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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플레이어블 Jan 19. 2020

뉴스 스토리텔링

Co-author 권보연, 신진주


저널리즘과 스토리텔링


저널리즘(journalism)사명감과 전문성 없이는 도달하기 어려운 진실에 접근해 사건의 실체를 규명하는 행위로서 권위를 인정받아왔다. 접미사 이즘(ism)이 지시하는 바와 같이 언론과 저널리스트 역할에는 사상적 지위가 부여되어 있기도 하다. 그러나 이러한 권위와 용어에 대한 부담을 덜어내면, 뉴스는 ‘신문, 잡지, 방송 등 전파와 인쇄 출판을 통하여 대중에게 시사적, 사회 문화적 정보와 의견을 전달하고 소통하는 활동’으로 간결한 설명이 가능하다.


저널리즘에 대한 학문적 논의는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다. 연구자 김사승은 현대 언론사에서 객관주의, 프로페셔널, 사회구성주의, 맥락주의, 공공 주의, 서비스 등 여러 기표들이 저널리즘의 지평 안에서 서로 다른 특징과 지향을 드러내는 수식어로 작용했다고 말한다. 이렇듯 여러 연구와 학설은 저널리즘이 시대상을 반영해 역동적인 재개념화를 이루어왔음을 보여주고 있다. 저널리즘의 공시적 이상은 당대 사회상과 세계관을 반영한 저널리스트의 책무, 태도, 관심 대상에 대한 갱신으로 이어졌다. 다양한 변화 가운데 중요한 공통점은 새로운 저널리즘이란 제작진이 뉴스의 미시적 형식을 경전 화하지 않을 때 싹을 틔우고, 진실 규명과 공감 획득이라는 저널리즘의 토양에 뿌리내렸을 때 유지된다는 사실이다.


 뉴스와 스토리텔링의 결합을 위한 제작진의 창의적 시도는 변화를 추구하는 계속된 실험과 더불어 낯선 개념과 관점에 대한 개방적, 심층적 이해를 요구한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뉴스 스토리텔링도 이야기를 통한 뉴스의 변화가 저널리즘의 책임과 사명을 약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동시대 문화, 기술 그리고 인간 경험이 요구하는 새로운 방식에 의한 저널리즘의 진화임이 설득될 때 더 큰 힘을 얻게 될 것이다.  


우리는 이제 스토리텔링을 어떻게 저널리즘 논의에 합류시킬 수 있는지 질문해야 한다. 

스토리텔링은 이야기(Story)와 텔링(Telling)의 결합어로, 이야기란 인물에게 발생한 문제 해결을 위한 행위의 전개, 즉 사건의 내용을 뜻한다. 텔링은 다른 대상에게 사건을 표현하고 전달하는 형식을 칭하며, 담화 양식의(discourse) 특징과 생성 과정을 총칭한다. 뉴스 스토리텔링은 내용과 형식 두 층위에 해당하는 내용/콘텐츠와 형식/미디어가 연결된 구조를 지니고 있으며 내용은 픽션(fiction)과 논픽션(non-fiction)을 아우르고, 형식은 관습과 실험을 포괄한다. 이처럼 넓은 수용 범위를 지니고 있음에도 스토리텔링과 저널리즘은 내용과 형식 개념을 분별없이 섞거나 자의적으로 해석하는 오류를 범하면서 필요 이상의 갈등을 겪어왔다.

 

일부 저널리스트들은 뉴스는 사실만을 다룬다는 이유로 모든 이야기를 ‘허구(fiction)’로 일반화시키면서 논픽션(Non fiction)에 속한 뉴스 스토리텔링조차 ‘꾸며낸 것’, ‘사실 아닌 것’, ‘지어낸 것’이라는 부정적 프레임을 씌우려 했다. 스토리텔링은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저널리즘의 본질을 훼손하지 않는다. 정교하게 설계된 스토리텔링은 저널리스트와 수용자가 더불어 대화하고 경험과 생각을 함께 나누게 하여 저널리즘의 가치를 강화한다. 뉴스 스토리텔링에서 정확한 정보와 사실은 사건의 내용 구성을 위한 필수 요소이며, 수용자들의 마음과 관심을 끄는 흥미로운 형식은 공론장의 상호 소통과 의제 설정 기능을 강화시키기 때문이다.


