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열몇 명의 인스타 라이브가 동시에 켜지기 시작했다. 정확히는 ’국수의 입양식’ 이뤄지던 시각부터 슬기의 인스타에는 이에 대한 예고 공지와 함께 입양식의 사진 몇 컷이 인스타 스토리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물론 슬기는 ‘@언급하기‘ 기능으로 큰 김사장의 인스타와 연결을 걸어놓았다. 그가 바로 눌러서 현장을 볼 수 있게.
그 시간 큰 김사장은 공항 출국장에 있었다. 티켓을 끊고 줄을 서고 ‘면세점에서 법카 긁는 멋진 나‘의 사진을 찍기에 바빴다. 그러다 울리는 소리에 인스타를 켜보았다.
낯익은 장소와 낯익은 사람들 그리고 친근한 내 동생?
이게 무슨 조합인지 어리둥절할 무렵 지인들로부터 문자와 디엠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문자의 내용을 살펴보았지만 계속 어리둥절할 뿐이었다. 이게 무슨 소리란 말인가. 일단 초대된 인스타로 들어가니 반짝거리면 거 무지개색으로 뻠핑하는 동그라미가 눈에 띄어 들어가 보기로 했다.
국수???
내 동생??
회사???
더더욱 알 수 없는 조합이었다.
그런데 거기에 김슬기와 몇몇 사람들이 보였다.
2.
슬기는 인스타 라이브를 켜고 인생 첫 라이브 방송을 하기 시작했다. 처음 라이브를 틀었을 때는 몇 명 없었으나 지난번 업로드의 여파로 인스타 팔로워가 늘은 데다 바로 전 예고의 글을 올렸기에 사람들이 순식간에 접속하기 시작했다.
”여러분, 안녕하세요. **사의 직원이었던 김슬기입니다!
저의 이야기는 많이 들으셨다고 들었습니다.
한 50만 명이 보셨다고 하더라고요.
이 회사에는 회사에서 키운다고 하지만 사실상 방치되어 있는 개가 한 마리 있습니다.
그런데 이 시간부로 그 개는 ‘김국수’가 아니라 ‘김수국’으로 살게 되어서 이렇게 생애 최초로 라이브 방송을 켜게 되었습니다.
여기에 국수의 소유권을 갖고 계신 김**(작은 김사장)이 나와 계신데요.
김**님, 여기 문서에도 있지만 이 회사에 소유권이 있는 개 ’국수’를 저에게 조건 없이 입양하도록 도와주시는 게 맞나요?“
이에 작은 김사장이 말했다.
”조… 건이 없는 건 아니죠? 김슬기씨?“
슬기가 답했다.
”네~ 조건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제가 다소 부당한 이유로 퇴사를 종용당한 것은 많은 분이 알고 계실 텐데요. 이 부당한 퇴사 사건을 종료하려면 회사에는 일정 금액의 위로금과 여러 합의를 하셔야 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저는 그런 일련의 과정을 생략하고 이 회사에서 살고 있는 국수를 저에게 넘겨주시면 모든 것을 없던 일로 하기로 약속을 했습니다. 이 내용이 맞을까요?”
“맞습니다” 작은 김사장이 답했다.
“그런데, 이 개는 회사의 소속이긴 하지만 제가 알기론 김** 대표님의 의사로 회사에서 사는 걸로, 그것도 법.카.로 구매를 하신 것으로 아는데 김**대표님도 이 사실을 알고 계실까요?”
“그런 건 상관없습니다. 김** 대표를 제외한 다른 이사진들의 합의를 받은 상태입니다” 이 말과 함께 작은 김사장은 방금 슬기와 사인을 해 나눠가진 서류 외에 다른 서류 하나를 내밀었다. 거기엔 회사 이사진들이 이 일에 동의한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이에 슬기는 말했다.
”아, 여기 이사진들의 합의를 한다는 내용이 적혀 있는데요. 그래도 김** 대표님의 최종 의사도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지라 김** 님에게 전화를 걸어보겠습니다.“
상황을 파악하느라 바쁜 큰 김사장에게 갑자기 영상통화가 걸려왔다. 큰 김사장은 화가 많이 났지만 일단 전화를 받았다.
”김슬기씨. 이게 무슨 일이죠?“
큰 김사장이 화를 누르며 말했다.
