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에필로그

나는 롯데월드가 좋다

by 김경민

어느 날 아이가 말했다.


“엄마, 나 수족관 가고 싶어. 롯데월드 가자”


아이에게 잠실, 롯데월드는 곧 수족관이다. 아이가 태어나고 갈 곳이 마땅치 않아서 한 번씩 그곳을 가던 우리 가족은 빅! 이벤트의 낚시에 걸려 연간회원권을 끊었다. 물론 가성비 가족답게 아이 하나, 보호자 1명 하나 이렇게 끊고 다른 보호자에게는 자유 시간을 주는 것으로 하긴 했지만 말이다.


한 달에 한 번씩 가진 못했지만 그래도 꽤나 잘 이용한 연간회원권이었다. 물론 가면서도 이렇게 바다동물들을 수조에 가두어야 하는가. 그들을 이렇게 관찰해도 되는 것인가 하는 마음이 나를 괴롭히긴 했지만 또 한 편으론 아이의 교육상에 좋을지도 몰라. 아이가 저렇게 좋아하고 나도 암묵적인 자유 시간을 가져보자는 알량한 마음을 가지고 1년의 시간을 잘 보냈다. 그 후로 그 빅! 이벤트는 아쉽게 끝났고 우리는 더 이상 연간회원권을 끊지 않았다. 그러고 또 시간이 꽤 흘렀다.


아이는 한 번씩 말했다.


“엄마 수족관. 나 수족관 가고 싶어. 수족관. 수족관~~~” 이라며 떼를 썼다.

그리하여 이제는 없어진 63빌딩 수족관, 코엑스 수족관까지 다 순례를 돌았지만 아이가 원하는 그 수족관은 잠실에 있는 그곳이었다. 그곳엔 언젠간 떠날 것이지만 아직 떠나지 않은 하얀 벨루가가 한 마리 있고 아이를 낳은 문어가 있으며 한 번씩 먹을 수 있는 구슬아이스크림이 있고 그 옆에는 예쁘게 얼굴을 꾸밀 수 있는 페이스 페인팅 코너도 있다. 물론 다 유료지만.


매번 갈 때마다 사실 돈이 아까웠다. 아무리 가까워도 시간과 돈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기에. 그럴수록 스멀스멀 올라오는 생각이 있었다.


‘이 돈이면 롯데월드를 갈 수 있는데…’


꿈과 희망의 이곳은 롯~~데 월드!!!

퍼레이드와 화려한 쇼, 불멸의 신밧드의 모험이 있는 그곳!

나는 그곳에 가고 싶었다.


어려서 잠실에 살았던 나에겐 롯데월드는 꿈과 환상 그 자체의 추억까지 묻어있는 곳이었다. 나와 조금 다른 입장의 배우자는 아무리 그래도 시간이 켜켜이 쌓인 게 티가 난다며 재미없어했지만 언제난 난 그곳이 재미있었다.


그래서 어차피 끊을 연간회원권이라면 여러모로 편리했지만 죄책감도 들었던 수족관보다는 롯데월드 쪽으로 마음이 기울었다. 가격은 수족관의 두 배인 이십칠만 원!

어쩐지 망설여지는 가격이었다. 그런데 나는 너무너무 가보고 싶었다. 게다가 나는 지금 흰 손 그 자체이지 않은가. 하루에 한 번씩 가는 건 좀 어려울 지도 몰라도 조금만 부지런을 떨어 놀면 하루에 한 두 개의 어트랙션은 타 볼 수 있고 한 두 달이면 재밌게! 그야말로 뽕을 뽑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난 결심했다.

‘그래. 결심했어. 롯데월드 연간회원권을 끊는 거야! (가족 몰래)‘


그렇게 나의 다소 비싸지만 소소한 일탈은 시작되었다.




* 이 글은 <아무튼> 시리즈와 전혀 관련이 없습니다. 글자수에 맞게 매거진을 발행하다 보니 쓰게 된 이름입니다. 문제시 변경을 고려해 보겠습니다.

그럼 많관부!

keyword
작가의 이전글라방과 선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