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도움되는, 참여하는, 주도권이 부여된
언택트는 몰입도와 효과성이 낮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있다. 언택트에는 물리적 공간이 주는 현장감이나 지식과 사람과의 우연한 만남으로 촉진되는 인터랙션이 부족하기 때문에 언택트 효과성이 떨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최근 언택트 시장의 성장세는 정말 그런지 의문을 자아낸다. 온라인 학습 플랫폼인 클래스101은 유료 강좌를 언택트 서비스로 쉽고 편하게 학습하도록 만들어진 서비스다. 학습에 필요한 도구까지 사전 딜리버리로 제공하여 언택트지만 흡사 오프라인에서 진행되는 것처럼 느껴진다는 점이 특징인데, 최근 이들의 성장세가 놀랍다. 2021년 5월 초를 기준으로 전년 동기 대비 클래스는 3배가 증가한 약 1,800개가 되었고, 방문자 수가 급증하여 코로나 이전 대비 약 4배에 육박하는 누적 방문자 3,000만명을 기록했다. 뿐만 아니라 수강생 만족도도 평균 97%로 높은 편이다.
온라인 성인 교육 기업인 패스트 캠퍼스도 2021년 상반기 기업교육 매출액이 전년 대비 277% 성장했다. 코로나19로 기업들의 비대면 교육 수요가 늘어난 덕분이다.
언택트가 효과성이 낮다면 유료 언택트 교육 기업의 놀라운 성장세는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나는 언택트가 효과성이 낮은 것이 아니라, 언택트 상황의 특수성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생각을 한다. 또한 특수성을 반영한 경험 설계 역량과 온라인 라이브 도구의 활용 부족이 낮은 몰입과 낮은 효과성의 원인이라 생각한다. 반대로 말하면 언택트 러닝의 특수성과 어려움(Pain Point)를 이해하고, 그에 맞는 대안을 준비한다면 참여자의 몰입과 학습효과를 충분히 증대시킬 수 있다고 주장하는 바이다.
학습동기를 설명하는 이론 중에 자기결정이론(Self-Determination Theory)가 있다. 인간은 보상 등 외적인 동기와 심리적 욕구가 채워졌을 때 강화되는 내재적 동기가 있는데, 내재적 동기가 유발되기 위해서는 다음 세 가지의 심리적 욕구가 채워져야 한다. 첫째는 역량(Proficiency)이다. 인간은 자신의 삶과 환경을 통제하고 조정하여 자신이 원하는 결과를 만들고자 하는 욕구를 가지고 있다. 둘째는 자율성(Autonomy)이다. 인간은 자기 행동을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하고자 하는 욕구가 있다. 셋째는 관계(Relatedness)이다. 인간은 타인과 연결되기 원하며, 소속감에 대한 욕구가 있다.
언택트 상황에서는 위의 세 가지 욕구들이 채워지지 않아서 학습 동기가 향상되기 어려운데, 이와 연계하여 살펴본 언택트 전환의 핵심은 다음과 같다.
내게 도움되는
주도권이 부여된
참여하는
미국 시사주간지 <TIME>은 2006년 올해의 인물로 ‘당신(You)’, 즉 개인을 선정했다. “개인들이 소수의 권력자들로부터 권력을 쟁취했고, 개인은 세상을 바꿀 뿐 아니라 세상이 변화하는 방식마저 바꾸어 낼 것”이라고 말하며, 조직의 시대는 가고 개인의 시대가 이미 도래 했음을 강조했다.
모바일과 SNS(Social Networking Service)의 발달은 사람들의 사고방식과 생활을 혁신적으로 변화시켰고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잡노마드(자신의 의지에 따라 자유롭게 직업을 변경하는 사람), 밀레니얼 세대의 등장은 조직의 시대가 끝나고 개인 중심의 시대가 되었음을 보여주는 표지가 되었다. 즉, 조직이나 단체보다는 나 자신이 우선이고 나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 중요한 시대가 되었다.
언택트의 가장 큰 특성은 미디어를 통해 소통한다는 점이다. 노트북, 스마트 폰, 태블릿 등의 도구를 통해 접속하는데 참여자는 한 번의 클릭만으로 카메라와 마이크를 켰다 끌 수 있다. 이는 학습 장면에서 학습의 주도권이 학습자에게 넘어갔다는 점인데, 참여할 마음이 없는 이는 무슨 수를 써도 참여하게 만들기 어렵다.