이야기를 활용한 뉴스의 소통 주체에 저널리스트뿐 아니라 수용자가 포함된다는 점도 중요하다. 특히, 디지털 미디어로의 환경 변화는 수용자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이야기의 전개와 전향에 참여해 뉴스를 더 멀리, 더 많은 대상에게 전파하는 역할을 용이하게 만들었다. 저널리스트와 수용자의 경계가 명료했던 과거에 비해, 수용자를 새로운 텔러(teller)로 쉽게 전환시킬 수 있는 스토리텔링은 이제 뉴스 가치의 재생산을 위한 핵심 장치로 부상하고 있다.   
 



인터랙티브 뉴스 스토리텔링


인쇄 매체 시대에 전성기를 누렸던 신문사는 TV 방송사보다 더 오래된, 올드 미디어의 상징처럼 여겨진다. 그러나 디지털 매체 시대에 이르러, 신문사는 방송사에 앞서 상호작용 기반 뉴스 스토리텔링을 적극 도입했다. 매체 환경 변화로 인해 종이신문 구독자가 급감하고, 온라인 검색 포털과 SNS 등으로 기사 송출과 소비의 중심이 이동하면서 먼저 위기를 맞은 신문사가 난국 돌파를 위해 선택한 절박한 전략이기도 했다.


세계적인 신문사들은 생존을 위해 디지털 콘텐츠 플랫폼으로의 변신과 적응을 시도한다. 그것은 인쇄의 시대를 거치며 견고한 전통으로 학습되어온 취재 방식, 기사 작성법, 보도에 적합한 소재와 대상, 표현 양식까지 모두 달라져야 하는 전환을 요구한다. 종이신문 시대의 기자는 한정된 지면 내로 보도 길이와 구성을 최적화하는 기술을 연마했다. 신문이란 정해진 종이 면수와 넓이의 한계, 칼라 사용 및 이미지 인쇄 부담 때문에 제작과 배송에 대한 시간 부담으로 표현 제약이 발생하는 매체다.

 

그러나 하이퍼링크와 멀티미디어를 지원하는 디지털 플랫폼으로 뉴스 매체의 중심이 이동하면서  시간과 공간, 표현 한계는 크게 줄어들었다. 대신, 수용자에게 감각적으로 뉴스를 전달하기 위한 연출과 구성법, 다양한 인터랙션을 촉진하는 구조와 설계 전문성이 강조되기 시작한다. 상호작용 기반의 뉴스 스토리텔링이 시사 콘텐츠의 생산, 유통, 소비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혁신 전략이자 실천으로 주목받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인터랙티브 매체 환경에서 뉴스 스토리텔링을 혁신 전략으로 채택한 대표 신문사는 <뉴욕타임스(NewYork Times)>를 꼽을 수 있다. 1851년 창간 이후 유력 언론사로서 권위를 지켜온 뉴욕타임스도 미국 경제 위기와 디지털 전환기 신문 산업의 위기를 겪으면서 2008년, 본사 건물 일부를 매각할 정도로 힘든 상황에 빠지고 말았다. 회사가 어두운 터널을 통과하던 2010년 초, 젊은 발행인 설즈버그(A. G Sulzberger)는 신문사의 체질을 디지털 퍼스트(Digital-First)로 전환하는 개선을 꾀한다. 설즈버그 부임 후, 뉴욕타임스는 인터랙션과 멀티미디어 요소를 강화하고, 스토리텔링 기법과 데이터 시각화를 활용한 뉴스 디자인 인프라에 투자하여 기존 강점인 취재력과 디지털 기술 결합을 통한 혁신을 시도한다.


