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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굳찌 Jul 07. 2023

이렇게 좋은 걸 왜 안쓰는거지?

고객에게 손해를 입히면서도 성장할 수 있을까?

바야흐로 '소프트웨어'의 시대다.

애플이 내다봤던 미래가 바로 이런 미래였던 것이지. 최근들어 드는 생각은 아무리 봐도 애플은 아주 초기부터 ‘앱(App) 플랫폼'으로서 스마트폰을 꿈꿨던 것으로 보인다. 이런 세상을 예측했다는 거.


애플은 차치하고라도, 회사에서도 개인적으로도 앱을 통해 다양한 서비스와 상품을 만나는 시대를 살고 있다. 그런데 이 앱을 회사건 개인적으로건 간에 사용하면서 느끼는 바가 많다. 우리는 소프트웨어와 앱을 통해서 '편리함과 효율성'을 추구하는데, 그게 누구를 위한 편리함과 효율성인가 하는 것이다. 결국은 사람을 위해 사람이 서비스하는 건데... 우리는 앱 뒤에 숨어서 편리하게 돈을 버는데만 열중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오늘은 금요일을 마무리하면서 지난 한주간 경험한 (앱 서비스 관련) 다양한 열받음을 '회고'로 승화시켜 보기로 했다 .




1. 첫 날부터 45분 늦으신 매니저님


지난 주말, 청소 앱을 통해서 청소 서비스를 예약했다. 오전 8시로 예약했는데, 15분쯤 문자가 와서는 30분에 도착할 것 같다고…. 결국은 30분도 아니고 8시 45분에 도착하셨다. 초행길이라 늦었단다. 45분 늦은 만큼 더 해준다는데 그건 그쪽 생각이시고요. 나는 애시당초 스케줄이 있었기 때문에 45분은 커녕 10분 정도 빨리 보내드릴 생각으로 부른거라 결국 1시간 서비스를 덜 받게 됐다. 가격은 예약이 되면 사전 결제 되기 때문에 이미 조정 불가. 첫 이용에 무료로 제공된다는 서비스는 당연히 시간이 모자라서 못받았고, 서비스는 둘째치고 원래 드린 일도 다 안끝남.


청소 매니저님은 본인이 45분 늦은건 잊으시고, 정기 서비스로 연결하시라며 푸쉬를 엄청 했다(영업은 열심히 하심). 생각해 보겠다고 보냈는데 오후 늦게 청소 앱 회사에서 전화가 왔다. 정기 서비스 하실거라고 들었다고?? 해맑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매니저분 첫 날인데 45분 늦게 오신거 알고 지금 정기 서비스 권하시는 거냐고 물었다. 몰랐단다.

그럼, 45분 늦어도 괜찮다고 생각하시는거냐고 물었다. 죄송하다고 했다. 그래.. 더 이상 무슨 말을 할 수 있겠어.


그런데 해당 앱을 통해 일하는 사람의 서비스질에 대해서 최소한의 관리는 해야 하는거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앱에서 리소스 매니지먼트 안할거면 청소앱을 왜 쓰냐고요. 친구네 도우러 오시는 동네 이모님은 10분 전에 오시고, 몇 달 동안 지각이란 없으시다는데....  


- 그들의 페르소나는 청소 도우미가 필요한 중산층 이상의 '(시간이 남아도는) 가정주부' 였나보다. 서비스 시간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으면 서비스 이용에 차질이 생기는 '바쁜 주부/워킹맘'은 고려하지 않은듯 했다.


- '연결' 중요하다. 하지만 연결만 해주면 서비스를 이용할 고객들이 마구 늘거라고 생각한 걸까? 연결만 했지 퀄러티는 책임지지 않는다는 건가? 유학원이라면 이해한다. 유학을 돕는다고 해서 진학 대학의 수업 퀄리티를 책임질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하지만, 앱을 통해서 예약한 서비스는 그들의 계약 관계와 상관없이 일정 수준의 '퀄러티'를 기대한다. 그게 앱 서비스의 본질 아닌가?


2. 시연안되는 시연 미팅


생성AI를 빠르게 응용해서 개발한 프로그램으로 보였다. 리포트를 써줄 수 있는 서비스라고 소개받고 금요일 오후 늦은 시간에 피곤함을 무릎쓰고 미팅에 응했다.


자기 소개도 없이 많은 질문을 던지길래 성심성의껏 대답해 드렸다. 나는 질문을 받으면 대답을 열정적으로 하는 '직업병'이 있는 사람이라, 피곤하고 어이가 없는 와중에도 열심히 설명해 드렸다. 컨설팅 업체도 아니면서 업무 프로세스는 왜 궁금하며, 질문도 벙벙해서 재질문을 몇 차례 하면서 정확한 대답을 위해 노력했다. 그런데 막상 시연 시간이 됐는데 시연이 안된다.


"하... 여러분... 비즈니스 미팅이면 준비하고 오셔야 되는 거에요. 본인 노트북에서 시연 안되는 걸 들고 (잠재)고객을 만나면 안되는 거에요!"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참았다. 이제부터는 미팅을 빨리 끝내야 한다는 생각 밖에 들지 않아서... 결과물을 나중에 보내달라고 하고 미팅을 마무리 했다.


