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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온 May 08. 2022

오늘도 또 실수했다

실수노트를 쓰기 시작한 이유

신입 디자이너 시절, 그때는 누구나 실력이고 뭐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바쁜 시기다.

허둥지둥하면서 회사의 업무 방식을 배우고 익히는 과정. 시행착오는 당연한 일이다. 수습기간은 물론이고 6개월은 잘 못해도 그러려니 하는 기간이라고 한다. 그렇게 6개월이 지났다.


여전히 같은 실수를 반복했다.

시킨 일 3가지가 있으면 1가지는 빼먹는 식이었다.






실수가 잦은 사람이라면 공감할 테다. 일을 대충 해서 실수가 생기는 게 아니다. 오히려 실수가 잦은 이들은 또 실수할까 봐 굉장히 긴장한 상태로 집중해서 일을 한다. 때로 그 긴장 상태가 새로운 실수를 만드는 원인이 되기도 하지만 말이다. (어쩌란 말이냐~)


이번에는 결단코 실수하지 않겠노라, 꼼꼼하게 집중해서 작업하고 두세 번 체크한다. 특히 이전에 실수한 부분이면 더 유심히 본다. 이젠 정말 잘못된 부분이 있을 수 없다!


"A 부분 수정을 이전에도 요청드렸는데... 이번에도 반영이 안 되어 있네요. 업데이트 부탁드립니다."


맙소사...



진지하게 성인 ADHD나 아스퍼거 증후군은 아닌지 고민하기도 했다.

도대체 왜, 실수를 멈출 수가 없는 거지?


급기야 디자이너를 하지 말았어야 했나, 하는 생각에 이르렀다.

나 같은 실수투성이랑 함께 일해야 하는 동료들에게 죄책감이 컸고, 내가 떠나야 동료들도 편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괴로웠다.


당연히 퇴사는 해결책이 못 된다.

퇴사해봤자 다른 데 가서 또 실수하고 지낼게 뻔한데.


나처럼 실수가 잦은 사람들은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했는지 알고 싶었다.

책도 읽어보고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글을 뒤져보기도 했다. 대부분 이런 말들이었다.


"솔직히 실수하는 사람들 노력이 부족한 거 아닌가?"
(노력이요? 뭘 어떻게 노력해야 되는 거죠?)

"세상에 완벽한 사람이 어딨어요. 10년 차인 저도 실수해요."
(좋은 말 감사한데... 당신이 실수한다고 제 실수가 괜찮아지는 게 아니잖아요?)


실수가 잦은 사람들에게 보내는 비난도 위로도 내게 도움이 되지 않았다.

나에게는 오답노트가 필요했다. 인생 오답노트가.






그래서 실수노트를 적기 시작했다.

실수할 때마다 실수한 내용을 아주 구체적으로, 그리고 객관적으로 적었다.

그렇게 몇 주를 적다 보니 나의 실수 패턴이 보이기 시작했다. 실수는 저마다 다르지만 실수가 일어나는 패턴은 비슷했다. 그 패턴이 발생하는 상황을 인지하는 것만으로도 실수가 줄기 시작했다.


실수할까 봐 전전긍긍하느라 힘들었던 직장생활도 점점 편해졌다.

실수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업무 자신감이 붙었고 어떤 일을 해보겠다고 제안할 수도 있게 되었다.

어느덧 "이 친구한테 ~만큼은 믿고 맡긴다", "걱정이 안 된다"는 말을 듣게 되었다. 실수노트 작성 이전에는 전혀 기대할 수 없었던 평가다. 걱정하지 않고 일을 맡길 수 있는 사람이 된다는 게 얼마나 뿌듯한지!


아쉽게도 세상에는 실수한 이야기가 별로 없다.

모두가 실수를 한다는데 나만 실수하고 사는 것 같았다. 어떤 실수는 단순히 부주의해서 생기기도 하지만 몰라서 놓치는 경우도 많다. 그런 경우는 먼저 실수한 사람이 실수 경험을 남겨주면 뒤따라오는 사람이 불필요한 시행착오를 겪지 않아도 된다. 그래서 실수노트를 더 열심히 작성한 것도 있다. 내가 했던 실수, 다음 사람은 겪지 않게 할 테다!


이러한 이유로 브런치에 디자이너의 실수노트를 기록하기로 했다.

내가 실수노트를 활용하여 실수를 줄인 방법, 디자이너가 겪을 수 있는 실수의 구체적인 사례를 이어서 다뤄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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