학습자들은 언택트 상황이지만 ‘본인에게 도움이 된다’고 판단되는 상황이면 집중한다. 재미있거나 업무와 성장에 도움이 된다면 동기부여가 되며 자발적, 적극적으로 몰입한다는 의미다.
최근 교육 과정에 강점 진단을 기반으로 언택트 워크샵을 설계했다. Strength Finder 34라는 갤럽강점에 기반한 워크샵인데, 같은 강점 테마라도 함께 도출된 다른 강점테마가 무엇이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예를 들면 두 사람이 ‘최상화(Maximize)’를 제 1강점으로 가지고 있더라도 제 2강점이 대인관계 테마인 ‘긍정’을 가지고 있느냐 전략 강점인 ‘ 분석’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최상화가 발현되는 행동이 다르다는 점이다. 최상화 + 긍정을 가진 경우는 최상화 강점이 대인관계에서의 강한 열정과 성취 열망으로 나타난다. 더 많은 사람을 만나고 관계 맺고자 하는 행동으로 발현된다. 반면 최상화 + 분석을 가진 경우는 꼼꼼하고 철저함으로 나타나고, 관계는 상대적으로 중요하지 않은 요소로 여길 가능성이 많다.
이처럼 각 개인 고유의 특성과 강점을 설명하는 워크샵에서 참석자들은 놀라운 집중도를 보여주었다. 언택트 교육이지만 대부분 모니터가 뚫어질 정도로 교육에 집중했고 ‘강점 설명을 보니 나보다 나를 더 잘 아는 것 같았다’는 의견도 많았다. 본인도 몰랐던 자신을 발견하고 도움이 된다고 느끼니 놀라울 정도로 몰입할 수밖에.
다니엘 핑크의 책 <드라이브>에서는 ‘동기부여 3.0’에 대한 개념이 나온다. 동기부여 1.0은 생존, 즉, 생물학적 존재로서 생존을 위한 투쟁으로 1차적인 동기부여 요소이다. 동기부여 2.0은 산업화 이후 물질적 풍요를 만든 외적 동기부여 요소인데, 금전적 보상 등 강력하지만 인간을 수동적으로 만드는 동기부여로 지속성 또한 떨어진다. 그렇다면 동기부여 3.0은 무엇일까? 바로 내적동기를 의미한다. 내적 동기의 운영체계는 스스로 가치와 의미를 느껴서 ‘선택’하는 내재적 동기요인으로 그 일 자체가 보상이 되는 동기요인을 의미한다.
인간은 스스로 선택함으로써 내적인 동기부여를 갖는다. 언택트 상황에서는 참여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내적인 동기부여 3.0 수준에 도달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할 필요성과 의무가 있다.
L사가 메타버스에서 진행하는 Career On 교육에는 사내전문가와의 대화 프로그램이 있다. 참석자는 세 명의 전문가 중 본인이 선택한 소그룹에 들어가 커리어에 대한 조언을 얻는다. 이 프로그램의 특이한 점은 전문가 세 명 중 두 명만 선택한다는 것이다. 본인이 선택한 두 명의 전문가만 만날 수 있고, 못 만난 한 명은 아쉬움의 영역으로 남긴다.
인간은 스스로 선택한 것에 의미를 부여하고 몰입하기 때문에 예상대로 참석자들은 본인이 선택한 전문가와의 시간을 소중하게 생각했다. 가끔 어떤 참석자는 전문가 세 명을 모두 만날 기회를 요청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프로그램 포맷을 바꾸진 않는다. 이미 언급했듯, 인간은 본인이 선택한 것들에 대해서만 가치를 부여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관성의 법칙이란 운동하는 물체는 계속 그 상태로 운동하려고 하고, 정지한 물체는 계속 정지해 있으려고 한다는 이론이다. 언택트에서도 관성의 법칙이 있다. 다른 참가자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침묵의 군중에 머물러 있다 보면 참여하지 않는 것이 당연하게 느껴진다. 반면, 채팅이나 육성으로 한 두번 참여하다 보면 어느 순간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몰입한다. 따라서 언택트에서 기획자가 고민해야할 지점은 참석자들이 어떻게 ‘지속적으로 참여’하는 관성을 만들 것인가라는 점이다.
마켓 3.0의 저자인 필립 코틀러는 이렇게 말했다.
“내게 말해보라. 그러면 잊어버릴 것이다.”
“내게 보여주라. 그러면 기억할지도 모른다.”
“나를 참여시켜라. 그러면 분명히 이해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