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올 한 해를 돌아보며
올해 유독 시간이 너무 빨리 간다는 말을 많이 한 것 같다. 옛날에는 그래도 한 달 단위로 빨리 간다고만 생각했던 것 같은데, 이제는 한 달도, 1주일도, 하루도 정말 빨리 흘러간다. 이렇게 시간이 빨리 흘러도 되나 싶을 만큼, 그리고 가끔은 시간이 조금 느리게 갔으면 좋겠다는 마음까지 들게 한다.
2021년이 6시간도 채 안 남은 시점에서 이 글을 쓰기 시작했다. 사실 이 글을 쓰기 전에 다른 글을 쓰고 있었는데, 잠시 내려놓고 새로운 글을 열었다. 내가 돌아보는 2021년에 대한 회고는 2022년이 되는 순간부터 조금씩 희미해질 것만 같았다.
재미로 먼저 돌아보는 2021년
1) 올해 재밌게 본 프로그램: 넷플릭스 오징어게임
2) 올해의 여행지: 제주, 정선
3) 올해 잘했다고 생각한 것: 스마일 라식
4) 올해 느꼈던 작은 성취감: 졸업 논문 제출
5) 올해 느꼈던 감동: 도쿄 올림픽 여자 배구
6) 올해의 제품: 애플워치
7) 올해의 달: 5월
나의 2021년은 페이히어와 함께 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회사가 내 삶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작년 11월 중순 경 입사해서 올해 1년을 꽉 채워 다니면서 회사도, 나도 많이 변했다.
10명 규모였던 페이히어는 수많은 지원자 분들을 만나고 거쳐 50명 규모의 조직으로 성장했고, 최근 100억 규모의 시리즈 A 투자 유치를 마무리하며 더 빠른 성장을 기대할 수 있는 스타트업으로 거듭났다. 더욱더 많은 고객들과 함께하면서 더 많은 책임감을 가지면서도, 동시에 더 많은 도움을 드릴 수 있는 회사가 되어가고 있다.
올해 초만 해도 People&Culture 포지션은 없었다. 회사 차원에서 내 커리어를 그릴 수 있는 기회를 다양하게 주셨고, 그 기회 덕분에 올해 2월 정도부터 P&C 에 대한 본격적인 설계를 하기 시작했다.
약 10개월 간 P&C 포지션을 혼자 전담하며 느낀 점은 다음과 같다.
1. 피플 앤 컬쳐, 즉 인사 포지션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deep 하고, 어려운 분야였다.
‘인사가 만사다’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니었다. 모든 일은 사람이 하는 것이다 보니, 사람 문제는 언제든 다양하게 발생할 수 있다. 무엇보다 50명 규모의 조직일 경우, 50명의 사람들이 모두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다. 사람과 문화가 좋아서 이 포지션을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사람들의 문제를 푸는 것이, 그리고 더 좋은 문화를 만들어가는 것이 정말 어렵다는 것을 느꼈다. 어떤 새로운 무언가를 시도해보려고 해도, 그 반대의 의견을 가진 사람들은 분명히 있기 마련이고, 이런 피드백을 들을 때마다 마음이 어려워진다.
지금은 내가 피플 앤 컬쳐 포지션 안에서도 채용, 온보딩, 사내 문화, 내부 제도, 인사 및 노무 이슈 등 다양한 영역을 다루고 있는데, 각 영역 안에서도 세부적으로 다뤄야 할 부분들이 정말 정말 많다.