 2012년 제작된 <스노 폴(snowfall)>은 뉴욕타임스에 퓰리쳐상의 영광을 안겨주었다.

http://www.nytimes.com/projects/2012/snow-fall/index.html


<스노우폴>은 미국 워싱턴주에서 발생한 대형 산사태를 6개 섹션의 웹 페이지에 인터랙티브 스토리텔링 형식으로 담아낸 장편 기획 기사다. <스노우폴>은 인물 중심, 문제 중심, 행동 중심, 맥락 중심을 특징으로 하는 스토리텔링과 뉴스 수용자에게  제공되는 다양한 상호작용 경험이 사건의 주요 정보와 상황 이해, 정서적 공감을 더 효과적으로, 더 심층적으로 전달할 수 있음을 증명하였다. 인터랙티브 뉴스 스토리텔링 중심 디지털 혁신은 모바일과 VR, SNS로 다변화되는 미디어 레퍼토리를 반영 중이며, 뉴욕타임스 외에 워싱턴포스(Washington Post), 월스트리트 저널(Wallstreet Journal), 더가디언(The Guardian) 등 유력 신문사들이 인터랙티브 스토리텔링 뉴스 분야에 과감한 신규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국내 신문사의 유의미한 초기 시도로는 ‘와글와글 합창단(조선일보)’, ‘그놈 손가락: 국가기관 2012 대선 개입 사건(경향신문)’, ‘내 이름은 당대 불패(매일 뉴스)’, ‘누가 그녀를 죽였나: 장자연 사건 진술 조서 전문(한국일보)’ 등을 꼽을 수 있다.

http://premium.chosun.com/service/issue01/waglwagl/index.html?cont01#!chorus


http://news.khan.co.kr/kh_storytelling/storytelling_view.html?art_id=201401220000001&code=910110


http://digital.mk.co.kr/horse/

http://interactive.hankookilbo.com/v/dfc34fa8eb2d4eeda905360705cd90bf/index.html
 


그러나 국내 해외 신문사와 국내의 디지털 혁신 격차는 아직 상당하다. 모든 콘텐츠 경쟁의 기준과 범위가 세계무대와 통합된 시대임을 고려하여, 국내 언론사들이 국제적 변화와 보폭을 맞출만한 전문 인력 확보와 투자 확대 노력이 따라야 할 것이다. 또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지속적 실험들을 지지해야 한다. 뉴욕타임스 전 회장 마이클 골든(M. Golden)은 디지털 혁신을 위한 원칙으로 ‘변화를 향한 확실한 의지와 노력’, ‘끈질긴 추진’, ‘디지털 마인드로의 근본적 전환’을 강조하였다. 뉴욕타임스 혁신 역시, 갈등 극복의 과정이라는 점에서 국내 저널리즘 혁신가들이 참고해야 할 통찰이라 판단된다.        


 



TV의 뉴스 스토리텔링


TV 방송은 신문사보다 한발 늦게 뉴스 스토리텔링을 디지털 혁신 전략으로 인정하고 실천 속도를 높이기 시작했다. 스마트 TV, 인터랙티브 TV 등 방송 환경의 디지털 공급망 확대가 신문 대비 천천히 진행되면서, 위기 인식도 늦어진 측면이 있을 것이다. 국내의 경우, 뉴스 전문 케이블 TV 채널 개국에 이어 2011년 12월, 종합편성 채널 4개가 동시에 방송을 시작하면서 채널 경쟁은 분명 치열해졌다. 그러나 이즈음 경쟁은 채널별 이질적인 정치 성향 부각, 특정 출연자의 영향력 확대에 집중되었고, 뉴스 구성과 전달 방식의 혁신까지는 전진하지 못했다. TV 뉴스는 속보성과 접근성 측면에서 종이 신문보다 유리한 위치를 점유해 왔다. 세계 곳곳의 사건을 다음 날 배달되는 조간신문 보다 빠른 시각에 TV 수상기를 통해 방송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디지털 환경에서 신문과 TV의 속보 경쟁 조건은 역전되는 추세다. 현실적으로 TV 방송이 인터넷 뉴스의 실시간성을 추월하기 어렵고, 디지털 신문이 텍스트와 이미지, 영상까지 포함하면서 TV 뉴스는 더 이상 기존 우위 영역의 경쟁력을 보장받지 못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TV 뉴스의 위기 상황에서 스토리텔링을 통한 경쟁 변화를 시도한 채널은 JTBC였다. JTBC는 2013년 10월, TV 방송사 최초로 저녁 메인 뉴스 온라인 생중계를 시작한다. 후발 뉴스 채널로서는 시청률 하락 부담이 컸지만, 시청자와 상호작용하고 소통하는 차별적 가치의 뉴스를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판단으로 결정된 모험이었다. 당시, 실험적 시도라 불렸던 온라인 뉴스 생중계 1년 뒤, 누적 접속자 수는 지상파를 앞지르는 성과로 나타났다.


