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도아 Nov 05. 2021

손해보지 않는 연애라는 게

언니가 보기에도 제가 너무 이중적인가요?




언니, 답장이 너무 늦었죠. 언니의 편지를 보면서 숨통이  트이는 느낌이었어요. 이런 생각을 나눌  있다는 , 정말이지 감사해요.


고민이 좀 있었어요. 최근 오랜만에 대학 동기들을 만났는데 자연스럽게 연애, 결혼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프러포즈를 받은 채로 날짜를 기다리는 친구도 있었고, 남자에게 쎄게 데인 채로 연애를 쉬겠다 선언한 친구도 있었어요. 이런 이야기가 자연스럽다니 이제 나도 조금은 나이를 먹었구나 싶더라고요. 이제 슬슬 제 친구들은 모두 결혼을 하고, 아기를 낳고, 그렇게 점점 저랑 멀어지는 기분이에요. 이 순간들이 훌쩍 지나면 내가 비주류인가, 하는 생각에 잠 못 드는 때가 오겠죠? 몇 살 때까지 결혼이라는 단어를 가볍게 이야기할 수 있을까요.


연애라는 게 참 어려워요. 이 편지도 썼다 지웠다를 너무 많이 반복했어요. 저는 제가 독립적인 사람이라 생각했는데, 남자 친구를 보면 잔뜩 기대고 싶어요. 그러다가도 그 사람이 저를 애기 취급하면 또 싫더라고요. 단단해지고 싶은 나의 마음과 연인 앞에서 약해지는 나의 마음이 자꾸만 충돌해서 진짜 내가 어떤 사람인가, 헷갈려질 지경이에요.


요즘 인터넷을 보면 다들 손해보지 않으려고 하잖아요. 데이트 통장, 반반결혼, 반반육아, 셀프효도 같은 것. 특정 성별이라는 이유만으로 참고 감내해야 했던 것들이 너무 많았던 시간들이 지나 지금이 되었을텐데, 결혼을 생각하게 된 지금 이러려면 사랑할 필요가 있을까, 싶어요. 그래서 비혼이 늘어난 걸지도 모르겠네요.

 화를 내지 않고 대화할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 하더라고요. 특정 손 모양이, 특정 단어가, 내뱉은 사람의 의도와 상관없이 ‘남녀혐오’가 될 수도 있는 세상이에요. 어떤 대화들을 보다 보면 이런 세상에서 사랑을 나누는 게 가능한가 싶어요. 그러다 남자친구를 만나면 그런 건 중요하지 않게 되더라고요. 효율을 따지는 저한테 남자친구가 그런 말을 한 적이 있어요. '내가 널 사랑해서 그렇게 하고 싶다는데, 왜 자꾸 효율을 얘기해. 효율은 우리 사이에선 필요가 없는 거야.'라고, 그 순간에 제가 좀 부끄러워졌어요. 나만 되게 속 좁은 사람 같고. 이렇게 하나하나 따지고 드는 게 나를 위한 일인가, 행복한 연애가 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


 어떤 태도를 가지고 연애를 해야 괜찮은 연애인지 잘 모르겠어요. 인터넷을 보다 보면 내가 하는 연애가 사람들이 말하는 xx녀인가, 싶을 때도 있어요. 저는 남자친구가 해주는 양보와 배려가 좋고, 남자친구가 집에 바래다주는 것도 좋고, 제가 가끔 억지를 부려도 받아주는 남자친구가 좋거든요. 언니가 보기에도 제가 너무 이중적인가요? 언니는 어떤 연애를 하고 있어요?

매거진의 이전글 과연 우리가 원하는 게 노브라일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