채용을 예를 들면, 단순히 공고를 열고, 면접을 보고, 최종 합격을 제안하고, 최종 합류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각 팀별로 필요한 포지션을 적절히 설계하고, 그에 따른 적절한 채용 루트를 발굴하고, 각 전형별로 프로세스를 체계화하고, 좋은 면접 경험을 고민하고, 적절한 처우를 협의하는 과정이 있고, 각 지원자 분들에게 최대한의 공을 들여야 한다. 좀 더 큰 규모의 회사에서는 이 모든 과정에서 hiring manager, recruiting manager, recruiting coordinator 등의 인력과 함께 좀 더 세부적이고 체계적인 채용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운영하고 있었다. 아직 우리는 인력적인 부분에서 이 부분이 충족되지 않아 좀 더 고도화된 채용이 어려운 점이 있었지만, 50명까지 스케일업하는데 있어서는 나름 괜찮은 체계를 만들었다고 합리화(ㅎㅎ)하면서도 다른 회사들을 보며 배울 점들이 참 많았다.
2. 어떤 일이든 long-term 하게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지만, 나에게 참 어려웠다.
P&C라는 포지션을 처음 설계할 때는 ‘기획’이라는 단계가 대부분이었다. 처음에는 아무런 체계가 없었기 때문에 어떤 체계를 잡기 위해 고민하고, 리서치하고, 하나씩 만들어가는 과정이 위주였다. 그리고 이 과정이 재밌었다.
그런데 어느 정도의 체계가 잡히고, 채용이 회사의 중요한 과제가 되면서 채용 업무들이 미친 듯이 늘어났다. 포지션을 새로 열고, 지원자 검토를 하고, 면접을 제안하고, 면접을 진행하고, 결과를 안내하는 반복적인 과정들이 어느새 나의 주요 업무가 되었다. 채용을 함에 있어서 이러한 업무들이 필수적으로 필요하기는 하지만, 이 업무만을 계속해서 진행하다 보니 이러한 업무 외적으로 고민이 필요한 일들을 할 여유가 점점 사라졌다.
무엇보다 인력 부족이 문제였다. 채용을 전담해서 일을 하는 사람이 혼자다 보니, 일을 나눌 사람이 필요했다. 그런데 눈앞에 해결해야 하는 일들이 워낙 많았고, 이 일에만 집중하다 보니 문제가 지속되었고 채용에 대한 좀 더 deep 한 고민, 회사 내부 제도 및 문화에 대한 고민을 하지 못하는 문제들이 발생했다.
만약에 내가 눈앞에 있는 일들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이런 문제들이 발생할 것을 예상해서 미리 대비가 되었더라면 나는 지금 다른 고민을 하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나의 일을 함께 나누고 좀 더 생산적인 고민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나에게 만들었어야 하는데, 그 준비가 굉장히 늦게 진행되어서 여태까지 나에게 오히려 스트레스를 좀 더 주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눈앞에 있는 일을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도 더 멀리 바라보는 일이 어쩌면 더 중요하고 성장하는 데 더 필요한 일이라는 것을 많이 배웠다.
3. 나는 앞으로 더 많은 성장통을 겪을 것 같다.
이미 체계화가 많이 되어 있는 회사보다 스타트업에 있을 때 장점이자 단점인 부분은 처음부터 빌드업해야 하는 부분이 많다는 것이다. 처음부터 모든 프로세스를 직접 기획하고 이런저런 시행착오를 겪으며 다양한 일들을 해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동시에 이런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 때 느끼는 혼란, 스트레스, 부담이 분명히 있다.
피플 앤 컬쳐 영역을 설계하면서 여태까지 다양한 일들을 해오고 만들었지만, 그 안에서 개선해야 할 부분이나 앞으로 해야 할 부분들이 너무나 많다. 내부 인원이 더 많이 늘어날수록 만들어야 하는 부분들은 더 많이, 더 빨리 생길 것이다. 이 과정 속에서 나에겐 분명히 어려운 점들이 많을 것이고, 그에 따른 성장통도 분명히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내가 다른 사람에게 위임할 부분이 있다면 미련 없이 잘 위임하고, 나의 포지션을 더 명확히, 그리고 더 멀리 바라보며 가져가는 것도 필요하다.
