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여러분! 쫌 겪어본 싱글맘의 국제결혼과 이혼상담소, 뿌소장입니다. 오늘은 종교가 다른 외국인 남자친구와의 결혼으로 고민이 많으신 세 번째 뿌독자 님의 사연이 도착했습니다. 한번 읽어볼까요?
제가 2015년에 국제 이혼사를 오픈한 이래로 국제연애 상담이 꾸준히 들어왔습니다. 그래서 제 오리지널 채널을 오픈한 초반에 모든 국제연애의 고민을 관통할 수 있는 답변을 이미 영상으로 제작해 뒀어요. 국제연애뿐만이 아니라 모든 연애 고민을 아우를 수 있는 원론적인 답변이기 때문에 한 번쯤 보시면 도움이 될 거예요.
그 영상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 중에 하나는 국제연애 여부를 떠나서 일단 내가 사귀는 사람과의 문제를 생판 모르는 제삼자에게 묻는 것 자체가 이미 나 스스로 그 관계에 확신이 없다는 반증이라는 것과, 또 하나는 이런 고민이 실제로는 내 안의 두려움에 기인한다는 걸 짚어 드렸었습니다.
오늘은 그 영상 내용을 기초로 해서 뿌독자 님의 사연에 맞게 좀 더 자세한 답변을 드려보도록 할게요.
그 영상에서 저의 첫 번째 대답은, 스스로에 대한 확신을 기르시고 그때까지 중요한 결정은 일단 미루시라는 거였습니다. 뿌독자 님은 결혼 얘기에 대한 담판을 지으러 간다고 하셨지만, 글에서 내내 드러나는 건 결혼에 대한 고민이 아니라 대답을 원하는 상대방의 끈질긴 태도에 대한 뿌독자 님의 심리적인 압박감입니다.
보통 결혼을 생각하는 사람들은 결혼하면 구체적으로 언제쯤, 어떻게 하고 싶은지, 결혼 후에는 어디서 살지, 직장은 어떻게 할지, 출산 시기를 비롯해서 아이들의 신앙은 어떻게 할 건지와 같은 고민을 하거든요.
그런데 본인 결혼에 대한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글에서 그런 주체적인 부분은 보이지 않고, 대신 남자친구나 그의 엄마가 이렇게 하자더라, 우리 엄마아빠랑 내 주변 지인들의 의견은 이렇다더라 하는 것뿐입니다.
그래서 이 사연을 언뜻 보면 결혼을 고민하고 계신 듯 하지만, 사실 정확하게는 결혼을 강하게 추진하려는 남자친구에게 내가 뭐라고 대답해야 할까?라는 게 핵심이에요. 조금 더 들어가 보자면, “내가 별로 내켜하지 않는 결혼”이죠. 적어도 글의 분위기는 그렇습니다.
뿌독자 님께서는 그 남자와의 결혼뿐만 아니라 아직 결혼 자체에 대한 생각을 별로 안 해보신 것 같아요. 그 사람이 하자니까 얼떨결에 아직 할 필요 없는 고민을 미리 하고 계신 걸로 보입니다. 그래서 우리 뿌독자 님께서 자기 자신의 결정에 대한 확신이 찰 때까지는 확답을 미루시기를 권합니다.
어떻게 해야 하냐고 두 번이나 물어보신 것에서 알 수 있듯이 뿌독자 님도 잘 모르겠는 거예요. 그럼 자기 자신의 마음을 존중하시면 됩니다. 괜찮아요. 그리고 남자분께도 아직 잘 모르겠다고 솔직하게 말씀하시고, 만나는 동안 즐겁게 데이트하십시오! 그러다 보면 또 둘 중에 성질 급한 사람이 먼저 매듭을 짓기도 하거든요.
5년, 10년을 만난 것도 아니고 이제 겨우 사계절 한 번씩 지났을 뿐인데 결혼에 대한 생각 자체를 아직 안 해본 사람 붙잡고 결혼하자고 채근하고, 대답하라고 압박하면 결혼한다고 한들 앞으로 이 긴, 인생 어떻게 서로 조율하며 살아가겠습니까!
마지막 문단에서 보듯이 이미 이별도 감내하겠다는 마음이시라면 아쉬울 것 없이 그냥 느긋하게 현재를 즐기시면 될 것 같습니다.
두 번째 답변은 결혼에 따른 뒷감당을 할 자신이 있으면 강행하시되, 자신이 없으면 연애만 하시라는 거였지만, 사실 어떤 선택을 하든 장기적으로 보면 크게 상관이 없습니다.
아무리 자식을 싸고도는 부모라도 절대 해줄 수 없는 게 자식의 인생을 대신 살아주는 거고, 아무리 회피를 하려고 해도 내 인생은 결국 내가 살아내야 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내가 하는 선택에 따른 뒷감당을 스스로 가늠하고, 그 무게를 짊어질 자세만 되어 있으면 선택은 크게 중요하지 않아요.