슬기는 ”보신 그대로입니다. 제가 국수를 입양하는 대신 대표님께서 하신 그 악행을 제가 묻어두고 한 푼도 안 받고 이쯤에서 퇴장하겠다는 내용입니다.“
”김슬기!!! 너!!!!“
큰 김사장이 화난 목소리로 답했다.
이에 슬기는
“비록 영상 통화이긴 하나 지금 인스타 라이브로 대표님과의 대화도 방송되고 있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여기 퇴사자들 보이시죠?”
슬기 너머로 퇴사자들이 손을 흔들며 인사를 한다.
“저기 퇴사자들의 인스타 라이브로도 방송되고 있습니다.”
영상 너머에 화의 온도가 영상과 영상을 건너 전달되는 분위기였다. 슬기는 말을 이어갔다.
”그런데 대표님. 지금이라도 본인의 잘못을 인정하시고 국수를 데려가시고 싶으시면 지금 오시면 됩니다. 제가 그렇게 개를 막 데려가는 사람도 아닙니다. 그냥 사과만 하시면 위로금도 복직도 개 입양도 없던 일로 하겠습니다. 저한테 사과를 하시고 다시 개를 데려가시겠습니까?“
슬기의 말에 모두가 조용히 큰 김사장의 답을 기다렸다.
김사장의 폰 너머로 공항의 번잡스러운 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김사장은 몇 초간 가만히 있더니 그냥 전화를 끊었다.
슬기는 끊어진 전화를 보고 “자, 여러분. 지금부터 ‘국수‘는 ’수국‘이가 되었습니다!“라고 외쳤다. 모두가 박수를 쳤다. 심지어 회사 안 창문으로 지켜보던 직원들까지도.
”자, 가자! 이제 인사해! 수국아. 수고했어“
슬기는 수국이의 앞발을 들고 **사에 마지막 인사를 건냈다.
큰 김사장은 끝내 돌아오지 않았고 일본으로 가는 비행기를 탔다. 그의 인스타는 하루 정도 업로드가 올라오지 않더니 그다음 날부터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맛집, 멋집의 사진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거기에 ‘수국‘이에 대한 이야기는 없었다. 그저 멋진 사진에 어울리는 멋져 보이는 글이 올라올 뿐이었다.
그 후로 시간이 한 달쯤 지났다. 수국이도 변화된 일상을 잘 적응하며 보냈다. 슬기와 밍은 함께 수국이의 산책을 시켰고 가끔 퇴사자 연대와도 함께 모여 놀았다. 아무 일도 없고 그저 평화로운 일상이었다.
큰 김사장은 여전히 아무 일 없듯 sns에 사진을 올렸다. 그런데 이번에는 약간 노르스름한 개 한 마리와 함께 한 사진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 아이의 이름은 ’라면‘이었다. 다른 것이 있다면 수국이의 예전 이름이 ’김‘국수였다면 이번의 ’라면’이의 풀네임은 ‘진‘라면이라는 것이다. 큰 김사장의 최애 라면이름이기도 하고 ‘진짜‘라는 의미의 진. ’김’이라는 자신의 성을 붙이면 자신의 소유인 게 확실해지고 또 누군가가 개를 합법적으로 훔쳐갈 수도 있을 것 같다는 게 김사장의 말이었다. **사의 직원들은 여전히 그곳에서 개의 똥을 치웠다. 이번에는 국수가 아닌 라면이의 똥일 뿐이었다.
직원들은 “아이구, 우리 라면이~~ 매운 걸 많이 먹었나. 이번 똥은 아주 진매네 진매.”라고 멘트를 날리며 냄새나는 똥을 치웠다.
개는 바뀌었지만 그것 외에 바뀐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직원들은 여전히 당번을 서며 개를 케어했고 큰 김사장은 여전히 sns에 사진을 올려댔으며 작은 김사장은 투덜대며 개 사료를 샀다. 변한 게 있다면 국수가 수국이가 되었고 더 이상 집도 아닌 회사에서 잠들지 않아도 된다는 것. 수국이가 되어 잠들 때는 슬기가 옆에 있다는 것뿐이었다. 그래도 슬기는 그것만으로도 좋았다. 둘이 함께 잠이 들어 행복한 슬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