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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공그라운드 Feb 08. 2022

당신에게 ‘다정’은 무엇인가요?

텍스트클럽 10 <다정교감> 리뷰

"텍스트클럽"은 텍스트를 매개로 텍스트 안팎의 이야기를 나누는 프로그램입니다. 
텍스트클럽의 관객, ‘텍스트클러버’는 창작물과 창작자를 깊이 이해할 수 있으며, 창작자의 생각뿐만 아니라 자신의 이야기를 적극적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텍스트를 '읽는' 일방향의 경험이 '읽고 나누는' 쌍방향의 입체적 경험으로 전환되기를 기대합니다.


글 | 우주

사진 | 공공그라운드




김혼비 작가님의 <다정소감>과 함께 2022년 첫 텍스트클럽을 열었습니다. 조금 다른 시선, 바라봄의 새로운 각도를 가진 김혼비 작가님 덕분에 ‘다정함'을 다각도로 살펴볼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다른 때보다도 유쾌했고, 많은 이야기를 즐겁게 나누었던 시간. 보드라운 다정 너머 단단한 다정을 발견한 열 번째 텍스트클럽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그 안에서 그나마 내가 할 수 있는 건 ‘표현'을 계속 고민하고 다듬는 일이다.
세상에 존재하는 많은 D들이 삐죽댈 만한 말을 최대한 쓰지 않는 것.
누군가 내 글을 읽다가 외로워지는 일을 최대한 줄이는 것.
D가 슬프면 나도 무척 슬플 것이다. D가 아프면 나도 무척 아플 것이다.
그것에 비하면 써왔던 말들을 버리고 벼리는 건 아무것도 아니다.
정말 아무것도 아니다.

- 김혼비, 다정소감 p.126



텍스트클럽 10 <다정교감> Ⓒ 공공그라운드



유희경 (이하 ‘유'): 이유는 다 다르겠지만 책 읽기는 ‘좋음’때문에 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책 읽기의 좋음은 발견해서 오고, 깨달음에서 오고, 새삼스러움에서 옵니다. 그와 같은 좋음은 나를, 내 인생을 크게, 더러는 슬쩍 바꾸고요. 그러므로 아마 보다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게 되는 것일 겁니다.

여러분이 쥔 그 노란 책 한 권은 어떤 좋음을 여러분들에게 전했을까요. 다정이라는 아주 작고, 아주 아주 커다란 감정을 발견하고 깨닫고 새삼스럽게 만든 것은 아니었을까. 감히 짐작해 봅니다.


이번 책 읽다가 이제 그런 생각을 했어요. 그전에는 축구, 술, 지역 축제처럼 분명하게 기획된 주제가 있었는데, 이번에는 찰랑대는 글을 모은 책으로 읽히더라고요. 다정이라는 키워드를 먼저 생각하고 쓰신 건지, 아니면 어떤 기준을 가지고 모아보다 보니 다정이라는 키워드가 나온 건지 궁금했습니다.


김혼비 (이하 ‘김'): 미리 생각한 건 아니었어요. 더 정확히 말하면 다정이라는 키워드로 묶일 거라고 상상을 못 했어요. <다정소감>에 실려 있는 글들은 제가 2018년부터 2021년 사이에 여기저기 썼던 외고, 새로 추가한 글, 시간이 지나서 낡은 글들을 다 고치고 모은 것들이에요. 그 후에 서효인 편집자님이랑 제목에 대해서 의논할 때 처음으로 편집자님이 다정이라는 키워드를 말씀하셨어요. 


사실 저는 지엽적인 제목이라고 생각했거든요. 특히 1부의 글은 시니컬한 글도 있어서 다정으로 묶일 수 있을까 싶었는데요. 편집자님이 이렇게 말씀하시더라고요.

‘너의 글을 잘 봐라. 이를테면 패키지여행에 대해서 쓰고 있는데, 어떤 사람들이 조롱하는 중장년층 패키지 여행자한테도 다정한 시선을 보내고 있고. 맞춤법 이야기도 그렇고. 심지어 조상한테도 다정하다’고. (웃음) 


그 얘기를 듣는데 정말 설득당했고, 설득당한 정도가 아니라 약간 경도됐어요. 저 역시 어떤 고정된 틀에 매몰돼서 다정은 한없이 따뜻해야 되고, 부드럽고, 관대해야 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서 몰랐었는데요. 다시 글을 보니까 어떤 대상한테 어떤 시선을 주는지의 차이만 있지, 결국은 다정한 시선이었다는 생각이 들면서 깨달았죠. 이건 다정이었다.


