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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화 Oct 25. 2023

강아지와 산책하다가 119에 신고한 이유

아저씨를 만난 것은 특별한 일이었다. 포니와 산책하지 않았으면 만나지 못했을 테다.


해가 땅을 데우기 시작했을 즘이었다. 포니와 함께 하천의 교량 밑을 지나가고 있었다.


저기요! 119…….

지금 119라 한 건가?


이어폰을 빼고 뒤를 돌아봤더니 빨간 모자를 쓴 아저씨가 말끝을 흐리며 나를 쳐다보았다. 개천가에 걸터앉아 있던 그는 약간의  취기가 있어 보였다. 경계심에 가까이 다가서진 못하고 흘낏 쳐다보았다.


자전거랑 가방이 물속에 빠졌어요. 휴대폰도 가방 안에 있어서 그런데 119에 신고 좀 해주세요.


무척 당황스러웠다. 119에 신고해 본 적도 없었을뿐더러 이런 일로 신고해도 되나 싶었다.  자세히 보니 자전거는 1m 넘는 곳에 빠져있었고 아저씨 얼굴엔 상처가 나 있었다.


하이고 다치셨어요?


다친 얼굴과 상황을 보고 신고를 결심했다.


아이 다치진 않았는데 창피하네.


아저씨의 얼굴엔 붉은 술자국이 남아있었다. 살짝 풀린 눈은 누가 봐도 취한 사람 같았다.


119 부르면 돈 내라고 하려나. 그런데 내가 건질 수가 없으니 좀 불러주세요.


119에 전화해 위치와 상황을 설명하였다. 전화만 하고 가려했지만 구조대에서 근접해질 때 위치를 말해달라 하였다. 어쩌다 보니 그곳에서 함께 구조대를 기다리게 되었다. 평소 정적을 잘 참지 못하는 나는 먼저 말을 건넸다.


다치셔서 어떻게 해요. 그런데 혹시 한잔하셨나요?

네 맞아요.


아저씨는 머쓱한 미소를 띠었다.


새벽에 자전거 타고 한강에 갔다가 술 좀 마셨습니다.

술 마시고 자전거 타면 안 되니깐 자전거 끌고 걸어오다가…….

아이고 어쩌다가 자전거 끌고 술을 드셨어요. 저희 아버지랑 연배가 비슷해 보이시는데 자녀는 있으세요?


아저씨는 말할 때 아랫입술이 삐죽 나오곤 했다. 나는 아저씨의 말을 듣다가도 주욱 하고 나온 입술을 쳐다보았다.


아이유. 돈 없어서 장가도 못 갔어요. 아버지는 나이가 어떻게 되시는데. 


아저씨와 아빠는 동갑이었다. 그래서일까 마음이 더 무거워졌다.


어쩐지 아가씨한테 부탁하고 싶었어요.


또다시 정적이 흐르려던 차에 구조대에서 전화가 왔다. 나는 아저씨에게 잠시 앉아 계시라 하고 소방차가 있는 곳으로 갔다. 소방관들께 위치를 설명해 드리고 아저씨에게 달려갔다.


이제 구조대 올 거예요. 저는 가볼게요.

아 정말 고맙습니다.


나는 양손으로 아저씨의 손을 잡았고 황달기 있는 눈을 바라보며 말하였다.


힘내세요. 잘 될 거예요. 저 가볼게요. 


나는 뒤를 돌아보지 않고 포니와 걸어갔다. 아저씨가 자전거를  끌고 왔을 길로 걸어갔다. 아저씨가 달린 새벽을, 한강 다리 아래 마셨던 술을, 구조대 부르면서 했을 돈 걱정을 잠시 생각했다. 아저씨는 다치지 않았다고 했지만 군데군데 상처가 나 있었다. 분명 아팠을 상처. 그 길을 지나갈 때마다 떠오른다. 그때보다 행복해지셨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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