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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나나 Dec 03. 2018

9. 창호의 선택

공사 처음부터 우리의 큰 관심사 중의 하나는 어떻게 단열을 유지하느냐에 있었다. 주택이 그것도 오래된 주택이 춥다는 것은 이미 맥금동 전원주택에서도 경험했고 여긴 70년도 더 된 한옥이 아닌가. 더하면 더했지 겨울철 추위는 맥금동 집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추울 것 같았다. 벽과 지붕의 구멍들은 어차피 새로 리모델링을 하면서 보완하면 될 일이고 문제는 창호를 어떻게 정하느냐에 달려있었다.  


요즘 지어진 집들은 대부분 시스템창호로 이루어져 있어서 겨울철 추위 걱정은 없는 편이다. 반면 30년 된 우리 아파트만 하더라도 오래된 예전 새시라 틈새로 들어오는 찬바람이 거의 외부와 가깝다 할 수 있다. 게다가 거실에서 베란다로 나가는 문은 격자 목창호로 되어있어서 햇살 비치는 분위기는 아주 좋지만 문과 문 사이의 틈으로 들어오는 바람은 아파트가 맞나 싶을 정도로 춥다. 그래서 이 집에서 첫 겨울을 지내면서 열풍기, 온풍기, 심지어 등유 난로까지 준비하면서 겨울을 보내야 했다. (결국 두터운 커튼과 비닐로 틈새를 막고 아낌없이 가동하는 바닥 난방이 최고라는 것은 다음 해에 깨달았다.)


분위기 좋은 우리 집 발코니의 목창호. 하지만 황소바람 술술.


그래서 얻은 결론으로 창호만큼은 비용을 더 들이더라도 시스템창호로 가려고 했다. 하지만 한옥으로 지어진 카페, 가정집, *건창호의 한식 창 전시장도 다녀보고 그때그때 마음은 수시로 바뀌었다. 시스템창호가 단열은 되지만 지나치게 가정집 분위기라 한옥과 어울리지 않을 것 같기도 하고, 이 집이 완전 100% 패시브 가옥이 아닌 다음에야  창호만 완전 단열을 하는 게 소용이 있겠나 싶기도 하고, 디자인 회사와 목수님의 의견도 계속 한옥은 그래도 전통창이 분위기와 모양이 낫다는 의견이었다. 시스템창호 견적까지 받고 한다 안 한다 결정은 수차례 번복하다가 결국 전통창으로 진행하기로 하였다.


현장에서 직접 제작하는 문선. 20181108
나무 재단하고 틀을 만든 후에는 오일을 바른다. 20181108


결정 후에는 기다림만 남았다. 목수님은 문선을 다듬고 창호 공장에서는 치수에 맞게 창을 만들고 있을 것이다. 과연 한 치의 오차 없이 딱 들어맞는 창이 끼워질 것인지. 아직도 조금 더 기다려야 한다.


구석의 쪽창. 나무틀이 운치 있다. 2018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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