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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온 May 19. 2022

실수노트 vs 체크리스트

실수를 기억하는 두 번째 뇌 찾기


무슨 문제든 해결 방법은 한 가지만 있지 않습니다.

실수를 줄이는 방법도 마찬가지입니다. 장단점이 서로 다르므로 자신에게 필요한 방법이 무엇인지 알아야 합니다. 그래서 오늘은 실수를 줄이는 두 가지 도구, 체크리스트와 실수노트의 차이점을 알아보겠습니다.






짚고 넘어갈 점이 있습니다.


체크리스트와 실수노트, 꼭 써야 할까요?

귀찮게 일일이 기록하다가 시간만 낭비하는 거 아니냐고요? 그렇다면 이 방법을 써봅시다.



0. 뇌에 힘줘서 실수 참기(?)

가능하다면 가장 효율적인 방법


사람이라면 실수했을 때 부끄러움을 느끼고 반성을 하지 않겠어요?

필요한 것은 오직 자신의 잘못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다시는 잘못을 하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자세입니다. 준비물이 필요하지 않고 시간도 오래 걸리지 않으니 굉장히 효율적인 방법입니다.


하지만 실수가 잦아서 고민인 사람 대부분에게 이 방법은 신통치 않았을 겁니다. (기록 따위 하지 않아도 실수 하는 사람 부러워요...)



하도 실수해서 나도 나를 못 믿겠다 싶지 않아요? 그렇다고 다른 사람한테 매번 감시해 달라고 할 수도 없죠. (그걸 바라는 사람도 없을 테고...)


그래서 우리에겐 두 번째 뇌가 필요합니다.

모든 실수를 애써 기억할 필요 없이, 저장해둔 지식을 꺼내 볼 수 있게요. 두 번째 뇌는 바로 기록입니다.




두 번째 뇌 = 기록

실수를 줄이기 위한 기록은 2가지가 있습니다. 체크리스트와 실수노트.

필요한 상황을 구분하는 기준은 ‘업무의 반복성’입니다. 비슷한 업무가 반복되는 일을 한다면 체크리스트, 매번 새로운 업무에 유연하게 대응해야 하는 일이라면 실수노트를 선택하면 됩니다.


그럼 두 기록 방법의 장단점을 살펴볼게요.




1. 체크리스트

반복적인 업무를 빈틈없이 해야 할 때


같은 일을 신속 정확하게, 또는 일정한 퀄리티로 처리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체크리스트가 유용합니다.


예컨대, 카페 직원은 오픈 시간에 해야 하는 일, 마감 시간에 해야 하는 일이 루틴 합니다. 무조건 같은 시간에 같은 장소에서 같은 행동을 합니다. 따라서 실수의 원인은 루틴을 어기는 것입니다. 시간을 지키지 않았거나 특정 장소에서 해야 할 행동을 빠뜨렸거나... 그러므로 할 일을 빠짐없이 적어두고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실수를 없앨 수 있지요.


체크리스트 형식은 자신에게 편한 대로 만들면 됩니다. 할 일 목록을 순서대로 적어놓고 눈으로 확인하기만 해도 괜찮습니다. 히스토리가 중요한 경우에는 실제로 체크할 칸을 만들기도 합니다.


장점
- 한번 잘 만들어두면 같은 걸 계속 쓰면 된다
- 업무를 정석대로 익히는 데 도움이 되며, 인수인계가 편리하다

단점
- 루틴이라고 할 만한 반복적인 업무가 없다면 활용하기 어렵다
- 체크리스트 보는 것 자체를 잊어버리는 경우가 있다 (알람을 맞춰 놓으세요!)



사례 : 식물 물 주기 체크리스트


회사에서 쓰고 있는 식물 물 주기 체크리스트입니다.

식물에게 물을 주는 일은 히스토리가 중요하기 때문에 한 달간 체크 표시를 남길 수 있는 칸을 만들었습니다. 또한 자리를 비운 직장동료를 대신하여 물을 줄 일도 생기므로 체크리스트가 적절한 물 주기를 확인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체크리스트 덕분에 전날 물을 줬는데 모르고 또 주거나, 식물이 말라죽을 정도로 물을 말리는 사고를 방지할 수 있습니다.




체크리스트, 내 상황에도 유용할까?

잘 만든 체크리스트는 선임이 필요 없을 정도로 유용하지만 언제나 유용한 건 아닙니다. 융통성이 필요한 상황에서는 활용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세상에는 그때그때 상황을 봐가며 처리해야 하는 일도 있습니다. 그런 일은 체크리스트를 작성하는 것부터가 난관입니다. 순서와 처리 방식을 하나로 콕 집어 말하기 어렵거든요. 체크리스트에 알아서 잘하라고 적어놓으면 의미가 없잖아요? 이렇게 융통성이 필요한 상황에서는 실수노트가 도움이 됩니다.




2. 실수노트

다양한 상황에 유연하게 대응할 때


문제 해결의 첫 순서는 문제를 파악하는 것입니다. 실수가 문제라면 무슨 실수를 했는지, 왜 했는지를 알아야 하죠. 그래서 실수노트의 핵심은 ‘맥락 기록’입니다.


실수를 대하는 태도에 대해, 많은 이들이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말라"라고 합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어떤가요? 같은 실수를 여러 번 반복하게 되지 않나요? 책임감이 부족하거나 반성을 덜 했기 때문이 아닙니다. 결과에 이른 과정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실수 자체를 적는 것보다도 남이 보아도 실수가 왜 일어났는지 알 수 있도록 맥락을 상세히 적어야 합니다. 나중에 비슷한 패턴의 맥락이 흘러가면 '이러다 실수했는데'하면서 실수를 예방할 수 있게요. 왜 ‘남’이 보아도 이해될 정도로 적으라고 하냐고요? 왜냐면 며칠 후 기억이 흐릿해진 나는 타인이나 다름없기 때문입니다.


장점
- 매뉴얼화하기 어려운 업무에도 적용 가능하다
- 자신의 실수 패턴을 발견하고 예방할 수 있다

단점
- 익숙해지기 전까지는 실수할 때마다 기록하는 게 비효율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
- 루틴 한 환경에서는 실수노트보다 체크리스트가 효율적이다



사례 : 디자이너의 실수노트

저는 디자인 에이전시에서 콘텐츠 디자인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프로젝트 단위로 일하고, 프로젝트마다 업무 내용이 달라집니다. 프로젝트 단계, 디자인 프로세스라는 틀이 존재하지만 세부 업무는 그때그때 상황에 맞춰 작업하게 됩니다.


덜렁이 기질을 타고난 저에게 불규칙한 업무가 주어지는 직장은 사고 다발 구역이나 다름없었습니다. 아르바이트하던 때처럼 체크리스트를 작성하기도 난감했죠. 선임한테 조언을 구해봐도 정답은 없다고 합니다. 그때그때 최선인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말을 덧붙이면서요. 어쩌면 최악과 최선의 히스토리를 쌓는 것이 일잘러로 향하는 길이 아닌가 싶습니다. 저에게는 실수노트가 히스토리를 쌓는 데 도움을 주었고요.


디자이너가 깜박 놓칠 수 있는 부분은 어떤 게 있을까요? 실수를 아예 안 할 수는 없으니, 이미 벌어진 실수에는 어떻게 대처하는 게 좋을까요? 다음 글부터는 디자이너로서 굴러 보고 얻은 교훈을 차차 풀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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