유: 그러면서 한편 궁금해지더라고요. 제가 사전적 의미를 찾아봤더니 ‘정이 많다’, 혹은 ‘정분이 두텁다’, ‘인정이 두텁다’라는 뜻인데, 우리가 일반적으로는 그렇게 안 쓰는 것 같아요. 작가님도 에필로그에 ‘다정에 좀 더 강력하게 붙들리고 가끔 구원받는다’고 쓰셨는데, 김혼비 작가님한테 있어서 다정이라는 건 어떤 걸까요. 


김: 제가 화수분처럼 써도 써도 계속 솟아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게 시간, 돈, 에너지거든요. 이 세 가지는 뭔가 늘 충분치 않고, 충분한 것 같다가도 금방 소모되는 것들이라 평소에도 잘 써야겠다는 강박이 있어요. 그래서 저한테 다정은 타인에게 그 세 가지를 혹은 세 가지 중에 하나라도 기꺼이 내어주는 것이에요.



김혼비의 <다정소감>과 텍스트 너머의 이야기 Ⓒ 공공그라운드



김: 제가 제목에 대해서, ‘다정다감을 조금 비튼 표현이다.’고 멋있게 얘기했지만요. 제목 지을 때 <전국축제자랑>을 같이 쓰고 같이 살기도 하는 박태하 씨랑의논했었는데요. ‘편집자님은 다정이라는 키워드를 말씀하시더라’고 얘기를 하다가, 박태하 씨가 ‘근데 김혼비는 다정 '다감'은 아니지. 다정 '소감'정도지.’ 이렇게 말한 거예요. 술 마시다가. (프라이팬으로 맞을 소리이기도 한데요. 한편으로.) 제목으로 너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평소였으면 발끈했을 수도 있는데, 그때는 제목을 건진 기쁨에. (웃음)


유: 저희 첫 미팅 때, 이 책은 ‘바라봄의 다른 각도를 제시하는 것 같다’고 말씀드렸죠. 책 보면서 설득당했거든요. 작가님의 글은 늘 다정의 이면을 보는 것 같아요. 전면에 보이는 것이 아니라 각도를 약간 틀어서 ‘여기에 이런 각도도 있어!’하고 사람들한테 보여주면, 사람들이 감탄을 해요. 그런 힘은 어떻게 길러지는 건지 궁금하더라고요. 어떻게 보면 영업 비밀이죠. 김혼비는 세상을 이렇게 본다.


김: 제가 소인배이기 때문에 바라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처음부터 열린 마음으로 여러 사정을 보는 사람이었으면 이런 글을 못 썼을 거예요. 

저는 세상에 당연한 건 없다는 생각을 자주 하는 편이거든요. 언제 가장 자주 하냐면, 스스로가 좀 대견하거나 우쭐할 때 조건적 어드벤티지를 따져보는 편이에요. 책에 나온 에피소드를 빌어서 얘기를 하면, 저랑 엄마랑 비교했을 때 제가 엄마보다 자유로운 여행을 더 잘할 거고, 예술 작품을 엄마보다 더 풍성한 감각으로 즐길 텐데요. 제가 엄마보다 잘 나서라기보다는, 그렇게 자라온 시대적 배경과 환경적 조건이 있는 거잖아요.

제가 어떤 순간에 누군가보다 좀 더 현명하거나 윤리적으로 옳은 선택을 했을 때를 잘 살펴보면, 제가 그 사람보다 더 좋은 사람이어서가 아니라 대부분은 제가 살아온 삶에서 우연하게 얻었던 조건들의 총합이 어쩌다 보니 유리하게 작용한 경우가 훨씬 많더라고요. 


유: 그건 들여다보는 일이기도 하겠네요. 내가 어떤 현상에 대해서 어떤 감정을 느꼈을 때, 일단 나를 돌아보고, 나에 대해서 생각을 해보는 것이요. 타인에 대한 이해도 거기서 올 테고요.



