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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충영 Jan 01. 2024

[철없는 아저씨의 배우 도전기 (2)]

배우가 되고 싶은 은퇴한 정 부장의 실시간 르포르타주

내 엄마는 당신 얘길 하기 좋아한다. 예전에 어느 정치인 중 '깔때기'란 별명의 정치인이 있었다. 토크 프로그램에서 늘 화법이 기-승-전-자기 자랑이었다. 내 어머니는 아마도 원조 깔때기가 아닌가 싶다. 효자인 나는 매일 저녁 5시 반에 이른 저녁을 먹으면서 항상 엄마에게 안부전화를 한다. "어, 아들!" "엄마 어데고?" "어 엄마 운동하러 나왔다." "안 춥나?" "응 하나도 안 춥다. 오늘 엄마 친구가 나한테 '언니는 왜 그래 건강하요' 하더라. 너그 엄마가 옛날부터 허벅지가 굵어서 하체가 얼마나 튼튼했노. 국민학교 때 달리기 항상 1등 안 했나. 지금 내 동창들 보믄 허리 구부정한 애들 억수로 많다. 내 만큼 허리 꼿꼿한 사람 없데이..." 엄마의 자기 자랑은 중간에 막지 않으면 밤샐 수도 있다. "어 알았다. 알았다. 운동 열심히 하고...  추운데 독감 조심하고..." 하며 끊을 채비를 하는 데도, "독감 같은 거 걱정 안 해도 된다. 옆집 여필이 엄마는 지금 골골한데, 내는 마스크 철저히 낀다 아이가. 그라고 내가 원체 건강한 체질 아이가. 걱정 안 해도 된다..." "응 알았어 엄마. 또 전화할게." 언제 끝날지 모르는 엄마 전화 계속 받다가는 밥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모를 지경이다. 바로 끊는게 상수다.


내가 배우가 되고 싶은 건 혹시 엄마를 닮아서일까? 만물의 중심이 당신이라는 자기 확신이 다이아몬드처럼 단단한 엄마의 DNA를 물려받아서일까? 엔터테인먼트 사가 시니어 배우를 잘 양성하는지, 단역 배우 자리를 잘 잡아 오는지, 연기 수업은 퀄리티가 높은지 전혀 알아보지 않고, 2년 계약에다 수업료 거금 327만 원을 단박에 카드 결재하는 나란 인간은 도대체 뭘까? 나는 무대 위에서 가슴이 무지 쿵쾅대는 공포증도 좀 있고, 달변보다는 눌변에 가깝고, 노래, 악기 연주, 춤 어느 것 하나 할 줄 모르고, 개인기라고는 없는 노잼 아저씨일 뿐인데 왜 배우가 되고 싶은 걸까? 중, 고등학교 다닐 때 연극이나 방송반 같은 활동을 해 본 적도 없고, 공대를 진학해서 엔지니어 인생을 살아온 내가, 그런 내가, 왜 이 늦은 나이에 배우가 되고 싶은 걸까?


정확히 말하면 나는 배우가 되고 싶다기 보다는 연기를 하고 싶은 건지도 모른다. 여러 인물들로 변신하고 빙의하는 재미, 그 이상야릇한 재미가 나를 끄는 매력이다. 내가 누군가를 연기할 때 그건 내가 아니다. 하지만 관객들은 나를 통해 등장인물을 본다. 나는 메신저임과 동시에 내가 만든 인물은 나의 창작물이다. TV나 유튜브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누군가가 말하고 움직이고 표정 짓는 것을 보면서 메시지를 전달받는다. 누군가가 표현하는 창작물을 소비하는 셈이다. 유년기 때 나는 미술을 좋아했다. 나는 뭔가를 표현하고 창작해서 사람들 앞에 내놓는 것에서 기쁨과 희열을 느끼나 보다. 꾹꾹 눌러왔던 욕구가 늦은 중년의 나이에 다시 분출하는걸까? 그러면 유년기의 나는 도대체 어떤 놈이었던가? 타임머신을 타고 국민학교 (지금의 초등학교) 시절로 돌아가 나란 인간을 바라본다.

연극 '노이즈 모프'에서 도둑역을 맡은 필자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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