 노만 메일러(Norma Mailer)는 현실 재현과 해석에 개입하는 저널리스트 개인의 역할을 인정하면서도 동시에 검증된 사실과 정보에 의존하는 뉴스 스토리텔링을 추구했다.


저널리스트로서 그가 경계한 것은 사실과 정보를 앞세우지만, 실상 그것을 파편화시켜 대중들로 하여금 사건의 본질 파악을 어렵게 만드는 당대 언론의 위선적 태도였다. 단일하고 균질한 객관주의 극복을 위해, 스토리 디자이너이자 스토리텔러로서 뉴스 제작진의 역할을 정립하려 한 뉴저널리즘은 객관성/ 주관성, 사실과 허구라는 이분법에 따라 언론 연구 내부에서도 여러 비판을 받아 왔다. 그러나 뉴스 스토리텔링 관점에서 볼 때, 뉴저널리즘의 이상은 서로의 관계를 하나를 택하면 하나를 포기해야 하는 모순이 아닌, 서로를 보완하는 융합 대상으로 인식한다.  


 즉, 새로운 저널리즘의 핵심 가치는 뉴스 수용자에 대한 신뢰와 존중을 바탕으로, 언론의 획일화와 속보 주의에 의해 왜곡되는 사건의 다양한 의미와 해석을 확보하는 것에 있다. 뉴스 스토리텔링은 당대 기술과 문화, 대중의 경험과 관심을 반영한 흥미로운 형식의 서사와 신뢰할 수 있는 사실과 정보를 접목시킨다. 수용자가 세상을 이해하는 인지, 감각, 도구를 새롭게 창안하는 장치로서 뉴스 스토리텔링은 저널리즘의 진화사에 포함되며, 특히 뉴저널리즘을 계승하는 개념으로 해명되어야 할 것이다.  




뉴스 스토리텔링의 역할과 가치


‘사실(fact)+ 이야기(story)’는 뉴스 스토리텔링의 수식이다. 미디어 연구자 로에(Itzhak Roeh)는  뉴스 스토리텔링의 구성 요소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 바 있다. 사실은 이미 발생한, 그러므로 과거에 속한 사건과 입증 가능한 정보이다. 이야기는 사실을 현재화하고 형식화하는 장치며, 뉴스 스토리텔링 또한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하는 시인이 창조하는 대상으로서 이야기와 동일한 개념이라는 것이다. 사실과 정보는 스토리텔링의 옷을 입고 뉴스 수용자에게 전달된다. 뉴스가 둘 사이의 합리적 교점이 될 수 있는 이유는 그곳에 역사가들이 유물을 발굴하듯, 실제 일어난 사건의 증거들을 변형 없이 드러내는 작업과 그것을 전하는 자의 의도, 욕망, 해석을 반영하는 구성 작업이 공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간이 이야기를 통해 삶 자체를, 세계와 역사를 그리고 문화를 이해해 온 시간은 인류사만큼 오래된 것이다. 결국, 뉴스에서 이야기의 역할은 알고(to know) 말하는(to tell) 것 사이의 효율적 순환에 있고, 따라서 좋은 뉴스 스토리는 지속적인 리텔링(retelling)을 통해 자신의 가치를 입증해야 한다. 이야기가 인류의 지식의 수용과 이해에 기여해온 역할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 되었다. 뉴스에 있어 스토리의 기능은 다른 모든 스토리와 동일하게 사건의 발생과 경험 과정 전체에 걸쳐서 인지, 감응, 도구적 역할이 동시 수행되며 작동한다. 이는 인간이 다른 이의 경험을 통해 무언가를 학습하는 원리와 동일하다. 그러나 정보를 얼마나 많이, 정확하게, 빠르게 전달하는가는 이 책이 주목하는 뉴스 스토리텔링의 핵심 쟁점은 아니다. 우리는 대중들이 이야기를 통해 뉴스를 소비하고 수용하는 보다 중요한 이유는 많은 것을 빨리 알고자 함이 아니라, 더 깊이 이해하고 공감하기 위해서라고 믿는다.  