기본 소양이라는 게 때 되면 어딘가에서 뚝 떨어지는 것도 아니고, 
나이를 먹듯 세월 따라 저절로 생기는 게 아닌데,
그것을 배우고 갖추기 위한 시간과 에너지와 환경이 확보되어야 하는 건데,
그런 확보가 모두에게 똑같이 주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잊고 있었다.
‘기본'으로서 누군가를 판단할 때 배제되기 쉬운 불리한 어떤 입장들에 대해
잊고 있었다. 설사 같은 조건이라고 해도 사람마다 적성과 성향,
강점과 약점은 얼마나 다른가.

- 김혼비, <다정소감> p.103



‘김솔통 같은 작가가 되고 싶다'는 김혼비 작가님. 사연을 보내고, 현장에서 질문한 텍스트클러버를 위해 가지각색의 노트를 선물로 준비해주셨습니다. 모아둔 노트 중 가장 아끼는 것을 골라 나름의 이유와 의미를 담아 소개해주셨습니다. 텍스트클러버께서 미리 보내주신 사연은 익명으로, 가장 다정한 부분만 골라 소개합니다.



사연 1

“수능을 100일 앞두고 방문을 열었더니 책상 위에 분홍색 쪽지가 있는 거예요. 뭐지, 하고 열어봤는데 ‘응원한다, 힘내라’라는 내용의 편지였습니다. 한동안 그 편지를 가방에 넣고 다녔어요. 편지와 함께 있다는 사실만으로 든든해지고 행복해졌거든요. 엄마가 표현해 준 다정 덕분에 남은 날들도 열심히 준비해서 시험장에 들어갈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유: 다정에게도 타이밍이 있을 텐데, 적절한 타이밍이 있다면 그건 뭘까요. 그리고 다정을 뒤늦게 발견하고 아차, 하는 순간에 작가님은 어떻게 하시는지, 사연자 분께 조언을 주실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김: 뒤늦게 생각했는데 그게 고맙고 다정했구나, 느낄 때 있잖아요. 저 같은 경우는 연락이 끊겼다거나 찾아볼 방법이 없는 사람이 아니라면 그냥 메시지를 보내요. 예를 들면, ‘유 시인님, 갑작스럽게 뜬금없겠지만 6년 전에 시인님이 저한테 이렇게 저렇게 해준 게 문득 감사하더라고요’ 하고요. 


(김혼비 작가님의 다정은 용기와도 결부될 수 있겠네요.) 용기도 그렇고, 그걸 말 안 하면 제가 답답해서요. (웃음) 그래서 사연의 어머님한테도 그렇고, 혹은 다른 분한테 다정의 타이밍을 놓쳐서 연락을 못했지만 뒤늦게 고맙다면 그냥 연락하시면 되는 것 같아요. 너무 뜬금없으면 기프티콘 같은 조그마한 선물까지 보내면 좋을 것 같아요.



야근하고 돌아온 다음 날에도 새벽같이 일어나 불 앞에서 무언가를 지지고 볶고 도마 앞에서 무언가를 썰고 다질 필요 없이 시리얼 광고들이 속삭이는 것처럼
간단하고 건강하게 한 끼를 만들어 주는 음식이라고. 적어도 우유라도 먹일 수
있으니까 좋은 게 좋은 거라고. 부디 시리얼이 당시에 늘 고단했던 엄마에게도
달콤한 아침잠 몇십 분과 잠시 트이는 숨통을 선물했기를 바란다.
엄마는 한 끼를 거저먹고, 나는 한 끼를 과자 먹고,
두 사람 모두에게 이로운 아침들이었기를.

- 김혼비, <다정소감> p.184



독자와 깊이 공감했던 텍스트클럽 10 <다정교감> Ⓒ 공공그라운드



사연 2

“다정을 준다고 해서 없어지는 게 아닌데, 돌려받지 못할까 봐 겁이 나서 보여주지 않고 다정을 주는 것 자체가 무서워 없는 척했던 기억들. 그래서 지금부터는 망설이지 않으려고 다짐했습니다. 어쩌면 늦었을지도 모르겠지만 다정은 닳아 없어지는 게 아니니까. 아무리 학원과 학교와 집을 반복하는 각박한 세상이라고 해도 다정은 남아 있으니까요. 저는 행복한 사람이 되는 동시에 다정을 전 세계에 전파하는 다정 전도사가 될 거예요.”


