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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밤은부드러워 May 04. 2019

오프라인 플랫폼 사고방식

도쿄의 흥미로운 매장들


도쿄 여행의 재미 중 하나는 다양한 컨셉의 오프라인 샾입니다. 전해 내려 오는 브랜드의 헤리티지를 고집스럽게 추구하는 클래식 샵과 개인의 개성을 과잉 표출하는 편집샵 등이 대표적입니다. 한 가지 제품에 오롯이 집중하거나 의외의 두 가지 이상의 제품을 결합시킴으로써 도쿄는 다양한 카테고리의 샵을 만들어냈죠.


비즈니스의 초점이 온라인으로 대거 이동해가고 있는 와중에 도쿄는 역설적으로 어떻게 해야 고객을 오프라인 매장으로 끌어 올 수 있을까? 밖으로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를 고민했습니다. 도쿄의 오프라인 공간 혁신의 본질은 플랫폼 사고방식에 있습니다. 팔리는 제품에 대한 초점이 아닌 팔리는 공간에 대한 초점입니다.


특정 제품을 파는 것이 아닌 매력적인 공간을 구성하여 고객을 끌어들이고 그곳에서 디테일하게 계획된 고객 경험과 그 경험에 걸맞은 다양한 제품을 제안하는 것입니다. 아마존과 페이스북이 성공적인 온라인 플랫폼을 만들어냈다면 도쿄의 매장들은 오프라인의 플랫폼화에 집중했습니다. 그중 츠타야 서점이 대표적입니다.


책과 술을 같이팔기도 하고, 자동차 용품과 책이 공존하기도 한다. (츠타야서점)



무궁무진한 결합의 장소, 츠타야 T-SITE


츠타야 서점은 이미 국내 많은 매체에서 성공사례가 소개되어 한국이들에게도 유명한 서점입니다. "서점은 서적이 아니라 제안을 다뤄야 된다."라는 츠타야 CEO 마스다 무네아키의 이 말은 서점의 공간 구성을 완전히 다른 유형으로 탈 바꿈 시켜버렸죠.


제안을 팔아야 한다(?)라는 말은 사실 조금은 추상적인 개념입니다. 서점이라는 제한된 공간에서 기존 비즈니스와는 다른 고객 경험을 제시하는 것 역시 어려운 일입니다. 변화된 공간 구성을 통해 고객에게 색다른 느낌을 줄순 있어도 "실질적인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느냐는 또 다른 이야기입니다. 고객은 가치를 이해할때에만 그곳을 재방문하기 때문입니다. 추상적이고 애매한 사고는 결코 비즈니스계에서 살아남을 수 없는 법이죠.



그렇다면 츠타야의 제안은 어떤 함의를 담고 있는 것일까요? 이른 아침부터 도쿄 다이칸야마의 T-SITE를 방문했습니다. 츠타야와 별개로 다이칸야마는 도쿄 내에서도 상당히 조용한 구역으로 손꼽힙니다. 고즈넉한 분위기에 다양한 브런치 카페와 갤러리가 운집해있습니다. 도쿄에 방문할 일이 있다면 꼭 한번 방문하기를 추천드립니다.



T-SITE의 공간 구성은 카테고리가 아닌 책의 주제에 따라 구획됩니다. 서적, 잡지, 문구류 등으로 나뉘는 단순 구획이 아닌 이를테면 자동차라는 주제를 구심점으로 차에 대한 잡지, 에세이, 피규어, 자동차 용품 등이 모여있는 형식입니다. 다른 주제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여행이라는 주제에 발맞추어 잡지와 서적뿐만 아니라 여행에 필요한 다양한 소품이 동시에 판매되고 있습니다. 하나의 주제로 엮어진 제안을 제시하고 있는 것입니다.


서점을 찾는 고객은 책이 아닌 자동차라는 디테일하게 엮어진 제안을 사게 됩니다. 사실 이전의 서점의 공간 구성은 공급자 입장에 조율되어 있었습니다. 분류의 편의성을 고려하여 카테고리를 분류하였고 책과 잡지 그리고 문구점과 서점의 공간을 별개로 두었습니다. 츠타야는 다르게 생각했습니다. 서점을 책이 아닌 주제를 기준으로 생각한 것입니다. 실제로 방문해본 츠타야의 공간 구성은 확실하게 취향 중심적 이었습니다.


자동차 용품을 한 공간에서 볼 수 있습니다.


츠타야가 또 다르게 고민했던 부분은 생활 속의 서점입니다. 서점과 카페 & 레스토랑의 콜라보입니다. 도쿄의 다양한 츠타야 서점을 방문해보면 서점 안에 꼭 카페와 음식점이 있음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것도 서점과 음식점이 별도의 공간에 나뉘어 있는 것이 아니라 한 공간아래 묶여있습니다.


커피를 마시면서 책을 볼 수 있고, 맥주를 마시면서 책을 골라볼 수 있습니다. 어찌 보면 참 대단한 발상입니다. 사실 서점 입장에서 음식과 서점을 동시에 다룬다는 것은 곤란한 일일 것입니다. 하지만 츠타야는 고객의 입장에서 어떻게 하면 더 편안(comfortable)하게 울림을 줄 수 있을 것인가 고민했습니다. 고객을 편안한 상태로 유도함으로써 책에 대한 경험을 긍정적으로 기억시키고 그 결과 고객의 재방문을 효과적으로 늘리는 것이죠.