사실 내년이 벌써 약간의 부담감으로 다가올 때도 있는데, 내가 가진 이 부담감이 어떻게 보면 나에게 더 많은 경험을 해볼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것으로도 생각하고 있어서, 더 열심히 해보자 다짐하고 있다.
돌아보면 올해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다.
커리어적으로 People&Culture이라는 포지션을 새롭게 마주했고, 이사를 했고, 새로운 만남이 있었고, 좋은 곳도 많이 다녔고, 오랜 시간 몸 담았던 학교도 이젠 졸업 준비를 마쳤다. 내 인생에 있어서 새로움이 많았던 해였다. 그만큼 다채로움도 있었고, 신선함도 있었고, 동시에 벅참과 힘든 점도 있었다. 나에게 많은 책임과 권한이 주어지는 만큼 다양한 경험이 따라왔고, 이는 가끔씩 어려운 상황들을 동반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다양한 분들께서 많이 도와주신 덕분에 올해도 감사하게 한 해를 마무리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나보다 경험이 많으신 분들이 직접 경험하셨던 부분들을 공유해주시면서, 나에게 좋은 리소스를 주시는 것들이 정말 감사했다.
나는 내가 잘하는 점보다 부족한 점을 많이 보는 편이다. 그래서 늘 나 자신이 아쉽다. 부족한 점은 한없이 많이 보이는데, 그 점들을 메꾸는 연습이 아직 너무 부족해서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거나, 일을 더 현명하게 하는 방법을 놓치곤 한다. 나 자신을 다독여주지 못할 때, “예지님 덕분에 지금 사무실 자리가 꽉 찼어요”라는 동료 분의 말씀이나, “예지님 덕분에 채용을 잘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라는 말씀은 나에게 작은 힘이 되었다. 난 한 번도 어떤 새로운 동료의 합류가 내 덕분이라고 생각해본 적은 없는데, 내가 회사에서 신경 쓰며 하는 여러 일들이 회사에 작은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심어주셔서 이 마저도 감사할 따름이다.
아직 해야 할 것도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너무 많다.
올 한 해 동안 다양한 일들을 해왔지만, 내가 여태까지 다룬 건 정말 매우 일부분일 뿐이다. 약 1년 동안 새로운 포지션의 일을 해오면서 일이 꽤 잘 맞아서 다행이고, 그래서 더 즐겁고 행복했다. 어느 일이나 힘든 점은 있기 마련이고, 경험이 쌓이면서 그런 힘든 점도 현명하게 이겨낼 수 있는 힘을 가져다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성장하는 회사에서 나와 잘 맞는 일을 만난 것, 갓 시작한 신입에게 굉장한 기회와 책임, 권한이 주어진 것, 좋은 동료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있는 것, 탁월한 동료들과 함께 일하며 동기부여받을 수 있는 것, 더 큰 성장을 기대할 수 있는 것은 내가 페이히어라는 회사를 통해 얻을 수 있었고, 앞으로 더 많이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부분이다.
올해 몇 번의 회고를 하면서 일을 똑똑하게 잘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는데, 올해를 마무리하면서 돌아보면 이 점을 내가 현명하게 수행하지는 못했던 것 같다. 이 점을 개선하기 위해서 나 스스로를 객관적이고 냉철하게 평가했고, 내년엔 좀 더 현명한 사람이 될 수 있게 노력해보려 한다.
곧 맞이하게 될 2022년에는,
책을 많이 읽고 싶다.
리더가 되는 연습을 조금씩 하고 싶다.
고민하는 일을 많이 하고 싶다.
글을 더 많이 쓰고 싶다.
몸과 마음이 건강한 일상을 살고 싶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더 행복한 일상을 그리고 싶다.
나의 이 다짐과 그에 따른 실천들이 나를 어떤 삶으로 이끌어줄지는 나도 아직 잘 모르겠다. 더 다채로울 2022년을 위해, 올 한 해도 수고했다고 다독여주고 싶다. 오늘 하루만큼은!
행복과 건강한 성장통의 여정에 함께한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