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에세이
산책을 대체하기 위해 저녁 약속 장소까지 부러 걸었다.
도시의 일부를 곁들여 느리게 걸었다.
단지를 벗어나면 얼마 지나지 않아 나오는 터널이 있다.
그곳은 늘 공사가 진행 중이라 아주 좁고 거친 인도였다.
사람과 자전거가 함께 양방향으로 오가려면 누구 하나는 도로 변두리로 붙거나 잠시 멈춰야 했다.
그 인도가 드디어 완벽하지는 않지만 그럴듯하게 정비되어 꽤 널찍해졌고, 도로와 인도를 구분 짓는 튼튼한 펜스도 생겼다.
거친 흙바닥은 깔끔한 아스팔트로 정비돼 양방향을 오가는 자전거와 양방향을 오가는 사람,
총 4개의 경우가 혼재되어도 무리가 없을 만큼 정돈되어 있었다.
이곳에 이사 온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무렵에는
자전거를 끌고 지하철 여섯 정거장이 떨어진 곳에 위치한 미술관도 가고, 근처 도서관도 갔었다.
틈만 나면 자전거 탈 궁리를 했다.
그때마다 이 길을 지났다.
나는 사람이 많은 인도와 내리막길에서는 자전거를 잘 타지 못해서 자전거를 타고 외출하는 것은 하나의 모험이다.
새롭게 바뀐 길을 보니, 폐기되어 없는 자전거가 떠올랐다.
마음 편히 타고 지나도록 길이 정비되었으니, 곧 새 자전거를 구해 다시 길을 지나고 싶다.
자전거는 모험이지만,
걷는다는 것은 세상을 소화하는 일의 일부다.
자박자박 걸으며 세상의 소리와 분위기를 나만의 것으로 흡수할 수 있다.
옛날에는 음악을 듣지 않으면 못 걷는다고 생각했다.
도시에는 물소리나 새소리 같은 아름다운 소리가 없기에 더 그렇다.
내가 사랑하는 소리에 집착했다.
그러나 얼마 전 귀가 불편해 치료를 받은 이후로, 이 불가분의 관계를 정리했다.
느리게 걷는 일은 든든하다.
세상의 소음을 어떻게 처리할지는 내 마음에 달려 있다.
나의 속도와 관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