 뉴스 스토리텔링에 대한 관심은 무엇이 사실이고, 진실인가 만큼 이 이야기가 어떻게 하면, 최초에 말하여지고 더 많은 사람에게 다시 말하여질 정도로 흥미와 매력, 의미가 있는지에 모아져야 한다. 이것은 내용, 형식, 미적 표현 영역 전반에 걸친 문제이다.  효과적 뉴스 수용 시스템으로서 스토리텔링을 통해 독자와 시청자와 콘텐츠 간 거리를 단축할 수 있다. 좁혀진 거리는 공감 정서와 상호작용을 촉진시킬 것이다. 스토리텔링은 또한 그 반대로, 무절제한 본능과 욕망과의 거리 유지를 위한 장치가 된다는 점에서 더욱 특별한 기능을 수행한다. 즉 저널리스트의 의도에 따라 선택적 설계가 가능하다는 뜻이다.  


뉴스 스토리의 다양한 형식만큼, 다양하고 이질적인 사용 목적이 존재한다는 것도 기억해야 한다. 스토리텔링이 저널리즘의 지평 안에서 논의되고 발전한다면, 뉴스가 스토리텔링을 통해 표현하고 소통할 수 있는 영역과 범위는 넓어질 것이다. 또한 새로운 매체와의 융합 가능성은 더 넓어지고 자유로워질 수 있다. 디지털 혁신 기술이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진화하는 시대에 뉴스 스토리텔링에 대한 기대와 관심이 증폭되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뉴 뉴스 리터러시  


전통적 언론관이 여전히 우려를 표하고 있지만, 뉴스와 스토리텔링의 결합은 피할 수 없는 ‘이미 시작된 저널리즘의 미래’가 되었다. 이제 필요한 일은 소모적 논쟁을 끝내고 제작진과 수용자 양측을 위한 뉴스 스토리텔링, 스토리텔링으로서의 저널리즘에 관한 새로운 리터러시를 확보하는 것이다. 특정 매체의 본질과 구성, 형식, 수용 맥락과 목표에 관한 판단력과 이해력을 뜻하는 리터러시는 모든 매체가 인간의 소통에 기여하기 위해 갖추어야 하는 전제조건이다. 새로운 뉴스 리터러시의 정립은 수용자만의 과제가 아니며 제작진에게도 해당되는 사안이기도 하다.


스토리텔링은 전통적 뉴스 리터러시로는 충분한 이해를 구하기 어려웠기 때문에, 제작 현장에 상시 존재해 왔음에도 실체를 인정받기 어려웠다. 그러나 몰입감, 공유와 연결, 상호작용과 참여를 유도하는 디지털 기술 영향으로 뉴스와 스토리텔링 간의 다양한 결합이 이루어지고, 대중적 관심을 끌게 되면서 이를 위한 새로운 문해력, 뉴 뉴스 리터러시(new news literacy)의 정립 필요성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가치 있는 이야기가 되기 위해 처음부터 기획과 취재가 이루어지며, 전달법의 설계와 구현까지 치밀하게 준비되는 새로운 스타일의 뉴스를 더 이상 저널리즘 밖으로 밀어내서는 안 될 것이다. 오히려 뉴스 스토리텔링을 적극적으로 내부 편입시켜 무엇이 옳고, 발전적이며, 효과적인지 제작진과 수용자 모두 판단할 수 있도록 고민하고 교육해야 한다.


디지털 환경 하의 뉴스 스토리는 수용자는 물론, 숙련된 제작진에게 조차 규범적 사례와 관습이 아직 정착하지 못한 단계다. 따라서 뉴스 스토리텔링은 제작 리터러시와 수용 리터러시 양쪽 모두 진지한 개념 성찰과 이론화, 교육을 필요로 한다. 2017년 한국 언론재단은 종이신문, 방송, 인터넷 뉴스, 뉴스 통신 등의 언론 산업 종사자 수는 6만 명을 상회한다고 발표했다. 2020년 통계로 한국기자협회에 등록된 기자 수만 1만여 명으로 집계되고, 언론사 별로 기자와 협업하는 시사 프로그램 PD는 150명 이상, 작가는 프로그램 당  많은 경우 15명 이상이 함께하고 있다. 엄청난 숫자 같지만 소위 전문 언론인, 전문 뉴스 스토리 디자이너는 소셜미디어와 유투브 등 디지털 네트워크 플랫폼을 통해 뉴스 스토리텔링을 생성하는 비전문적 뉴스 스토리텔러 규모 대비 오히려 소수 그룹이 된 상황이다. 스토리텔링 영역에서는 오랫동안 권위를 인정받아 온 저널리스트들의 힘이 미치지  않는 정도로 넓은 무대에서 무한 실험과 경쟁이 펼쳐지는 해적의 시대가 시작된 것이다.