예를 들어 뿌독자 님이 망설이기 때문에 그분이 헤어지자고 할 수도 있고요, 결심이 설 때까지 기다려 줄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각자 더 좋은 사람을 만나게 될 수도 있고, 결국 우리 뿌독자 님이 얼떨결에 끌려가듯 결혼을 할 수도 있겠죠. 그래서 같이 살아보니까 역시 아닌 건 아니라서 이혼할 수도 있지만, 막상 살아보니 또 생각보다 괜찮아서 잘 살 수도 있습니다.
무슨 뜻인지 아시겠어요? 우리 인생에는 정답이 없다고요. 뭐가 좋고 나쁜 지도 살아보기 전에는 절대 알 수가 없습니다. 그냥 살면서 그때그때 변하는 환경과 나의 만족도에 따라서 이미 일어난 일에 대한 해석도 이렇게 저렇게 달라질 뿐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어떤 결과가 따르더라도 내가 감당해 낼 수 있는 일인가, 감당할 만한 가치가 있는가에 초점을 맞춰서 고민해 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세 번째, 두 사람의 일에 대해서 남에게 묻기보다는 당사자인 나의 연인과 솔직하게 대화를 나눠보시라는 거였어요. 여기에는 또 두 가지 내포하고 있는 바가 있습니다.
하나는, 상황이 가장 단순하다고 할 수 있는 연애할 때조차 이미 우리의 문제를 당사자 간에 솔직하게 의논할 수 없다면 법적인 이해관계가 더 복잡해지는 결혼 뒤에는 어떻게 해결해 나갈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서 생각을 해보셔야 되고요.
다른 하나는, 서로가 가진 걱정거리, 물론 그 바탕에는 두려움이 있겠죠? 그것에 대해서 차근차근 대화하는 과정에서 각자의 생각을 정리할 수 있고,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자신의 진짜 속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게 된다는 겁니다.
특히 공동의 미래를 가꿔나갈 장래 배우자라면 그냥 서로 알콩달콩 좋아하고, 사랑하고 하는 것만이 다가 아니에요. 인생에 있어서 어떤 큰 고민이나 결단을 내려야 할 때 서로에게 좋은 멘토 또는 지지자가 되어줄 수 있어야 하고요, 내가 정말 힘들고 지쳐서 때때로 방황할 때에는 편안한 안식처가 되어주기도 해야 합니다.
그런데 여기서부터 이미 서로 솔직한 대화가 어렵다면 이게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슬기롭게 생각해 보실 필요가 있어요. 그리고 두려움의 근본에는 항상 내부적인 원인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게 밖으로 표출될 때는 어떤 외부적 환경을 통해서 드러나다 보니까 그게 원인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사실은 이런 조건들이 내 안의 뭔가를 건드려서 두려워지는 거거든요.
쉽게 말하면, 결혼하자는 상대의 말, 또는 종교가 다른 것 때문에 내가 고민스러운 게 아니라 그전에 이미 내 안에 어떤 두려움, 불안함이 있었는데, 이번 계기를 통해서 알아차리게 됐다는 거예요.
그래서 두 분의 깊은 대화를 통해서 이 종교 차이, 결혼 압박이라는 외부조건에서 비롯된 나의 두려움이 진정 무엇으로부터 기인하고 있는가를 찾아보시는 것도 좋습니다.
누구에게나 일생을 관통하는 자기만의 중요한 삶의 테마가 있거든요. 이걸 누구는 결핍이라고도 하고, 누구는 트라우마라고도 하고, 집착이나 욕망 또는 꿈이라고도 합니다. 부르기 나름이에요.
그래서 인생의 단계마다 이걸 찾는 과정이 자꾸 반복되는데 본인이 그걸 정확하게 알고 있지 않으면 무의미하게 반복됩니다. 그래서 삶이 피곤해져요. 소위 말해 인생이 꼬인다고 하죠. 그래서 이런 기회를 통해서 한 번쯤 스스로 짚고 넘어갈 수 있으면 인생의 다음 단계들을 밟으실 때 삶의 난이도가 조금 수월해질 겁니다.
여기까지는 좀 원론적인 내용이었고요, 이번에는 뿌독자 님 사연에만 해당하는 현실적인 부분에 대해서 좀 말씀드리겠습니다.
연애할 때 무슬림 남자들의 매력을 꼽으라면 아마 첫 번째가 남자다움, 카리스마일 겁니다. 그래서 남성성이 많이 거세된 유럽에서도 그런 강렬한 면이 마초적인 남자를 원하는 일부 유럽 여자들에게 어필이 되는 거거든요. 그래서 그런지 이 글에서도 남성 분이 알게 모르게 우리 뿌독자 님을 압도하고 있는 게 보입니다.
이 이슬람이라는 종교가 보수적이다 보니까 잘 모르는 사람들은 얼핏 옛날의 동양 문화와 비슷할 거라고 생각하기 쉬워요. 그런데 알고 보면 이 보수성의 뿌리가 연장자를 공경하는 유교 사상이나 공동체 중심사상을 바탕으로 한 게 아니라 신에 대한 절대적 복종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에 그 결이 상당히 다릅니다.
