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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으니은 Sep 05. 2022

태몽, 그리고 첫 임테기

임신 준비 2

8월 산전검사 이후

새 생명을 위한 우리 부부의 열심! (ˊσ̴̶̷̤σ̴̶̷̤ˋ).*.

한방에 임신에 성공하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글들이 많았다. 한 번에 성공하는 건 정말 축복이 아닐까! 처음은 항상 기대되고, 혹시나 하는 마음은 점점 커졌다. 그래서인지 다른 때보다 내 몸에 더 예민했고, 이전과 다른 몸의 변화가 조금이라도 있으면 혹시.. 하는 생각에 빠졌다. 먼저 임신에 성공해 막달을 향해 달려가는 친구의 조언과 무수한 정보의 바다인 유튜브를 통해 임신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 또 임신 극초기 때의 증상들을 알아보았다.

그리고, 우리 부부가 노력하기로 마음먹은 날! 남편은 꿈을 꾸었다고 한다. 우리는 이 꿈이 태몽이 아닐까 생각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집에 가마솥이 있었는데, 그 위에 커다란 거북이가 올라가 있었다고 한다. 그때, 남편이 빨간 소쿠리로 거북이를 잡았다고 한다. 아침에 눈 뜨자마자 꿈 이야기를 해주었는데, 우리는 태몽이라며 즐거워했다.


 또 다음 날에는 내가 꿈을 꾸었다. 우리 집에 잎이 다 떨어져 버린 마오리 소포라가 있는데(이건 꿈이 아님), 그 마오리 소포라와 몬스테라가 꿈에 나왔다. 그런데 마오리 소포라와 몬스테라 잎마다 파릇파릇 새싹이 마구마구 올라오고 있었다. 꿈속에서 남편에게 "오빠! 드디어 새싹이 나와!" 하며 신나 했다. 아침에 또 눈을 뜨자마자 남편에게 말했다. 또 태몽이라며 즐거워했다.


 그런데 이틀 후쯤, 남편이 또 다른 꿈을 꾸었다. 새끼 돼지가 집으로 들어와 우리 방으로 쏙 들어왔다는 꿈이었다. 이 꿈이 모두 태몽이라며 즐거워했는데, 태몽을 이렇게 많이 꾸는 건 이상하지 않나.. 생각했다. 태몽이든 아니든 기분 좋은 꿈이었으니 그거면 되었다.

평소 꿈을 믿진 않지만, 아가가 곧 올 것 같다는 느낌은 왜였을까. 왠지 하나님께서 너무 걱정하지 말고, 즐겁게 기다리고 있으렴 하고 주신 꿈들이 아닐까 남편과 얘기했다.

요 며칠 내 몸에 대해 초 극 예민이었던 나. 낮잠을 자지 않는 나인데, 괜스레 졸렸고, 생리 예정일이 한참 남았는데 가슴이 아파오고, 원래 기초체온이 높긴 했지만 꾸준히 37도가 넘어있었다. 엄청난 써칭으로 어쩌면 진짜 한방에 임신이 아닐까 점점 확신까지 생기게 되었다. 증상 놀이 나도 하고 있네 ㅎㅎ

마음이 조급해졌다. 병원에 가면 확실히 알 수 있지만, 내 단순한 추측만으로 병원에 가기엔 너무 귀찮았다. 검색해 보니 얼리 임테기가 있더라. 생리 예정일보다 5~7일 전 빠르게 검사할 수 있어서 임테기 앞에 '얼리'가 붙는다. 내일이면 약국에서 살 수 있었는데, 왜 갑자기 조급한 마음에 불이 붙었을까. 저녁 산책 겸 나간 김에 편의점에서 얼리 임테기를 샀다. 내 인생에 임테기를 내손으로 사는 날이 오다니!! 계산하는데 조금은 쑥스럽고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중요치 않다. 제발 두 줄이 떠주길 바랐다.

막상 임테기를 사용해 보려고 하니, 생리 예정일 7일 전보다 한참 일렀다. 조금만 더 참았다가 해보자 하고 며칠을 보냈다. 그래도 예정일 7일 전은 까마득했다. 증상 놀이는 더 심해져 가고, 성격 급한 나는 어느 날 아침, 얼리 임테기로 테스트를 해보았다. 결 과 는?​


아주 단호하게 한 줄! 그러지 않으려고 했는데, 기대감이 제법 커져있어서 아쉬움도 제법 컸다. 앞으로는 평정심을 좀 갖자 다짐을 하며. 내가 이렇게나 임신을 기다리고 있었나 또 생각했다.

임테기의 두 줄을 보는 날이 곧 오겠지. 너무 기쁘면서 신기할 것 같다. 누군가에게 자랑하고 싶어 안달이 날 것 같기도 하다. 벌써 부모님께 서프라이즈 임밍아웃을 하는 신나는 상상을 하는 중이다. 생각만 해도 기쁘고 감격스럽다.


유튜브에 올라온 임밍아웃 영상들엔 임신 소식을 알리며 눈물을 흘리는 가족들의 모습이 있었다. 왜 아이를 가졌다는 소식에 기쁨의 눈물을 흘릴까 의문이었는데, 그만큼 새 생명을 가진다는 것이 기적이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우리의 첫 시도는 두 줄을 보지 못했다.

오늘도 설렘을 가지며 기대한다. 조금씩 더 성숙해지고, 부모로서 살아갈 준비를 하고 있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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