저널리즘 내외부의 경계 소멸은 뉴스 스토리텔링의 기회이자 위기다. 뉴스 스토리텔링에 관한 제작 리터러시와 수용 리터러시가 낮은 상황에서 무분별하게 생산되고 유통되는 콘텐츠들은 가짜 뉴스, 오보, 말초적 자극으로 흥미만을 유도하는 저질 뉴스로 변질되어 저널리즘 생태계를 오염시킬 수도 있다. 뉴스 스토리텔링 제작과 유통 기술 자체는 아주 낮은 비용과 기술적 난이도를 갖게 되었고 소위 소셜미디어 저널리즘, 유투브 저널리즘은 뉴스 대중의 일상에 침투해 자연스럽게 자리를 잡았다. 그러나 노련한 뉴스 제작진이라도 과거에 비해 폭발적으로 증가한 정보들을 꼼꼼히 검증하고 취재하면서 균형감을 유지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뉴스 제작자로서 매일 갱신되는 낯선 기술과 감각의 매체를 활용해 논리적, 정서적 흡인력을 갖춘 스토리텔링을 완성하는 것은 창의력과 미적 혁신, 기술적 숙련과 투자까지 요구되는 고난도 과업이다.


스토리텔링이 저널리즘의 장애물이 아니라, 뉴스 스토리텔링을 준비하지 못하는 저널리즘이야 말로 저널리즘의 발전과 진화를 막는 걸림돌임을 통찰해야 한다. 이제 학계와 업계 모두 뉴 뉴스 리터러시에 관한 논의와 합의에 힘을 모아야 한다. 유행에 따라 뉴스 스토리텔링에 휩쓸리거나, 경직된 태도로 거부하는 대신 바람직한 목표, 방법, 수용 태도인지를 판단하고 선택하고, 자정 하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 이야기를 통해서 뉴스에 대한 다양한 해석과 의미 생성 가능성을 열고, 열린 틀 안에서 사회적 합의와 함께 개성과 소수 의견이 존중되는 합리성과 논리성을 추구해야 한다. 뉴 뉴스 리터러시는 완성되지 않았고 걸음을 연습하는 상태다. 그러나 뉴 뉴스 리터러시 구축 과정이 소홀하다면 폭주하는 뉴스에 의한 혼란과 부작용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뉴스 스토리텔링, 이미 시작된 미래  


뉴스 스토리텔링은 갑작스레 도래한 현실이 아니다. 그것은 오래전부터 시작된 미래다. 뉴스 제작 현장에서도 스토리텔링의 존재를 인정하고, 혁신을 적극 시도해야 한다는 인식도 강해지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전통적 언론사 소속 제작진에게 뉴스 스토리텔링은 신생 언론사나 수용자 그룹 대비 조심스러운 상황이다.


뉴스 스토리텔링의 미래는 완성되지 않았고 규범화된 답이 정해진 상태도 아니다. 그러나 학계와 업계, 수용자들의 실험과 노력을 통해 성공 확률을 높여주는 바람직한 방향성은 윤곽이 잡히기 시작했다. 전통적이며 보수적인 인쇄 저널리즘을 상징해 온 뉴욕타임스 혁신과 인터넷과 스토리텔링을 통해 성장한 신생 뉴스 매체의 성공 사례들을 참고하면, 제작진이 놓쳐선 안 될 다음의 주제 문장을 공급받을 수 있을 것이다.