또 제가 항상 말씀드리지만 진정한 문화 차이는 서로 좋고 사랑할 때 느끼는 게 아니라 그 사랑이 끝난 뒤에 비로소 시작되는 거거든요. 제 개인적으로 한국이 여전히 남성중심의 사회라는 걸 느낄 때가 언제냐면 연인이 헤어질 때입니다.
“안전이별”이라는 말이 따로 있을 만큼 헤어질 때 여성의 의사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스토킹, 보복성 음란물, 폭력과 살해 등으로 해코지하는 남성들의 기사가 끊이지 않잖아요. 여성을 자신의 소유물로 보는 전근대적인 가치관을 가진 젊은이들이 한류가 세계를 휩쓴다는 2024년 현재에도 이 한국 땅에 적지 않다는 뜻이죠.
이슬람 국가들은 그보다 더하면 더했지 절대 덜하지 않습니다. 물론 전체를 대표하는 하나의 이미지로 개개인까지 뭉뚱그려 편견을 가져서는 안 되지만, 이질적인 문화, 그리고 그 문화가 가진 특수성과 그것이 그 문화 안에서 나고 자란 개인에게 끼치는 영향력을 간과해서도 안됩니다.
그리고 유일신을 믿는 종교 중에서도 이슬람은 특히 종교의 전파력과 타 종교에 대한 배타성이 매우 높은 종교예요. 지금 걱정하시는 부분이 단순히 종교의 차이인지, 아니면 이슬람 문화 자체에 대한 거부감인지는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서로 다르다는 것은 살면 살수록 그 간극이 더 커지면 커졌지 좁혀가기는 쉽지 않을 거거든요.
그래서 두 분의 관계 속에서 이 다름이 우리의 부족한 점을 상호보완 해줄 긍정적 요소로 작용할지 아니면 계속해서 가정에 분란을 일으킬 부정적 요소로 작용할지도 꼭 생각을 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드리고 싶은 말씀은, 저한테 상담을 요청하셨지만 사실 글에서 이미 두 번이나 뿌독자 님께서 스스로 대답을 하셨다는 점입니다. 사람이 질문을 받게 되면 무의식 중에 본능적으로 대답을 찾게 돼있어요. 그런데 누군가에게 질문을 받았다고 해서 반드시 다 대답을 해야 하는 건 아니거든요.
또 대답을 하더라도 꼭 Yes or No만 있는 게 아니라 잘 모르겠다, 아직 모르겠다 하는 것도 대답입니다. 대답을 하지 않는 것도 심지어 대답이라고 하죠. 그런데 지금 “어떻게 해야 할까요…” 하는 문장이 두 번이나 나왔잖아요. 사실은 이게 정답이라는 뜻이거든요. 다만 우리 뿌독자 님이 아직 그 사실을 인지를 못하셨을 뿐이죠.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으면 그냥 그 상태로 두시면 됩니다. 뭐에 쫓기듯 반드시 지금 당장 뭔가를 결판 지을 필요는 없어요. 물론 상대방은 명확한 대답을 원하지만, 그 명확함이라는 것도 그 사람의 기준이죠.
뿌독자 님의 기준에서는 이미 명확하게 답을 갖고 계세요.
어떻게 하는 게 좋을지 나도 잘 모르겠다!
그러니까 그냥 알 때까지 스스로에게 충분한 시간을 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그가 나를 진정 사랑한다면 그 시간까지도 기꺼이 기다려줄 거라는 기대를 넘어서 나에게 필요한 시간을 내가 스스로 기다려줄 수 있을 만큼 나 자신을 사랑한다는 관점에서 접근해 보시기를 권해요.
여기까지 본다면 우리 뿌독자 님이 자기 확신이 부족한 사람처럼 보일 수도 있는데, 정말 스스로 판단할 능력이 없는 사람이었다면 이렇게 저한테 상담요청을 함으로써 중간에 제동을 걸지도 못했을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여기서 우리 뿌독자 님의 아직은 무르익지 않은, 현명함과 자생능력을 봤어요.
지금은 나이가 워낙 젊다 보니까 본인의 판단과 그 결과를 지켜보고 검증할 절대적인 시간 자체가 부족해서 자기 확신도 부족한 것처럼 보일 뿐이지, 앞으로 몇 년만 지나도 지금 하고는 완전히 달라져 있을 겁니다. 그리고 그때쯤 되면 누군가에게 굳이 묻지 않아도 얼마든지 자신의 결혼과 미래를 현명하게 결정할 수 있을 거예요.
그러니까 그때까지 자기 자신에게 좀 넉넉하게 시간을 주면서 나 자신이 여물 때까지 기다려주시는 건 어떨까 합니다. 오늘의 상담이 우리 뿌독자 님은 물론이고, 비슷한 고민을 갖고 계신 다른 시청자분들께도 도움이 되셨기를 바라고요.
두 분이 잘 상의하셔서 어떤 방향으로든 모쪼록 서로에게 좋은 인연으로 남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럼 다음 영상에서 뵙겠습니다!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