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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rco Nov 19. 2024

가을밤, 정동길, 단풍, 낙엽 & 북콘서트,

순화동천에서 음악과 함께 ,북토크를 하다

작년 4월, 서울시청역 근처에서 하는

북토크 행사에 다녀온 적이 있다. 


도서출판 한길사에서 운영하는 인문예술공간

"순화동천"이 있다는 사실을 그때 알았다.


도시의 일상을 사실적으로 그린 미국 화가 "에드워드 호퍼"에 관한 책이 출간되어 열렸던 행사였다. 널찍한 공간에 완벽한 음향시설까지.. 딱, 보기에도 북토크를 하는데 최적의 공간이었다. 고급 피아노도 준비되어 있어서 작은 콘서트도 가능하겠다 싶었다.


이런 공간에서 북토크를 한번 했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다. 알고 보니, 한길사에서

책을 출판한 작가들이 대부분 북토크로 사용하는 공간이었다. 그해 7월 교보문고 광화문점에서 사인회가 끝나고 출판사 대표님과 식사를 하면서 북토크 이야기가 처음 나왔다. 사인회도 잘 마무리했으니 북토크도 함 해보면 어떨까 하고.

사인회를 하기 전부터 솔직히 북토크에 마음이 갔다. 사인회는 회의적이었으니까.

유명작가 혹은 베스트셀러 작가도 아닌데

누가 사인을 받으러 온다고.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오셔서 사인회를 잘 마쳤지만 여전히 북토크에 대한 미련이 있었다.


김영민 교수, 편성준 작가나

소설가 정지아 작가 등북토크를 찾아다니며 이미 북토크의 맛을 알아버렸기 때문이다. 


어딜 가든 책을 통한 작가와 독자의 만남이

따스해 보였다. 20명 내외 적당한 인원으로 동네책방이든 카페든 북토크는 어디서든

린다는 점도 좋았다.

지난달, 10월 30일 출판사 대표님과 톡을

하다가 우연히 북토크 이야기가 나왔다.

말이 나온 김에 순화동천에서 하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순화동천에 아시는 분이 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알아보겠다고 하시더니 1시간도 되지않아 답이 왔다. 가능하다고.


대부분 이름 있는 작가들이 북토크를 하는 순화동천에서 나도 할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금세 행사일이 정해지고 준비작업에 들어갔다. 행사일이 보름후라 마음이 급했다. 홍보용 SNS 자료 준비, 사회자 섭외, 북토크 자료 작성 등.


무엇부터 해야 할지, 어디서부터 풀어야 할지 머리가 지근거렸지만 기분은 붕 떠 있었다.


이왕이면 콘서트까지 같이 하는 건 어떨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독자입장에서 가을밤에 음악도 듣고 책에 한 이야기도 나누면

더 좋지 않을까.


음악이 있는 북토크. 상상만 해도 좋았다.


노래공연을 해달라고 부탁할 사람이 쉽게 떠올랐다. 같은 회사에 다니던 고등학교 동창을 통해 알게 된 여자후배. 같이 근무한 적은 없지만 음반까지 낸 실력 있는 가수다. 친구에게 공연이 가능한지 알아보라고 하니 도와주겠다는 답이 왔다.

행사공간의 규모와 자리배치 등을 확인하기

위해 오래간만에 순화동천을 찾았다. 작년에

왔을 때와 분위기가 달랐다. 복도에 있었던

서가는 치워지고 전시된 책이 한 권도 보이지 않았다. 복도를 지나가던 입주민에게  

순화동천이 문 닫은 지  꽤 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머릿속이 캄캄해졌다. 그럴 리가..


네이버에서 순화동천 블로그를 찾아보았다.

지난 7월부로 사업을 종료했다는 안내문이 떠있었다. 대체 어디서 잘못된 것일까?


출판사 대표님이 거짓말을 할리는 없고.

무슨 사기를 당할만한 금전적인 문제도

없는데  왜 이렇게 되었지. 대표님께 전화연결이 되어 물었더니 오히려 역정을 내셨다.


“왜, 내 말을 믿지 않냐고?

순화동천 관계자랑 이야기를 했는데 어쩌라고”


마음은 다소 진정되었지만 블로그 내용과

맞지 않아 의문이 완전히 해소되지는 않았다.


절친 몇 명에게 북토크를 한다고 이야기까지 했는데. 그날 행사를 할 수 없다면 무슨 망신이야 하는 생각으로 일단 여기서 정지하는 게 맞다고 판단했다. 부랴부랴 무기연기되었다는 문자를 날렸다.


출판사 대표님으로부터 한길사 담당자의

연락처를 받 통화를 직접 하고 나서야

북토크가 예정대로 열릴 거란 확신이 들었다. 출판사 사정으로 순화동천에서 책 전시, 판매는 하지 않고 북토가끔 한다고.

입주민이 그 사정까지는 몰랐던 듯 싶었다.

다시 준비작업에 돌입해서 파워포인트 자료를 만들고 행사전날에는 듣기 좋은 발성을 위해 유튜브에서 목소리 잘 내는 법도 찾아보았다.

매일 15분 동안 한 달은 연습해야 효과가 나타난다는 멘트를 듣고 속성 목소리 향상법

한 두 개만 보고 나서 마음을 접었다. 벼락치기로 될게 따로 있지. 하룻밤만에 어찌 발성이 좋아질까.


난관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행사당일 준비차 한 시간 전에 가서  노트북에 저장된 자료가 잘 실행되는지  체크해 보았더니 스크린에 자료가 뜨지 않았다.


이건 또 뭐야.  보안문제로 활성화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았다. 행사직전 가까스로 문제를 해결했 가슴을 쓸어 내렸다.


행사가 시작되고 흘낏 앞을 보니 삼십  정도 자리를 채워주셨다. 열 분이나 오실까 싶었는데.


처음 하는 행사치고는 선방했다는 생각이다.

자녀에게 북토크를 보여주고 싶어서

가족과 함께 왔다는 회사후배.


시 공부를 함께하는 학교의 교수님과 학우님들.


앞자리에 앉아 환한 미소로 측면지원을

해주신 1인 팬클럽(?)회장님.


잊지 않고 찾아주신 회사동료 선후배들.


사인회 때도 오시더니 이번에도 조용히 찾아주신 최경자의원 등.


모두 자리를 빛내주신 고마운 분들이다.

무엇보다,  행사진행을 매끄럽고 품위 있게 해 준 정지원 작가님이나 열정적으로 노래공연을 해준 신새롬 후배. 


두 분이 없었다면 어찌 행사를 마무리할 수 있었을까? 행사를 같이 준비하고 진행할 수

있어서 너무 감사다.


유난히 힘들었던 한 해였는데 신간 에세이

출간과 함께 올해 최고의 이벤트라 할만하다.


작년에 출간된 시집으로 사인회뿐만 아니라 북토크까지 하다보사람들앞에 서는게 이제 

닥 두렵지 않다. 한가지 더 바라는게 있다면

시든 에세이든 좀 더 업그레이드된 글을 쓰고  

싶을 뿐이다. 


작가라면 모름지기 이벤트보다는  어떻게

좋은 글을 쓸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우선이니까


올해  한 달을 남겨두고 다시 마음의 끈을

바짝 조여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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