첫째, 스토리텔링을 흥미만을 위한 찰나적 콘텐츠가 아닌, 사회 공동체와 개인이 사건의 진실과 의미를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는 저널리즘으로서 추구하라. 뉴스가 스토리텔링을 전략적으로 선택해 성공을 거두려면 단편적 정보 보도에 비해 더 많은 준비와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함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둘째, 디지털 퍼스트(digital first)를 넘어 모바일 수용자에게 최적화되고, 높은 생산 효율로 구현 가능한 감각 매체의 레퍼토리와 장르 법칙을 도입하라. 모바일 매체 경험은 뉴스 스토리텔링의 상위 환경이자 조건이기 때문이다. 현재 모바일 수용자에게 받아들여지는 적정 경험이 무엇인지 시각, 청각, 촉각을 비롯한 모든 감각이 혼재된 상황을 상정하고 계속 갱신해야 한다. 인간의 경험은 접촉 빈도와 숙련에 의해 쉽게 달라진다. 평균값에 안주하기보다 특정한 이야기 콘텐츠에 반응하는 수용자 특성에 집중해 디자인을 반복 수정해야 한다.    

 

셋째, 스토리텔링을 기자 중심의 완결 제품(product)이 아니라, 콘텐츠 공개 뒤에도  디자인 편집 그룹, 커뮤니케이션 및 커뮤니티 그룹, 결정적으로 수용자 그룹과 협업을 이어가는 지속 과정(process)으로 인식하라. 이것은 저널리스트들이 기자 혹은 PD 중심으로 일해 온 방법과 팀워크에 대한 전향적 태도 변화를 요구할 것이다. 뉴욕 타임스 디지털 디자인 팀장 이안 아델만(Ian Adelman)은 혁신의 가장 큰 어려움 중 하나로 언론사 내부, 취재팀과 다른 제작부서 간 팀워크 부재와 신뢰 부족을 꼽았다. 권위와 결정권을 지녔던 직군이 기득권을 내려놓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또한 가장 필요한 과업 중 하나이다.


 넷째, 뉴스 스토리텔링은 사건을 인간 중심, 문제 중심, 맥락 중심으로 접근한다. 즉, 각각의 접근 요소가 중심이 되어 새로운 연결과 확장 가능하다는 뜻이다. 하나의 이야기가 한 번에 소비되고 휘발되지 않도록 연속, 포함, 연관 구조를 구축하라. 뉴스 스토리텔링이 경제성 측면의 우위를 지닐 수 없다면 상업화된 언론 환경에서 생존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정성스럽게 제작된 뉴스 스토리의 생존 사이클이 길어지고, 리텔링 빈도와 확률이 높아질수록 저널리즘 생태계에서 스토리 기반 콘텐츠의 기여도는 향상될 것이다.



앞으로 우리는 저널리즘 생태계에서 새로운 미래를 만드는 주체인 기자, PD, 방송작가 등 제작진이 뉴스 스토리텔링의 개념을 익혀 현장에서 관련 전문성을 발휘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는 내용을 선별해 포스팅할 것이다. 주요 내용으로는 먼저, 뉴스 스토리텔링의 기본 개념과 정의, 서사학과 문예 이론에 근거한  원형적 뉴스 스토리 작성 방법을 다룬다. 저널리즘 콘텐츠로서 뉴스 스토리는 본문 작성에 한정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취재와 구성, 텔러에 의한 표현과 전달 영역까지 제작 과정 전반에 걸쳐 적용 가능하며 통합적 고려가 필요한 전략적 작업이다. 이어서는 기자, PD, 작가와 기획자가 제작 단계별 목표에 맞춰 활용할 수 있는 초점화, 스토리 문법, 의미 생성 체계를 설명하고자 한다. 또한 상호작용 매체 환경을 고려한 주제도 우리의 관심사이다. 수용자, 저널리스트 간의 다양한 소통과 참여 전략 관점에서 뉴스 스토리텔링을 분석하여 제작 현장에서 댓글 교환, 게임과 놀이 경험 설계를 통해 새로운 시도를 추진할 수 있도록 제안할 계획이다. 멀티미디어, 몰입적 미디어, 인공 지능 기술과 더불어 진화 중인 뉴스 스토리텔링의 발전상에도 관심을 갖고자 한다. 다만, 시의성을 명분으로 단편적 신기술을 소개하기보다 소프트웨어 기술과 새로운 감각 매체로의 이행이 뉴스 스토리텔링에 미치는 는 미적, 구조적, 경험적 영향을 다루는데 주력할 것이다. 협력적 작업을 통해 기술한 주제들이 뉴스 제작 현장에서 활동하는 이들에게 스토리텔링에 대한 바른 이해를 제공하여, 이를 토대로 보다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저널리즘을 실천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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