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댁과 돈 문제
요즘 내 밤잠을 설치게 하는 시어머니의 돈 문제는 사실 지금으로부터 몇년 전 시작됐다.
그때 우리는 한참 결혼 준비중이었다.
아직 상견례 전이었지만 1년 뒤 결혼을 하자는 얘기까지는 나온 상태였다.
그시절 우리는 여느 예비 부부들과 마찬가지로,
'얼마를 모았고 앞으로 얼마를 모을 수 있으며 그러면 어디에 살자'
하는 함께 그리는 미래 얘기들을 나눴다.
연애 10년, 오랜 시간을 함께했고 많은 얘기를 나누면서 자연스럽게 남편의 집 경제 상황은 얼추 알고 있었다. (아니, 안다고 착각했다.)
그래서 지금까지 모은 돈이 많지 않아도 앞으로 잘 해나가면 된다는 희망찬 꿈을 꾸고 있었다.
그렇게 평화롭고 기분 좋은 밤바람이 불던 저녁, 미래 얘기를 하며 손을 잡고 걷고 있는데 남편 휴대폰이 울렸다.
시어머니였다.
"어 아들~ 엄마가 생활비로 딱 600만원이 모자라서 그러는데~
600만원만 빌려줄래~? 다음달이면 줄 수 있는데"
어머니의 목소리엔 여유가 흘러 넘쳤다.
별로 대수롭지 않은 문제라는 듯이 말이다.
그런데 왠지 석연치 않은 쎄한 기분이 들었다.
3인 가구 생활비인데 어떻게 600만원이 모자라게 된거지..?
우리는 결혼 준비를 하며 꼭!! 돈 문제는 꼭 합의 하기로 약속을 했었기 때문에 (얼마나 다행인지)
남편은 급히 전화를 일단락 시키고 나와 상의를 했다.
하지만 말이 상의지 이미 '그냥 빌려 주자'는 마음이 한가득이었다.
"600만원 정도는 빌려 줄 수 있지~~"
라며 남편도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다.
근데 나는 뭔가... 너무나 이상했다.
3인 가족 생활비가 한달에 600만원이 빵꾸가 나는게 정말 아무렇지 않은 일일까???
"철수(가명)야,
돈 빌려 드리는 대신 부모님 재무 한번 확인해 봐야 할 것 같아.
생활비로 600만원이 부족하다는게 뭔가 마음에 걸려."
그리고 며칠 뒤 부모님의 재무를 확인 하고 온 남편은 손을 바들바들 떨며 말했다.
진정이 안되고 불안정한 목소리였다.
"우리 결혼 하지 말자"
아니,
정말 난데없고 황당했다.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야?"
"너를 이런 구렁텅이에서 살게 할 수 없어.."
나와의 관계를 정리하려던 남편의 목소리가 지금도 생생하다.
애써 담담하게 말하지만 울먹임에 흔들리던 젖은 목소리..
알고보니, 어머니의 재무 상태는 훨씬 심각했다.
정리해보면 이렇다.
어머니는,
- 회사는 뭐가 치사하다고 갑자기 그만두심
- 가진 돈은 없지만, 집은 또 갖고 싶음
- 그래서 3금융과 카드론을 이거 저거 다 끓어 씀 (무직이라 일반 대출 안나와서)
- 그렇게 집 값의 95%를 대출로 집을 삼
- 이자가 16%~17% 고리라서 한달에 몇백 상환해야함
- 근데 수입은 아버지 연금 89만원 뿐임
- 한달에 몇백씩 까먹어서 2달만에 그나마 모은 돈 다 사라짐
- 그리고 돈이 없으니 카드 돌려막기 함
그래서 결과적으로 한달에 600만원 없다고 말씀하신 것이다.
이 모든 걸 숨기고 말이다.
어....
와.....
진짜.....
전해들은 상황이 너무 충격적이고,
어느 하나 이해 되는 부분이 없었다.
아니....
하......
회사를 그만두지 않았다면 정직원이셨으니 대출이 정상적으로 나왔을거다. 그러면 문제가 없었을 텐데, 회사 윗 사람이 치사하게 군다고 홧김에 그만두신거다.
대출을 생각하면 아무리 치사해도 등기 칠 때까지 한두달은 버텄어야 하는게 아닐까???
왜 아무런 상의 없이 몰래 일을 이렇게 키워버리신걸까...???
돈이 없는데 왜 무리해서 집을 사신걸까???
너무 모든게 이해가 되지 않으니 그냥 말문이 막혔다.
남편은 모든 의욕을 상실해서 자포자기하고 있었다.
"나는 평생 이렇게 가난하게 살 것 같아... 너는 가난하게 살지 마... "
그날 미래가 깨진 우리는
한껏 불행했고
많이 울었다.
결국 남편이 열심히 모은 결혼 자금 4천만원으로 시어머니 빚 중에 아주 고리인 대출 몇개를 갚았다.
덕분에 한달에 상환금만 거의 450만원 나가던 것이 250만원정도로 줄었다.
하지만 여전히 수입은 연금 89만원 뿐이었다.
그런데도 어머니는 일하기 싫다고 하셨다.
일 안하니까 너무 좋다고, 그동안 힘들었다고...
일 하기 싫다고 우셨다고한다.
나도 울고 싶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