음식점과  츠타야 서점의 콜라보


제안으로 엮어진 다양한 콜라보레이션 외에 츠타야 서점은 비즈니스 인사이트를 얻기에 훌륭한 공간입니다. 도쿄를 방문할 일이 있으시다면 도쿄의 다양한 위치에 마련된 츠타야 서점을 꼭 방문하시길 추천합니다. 츠타야 서점은 고객의 "쉼"에 대한 다양한 고민 묻어나오는 공간으로 참 사려깊은 브랜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공간에 대한 화학적인 결합, 아오야마 플라워 마켓.


트렌디한 도쿄에서도 특히 주목할 만한 곳은 단연 오모테산도입니다. 한 없이 시끌벅적한 신주쿠와 시부야 등의 전통적인 시가지와 다르게 오모테산도는 서정성과 다이나믹이 동시에 결합되어있는 매력적인 장소입니다. 신주쿠와 시부야가 명동과 홍대에 비유된다면 오모테산도는 신사동과 청담동쯤에 비유될 수 있습니다.


계단을 따라 오모테산도 역을 쭉 올라오면 아오야마 플라워 마켓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 곳은 다채로운 꽃과 함께 다양한 꽃잎 차를 마실 수 있는 결합형 티 하우스입니다. 이미 한국 여성분들에게 핫플이 되어버린 이 곳은 이른 점심시간임에도 불구하고 길게 줄을 서고 있었습니다.



향긋하게 섞인 꽃 향기가 마켓 입구부터 고객을 맞이했습니다. 플라워 마켓 내부에는 계절에 맞는 꽃, 사랑과 우정 등 꽃말에 맞는 꽃, 다양한 종류의 플라워 액세서리 등이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더 안 쪽에는 고객들이 차를 마시고 간단한 음식을 먹을 수 있는 Tea house 공간이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여성분들은 자유롭게 매장을 돌아다니며 꽃을 감상했고 인증 샷을 찍었습니다. 여성분들이 좋아할 수밖에 없는 장소구나 싶었습니다.



사실 꽃과 티의 컬래버레이션은 각기 다른 제품의 단순 결합이 아닙니다. 꽃을 통한 공간 구성을 통해 타깃 고객을 끌어들이고 Tea라는 매게를 통해 고객을 공간에 편안하게 머무르게 하여 최종적으로 충분한 꽃 감상을 통해 고객의 꽃 구매 가능성을 높이는 선순환 구조입니다.


기존 플라워 샾의 가장 큰 장벽은 강제성에 있습니다. 구매가 아닌 단순 꽃구경이 목적인 고객은 플라워 샾에 쉽게 발길을 들이지 못하게 됩니다. 플라워 샾의 공간 목적이 "selling"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입니다. 반면 아오야마 플라워 마켓의 공간 목적은 철저히 고객 경험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구매에 대한 강제성이 없으니 고객들은 쉽게 플라워 마켓에 접근할 수 있는 것이죠.


더 중요한 점은 내부를 가득 채운 꽃을 보며 향긋한 차를 마시는 공간에 대한 경험은 고객에게 잊기 어려운 추억이 되고 매장 재방문율을 높인다는 것입니다. 플라워 마켓은 고객 진입장벽이 높은 꽃집을 티 하우스라는 형식으로 엮어냄으로써 고객이 자유롭게 왕래하는 오프라인 플랫폼을 만들어낸 성공사례 중 하나입니다.




가치를 더하는 것이 아니라 곱하는 것


유튜브, 넷플릭스, 아마존 등 정보와 쇼핑의 소스가 온라인화 되고 있는 시점에서 오프라인에 대한 고객 수요는 급감했습니다. 제품과 서비스는 온라인으로도 충분히 더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습니다. 도쿄가 주목한 방식은 제품에 대한 방식이 아니었습니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각도의 빛을 비추고 시대 상황에 보다 적합한 방향성을 부여했습니다.


제품이 아닌 공간의 구성에 초점을 둠으로써 그들은 전 세계의 관광객을 끌어들였고 소비의 흐름을 분산화시키는 데 성공했습니다. 그중 커넥션과 컬래버레이션은 도쿄가 선택했던 가장 성공적인 방식이었습니다. 하드웨어의 결합이 아닌 그 속에 담긴 소프트웨어의 화학적 결합을 통해 그들은 흥미로운 고객 경험을 제시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결합을 통해 각자의 콘셉트가 아닌 결합된 정돈된 메시지를 만들어내고 전달해낼 수 있는가가 성공적인 커넥션의 관건입니다. 가치와 가치가 더해지는 게 아니라 화학적으로 곱셈이 되는 것입니다. 성장이 정체되고 있는 한국시장에서 역시 다양한 커넥션의 니즈가 대두되고 있습니다. 도쿄를 방문해야 될 이유 중 하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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