이에 고무된 JTBC는 보다 적극적인 뉴스 스토리텔링의 실천을 위해 메인 뉴스 타이틀을 <뉴스 9>에서 <뉴스룸>으로 바꾸고 포맷을 변경한다. 전통적 TV 뉴스는 60분 동안 1분 30초 분량의 스트레이트 뉴스 30~40개를 기자 리포팅 방식으로 전달하는 포맷이 일반적이었다. JTBC <뉴스룸>은 관습에서 벗어나, 주로 탐사 보도 프로그램이 활용해온 블록 포맷(block format)의 도입을 시도한다. 그날의 핵심 주제에 집중하여, 기자 리포팅 (정보 요약)→ 현장 기자 연결 생중계 (상황 설명)→전문가 출연 심층 인터뷰(정보 해석)→ 팩트 체크(진위 확인)→ 앵커 브리핑(해설)으로 연결된 뉴스는 사건과 문제에 관한 수용자들의 깊이 있는 이해와 몰입을 지원하는 기법이다.


<뉴스룸>의 블록 포맷은 과량의 정보를 빨리 전달하기 위해 뉴스를 파편화시키는 언론 현상을 비판하면서 존 파브릭(John Pavlik)이 제안한 ‘맥락 저널리즘(contextualized journalism)’을 국내 언론 지형에 맞춰 구현한 사례다. 파브릭은 나열식 정보에 대항하여 정보 사이의 숨겨진 맥락을 짚고, 사건의 실체를 드려내며, 어려움에 휘말린 사람들의 존재를 인식시키는 저널리즘 전략을 뉴스 스토리텔링으로 칭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보와 뉴스가 과잉되는 시대에 저널리즘이 더 나은 뉴스로서 평가하는 기준은 무엇인가. 여러 제안들이 가능하겠지만, 수용자가 합리적으로 판단하고, 정서적으로 공감하며, 문제를 바로잡고 개선하기 위한 실천 기회를 제공하는 뉴스 가치가 높아지고 있음은 부정할 수 없다. 이렇듯 동시대 저널리즘이 추구하는 목표를 인정한다면 스토리텔링을 뉴스의 장애물로 여기는 오해는 이제 멈추어져야 할 것이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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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사승 (2013). 『현대 저널리즘』. 커뮤티케이션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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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여광 (2014). 『뉴스편집의 스토리텔링』. 이담books.

장하윤, 조영신, 김동윤, 강석, 김미경, 김성해 (2016). 『방송 저널리즘 혁신: 지속과 파괴의 현장』. 커뮤니케이션북스.

채희상, 강신규, 박영흠 (2016). 저널리즘 텍스트의 상호매체적 스토리텔링 전략 연구 : <포트맥머니>와 <원전회의록>을 중심으로. ≪애니메이션 연구≫, 12, 119-142.

Pavlik, J. V.(2001) Journalism and new media. NY: Columbia University Press.

박수선 (2014.10.23). JTBC ‘뉴스룸’ 온라인 조회 수 ‘뉴스데스크’ 20배. ≪피디 저널≫. URL: http://bit.ly/2rAJoXy

Karl V. (2019.10.19.). How A.G. Sulzberger Is Leading the New York Times Into the Future. ≪TIME≫.  http://bit.ly/2Zxjqk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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