시간이 매우 아까웠고 해당 서비스에 대한 신뢰에는 의문이 갔다. 개발자 컴퓨터에서도 제대로 안돌아가는 서비스를 어떻게 소비자가 쓸거라고 생각을 하는건지.. 스타트업이 아마츄어라는 뜻은 아니지 않나???


- 그들의 페르소나는 리서치가 무엇인지 배운적이 없는데 리포트를 써야만 해서 '(괴로운) 애널리스트'같다.

리서치는 익숙하지만 업무가 많거나, 고급 리서치를 자주 수행하는 사람들의 고충은 모름. 자꾸 시간이 어디에서 제일 많이 드냐고 묻는데 우리의 가장 큰 고충은 시간이 오래 걸리는데 있지 않다. (실제 시간이 모자라거나 오래걸린다는 이유로 납기일을 못맞춘 적이 단 한 번도 없음.) 당신 리서치 안해봤구나~ 딱 알겠는데 그걸 돕겠다니…  업력이 없는데 해당 업계 서비스를 개발하는 거 자체가 눈감고 코끼리 뒷다리 긁는 서비스를 개발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3. 나 지금, 너 홍보하고 있니?


세일즈/마케팅이 고민인 많은 분들 중 선착순으로 1:1 무료 컨설팅 미팅이 잡혔다. 최종 목적은 해당 소프트웨어 판매겠지만, 세션의 내용 자체는 기업의 성장과정에서 세일즈와 마케팅을 고민하는 담당자들을 위한 것이었다. 사업 확장 과정에서  겪는 문제점이나 도전되는 점들을 공유 및 공감해 준 후, 효율적인 방법론 및사례를 소개했다.

즉, 고민을 충분히 들은 후, 비슷한 케이스의 대응 방안에 대해서 설명해주고 마지막으로 해당 서비스를 가볍게 소개하는 방식이었다. 윗 팀과 비슷한 접근법을 택했는데 과정과 결과의 온도차는 컸다.

이 세션 후, 나의 대답은 정말 필요한 서비스 같다고, 당장은 어렵겠지만 기회가 된다면 담당자분과 논의해 보겠다는 거였다. 돌아보니 우리 회사에서 그 회사 솔루션을 '홍보'하는 나를 발견하게 됐다.


- 그들의 페르소나는 '스타트업 마케팅/영업담당자'인 것 같았다. 브로드한 것 같지만 스타트업에 몸담은 사람들은 대부분 직간접적으로 '영업 및 마케팅'에 몸담게 된다. 그러다 보니 고객층이 생각보다 넓었고, 스타트업이다 보니 시장 확장을 위해 고비마다 마주하는 고민이 무엇인지 스스로도 잘 알고 있었다. 정확하게 페르소나의 고충을 알고 있었고 잠재적 해결방안 중 에 서비스를 활용해 해결할 수 있는 부분도 정확하게 알고 제안하고 있었다.  


4. 오늘의 회고


고객에게 손해를 입히면서 성장할 수 있는
비즈니스도 있을까?  


무슨 말도 안되냐는 소리냐 하겠지만, 나는 청소 앱 서비스의 시간 약속 늦은 매니저 때문에 원하는 청소 서비스를 다 받지도 못했고, 1시간이나 손해를 봤다. 돈은 일정이 확정되면 미리 결제되기 때문에 다 나갔다. 상식적으로 면접 보러 가는 첫 날, 45분 늦으면 면접 기회 조차 사라지지 않나? 나로서는 정말 이해가 안가는 경우였다. 아무튼 해당 서비스 정기 구독을 할 마음은 1도 생기지 않았다.


서비스 시연을 위해 만났는데, 시연을 못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시연을 시도하면서 기다리는 사람들을 위해 나름 다양한 질문을 했지만, 결국은 그 질문도 본인들의 서비스 개선을 위한 질문들이었다. 우리가 해당 소프트웨어 쓰기를 바라며 온 자리였을텐데... 우리는 해당 서비스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것을 확인하는 시간에 그쳤다.


두 경우다 고객 입장에서는 시간적, 에너지적 손해다.

고객 입장에서는 니즈도 제대로 못맞추고 서비스의 기본도 제대로 못지키는데, 판매자 입장에서는 앱에는 가입 시키고 싶고 상품도 판매하고 싶은 경우가 생각보다 많은 것 같다. 고객은 공차기에 필요한 공이 필요한데, 판매자는 동그랗기만 한 비치용 공을 만들어 놓고 대체 왜 안사는지 모르겠다며 고민한다.


"이렇게 좋은 걸 왜 안쓰지?" 라는 생각이 든다면 대부분 "이렇게 좋은 것"은 나만의 생각인지도 모른다. 사용자는 잊고 생산자/판매자의 입장만 남았기 때문에 드는 생각일 수 있다는 얘기다. 결국 이 상품/서비스가 이용자/소비자에게 '일관된 유익함'을 가져다 주어야 하는데... 유익하지 않거나, 유익하긴한데 불편하거나, 유익하다가 말다가 하거나. 유익함을 커버할 수 없을만큼 비싸거나....


즉, "이렇게 좋은 걸 왜 안쓰지?"라고 생각하고 있다면... 마케팅이나 영업의 문제도 있겠지만, 1차적으로는 서비스나 상품 자체의 불완전함이 더 크다는 생각을 하게됐다.


지피지기 백전백승이랬다.

성장하고 싶다면, 개인이든 회사든 나를 정확하게 아는데서 시작하는게 정답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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