유: <다정소감>에서 다정 패턴 디자이너 덕분에 다정한 사람이 되었고, 앞으로도 패턴을 열심히 잘 만들어 가겠다고 다짐을 하셨는데요. 주고받은 다정은 잘 기억하시는지, 작가님만의 노하우가 있는지, 그리고 다정 전도사가 되고 싶은 사연자님께 해주시고 싶은 이야기는 어떤 것인가요.


김: 저한테 다정해줘서 고마웠거나, 빚지거나 신세 진 것에 대해서 잘 기억하는 편이에요. 언젠가부터 기억만으로는 안 되겠어서 메모를 적극적으로 하고 있고요. 저는 감사 노트를 빚 청산하는 것처럼 써요. 어떤 사람에 대해서 감사한 것을 써뒀다가 기분 나쁘거나 억울한 일이 있으면 감사 노트를 펴서 하나하나씩 감가상각을 해요. (웃음) 그래도 항상 감사함이 마지막에 남아요. 그래서 까방권이라고 하죠. 아 그래, 이 사람이 나한테 이렇게까지 고마운 걸 해줬지. 늘 감사함이 남아서 좋은 것 같아요.



어쩌면 이런 것들이 흔히 말하는 ‘연대'의 감각 아닐까. 망했다는 생각에 손마저 얼어붙어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순간 어디선가 갑자기 나타나는 손들 같은 것. 그 손들이 누군가를 필요한 형태로 만들어가는 과정 같은 것.
등 뒤로 따뜻한 눈빛들을 가득 품고 살짝 펴보는 어깨 같은 것. 누군가 박살날까 봐 걱정될 때 가만있지 못하는 것.

- 김혼비, <다정소감> p.152



사연 3

“제 나이 스무 살 언저리에 부모님이 이혼을 하셨고 몇 년 안 돼서 두 분 모두 새 가정을 꾸리셨습니다. 시간이 지나 제가 아이를 낳았는데 제 딸아이는 외할머니 두 분 외할아버지들 두 분의 사랑을 넘치게 받고 있습니다. 제 딸아이는 그런 사랑을 받으며 친구들에게 자랑을 자주 하고요. ‘나는 할아버지랑 할머니랑 되게 많다. 그래서 맛있는 것도 맨날 맨날 보내주신다!’”


유: 저는 이 사연도 '다른 각도'라고 생각했고, 작가님과 같은 분이라는 생각도 했었거든요. 작가님은 미움을 어떻게 해소하는지 궁금했어요. 작가님도 사람인데 미울 수 있잖아요. 사연 주신 분도 한 번도 안 미웠을까? 이해하려고 노력한 결과 아닐까? 이런 생각도 들고요.


김: 제가 몇 년 전에 정말 미워하던 사람이 있었어요. 그때는 퇴근해서 자기 전까지 그 사람을 미워하는 데 시간을 거의 다 썼어요. 복수하고 싶은 마음이 자꾸 고개를 쳐드는 게 가장 무서웠어요. 그 근처까지 간 적도 있지만, 복수를 해서 속이 시원해지고 상황이 정리되어도, 어쨌든 바닥까지 내려가서 싸우고 나면 내 안의 중요한 어떤 것이 훼손이 될 것 같다는 느낌이 있었어요. 한번 훼손되면 회복하기까지 굉장히 힘들겠다는 걸 본능적으로 알고 있어서 복수의 근처에서 멈췄고요.


이도 안 되고 저도 안 되고 해서 괴롭다가, 갑자기 몇 달 전에 다녀온 고창 선운사 마애불이 생각났어요. 다다음 날 당장 고창으로 가서, 그 마애불 앞에서 유튜브로 108배 드리는 법을 배우고 바로 108배를 드렸어요. 태어나서 처음으로. 그러고 나니까 마음이 평온해지는 거예요. 108배가 되게 영험했다는 건 아니고, 그때는 일상 속에 미움이 가득해서 빠져나가지 않고 계속 순환하고 있는 상황이었는데. 뭔가 비일상적인 새로운 이벤트 같은 게 순환을 끊어줘야 했던 것 같고, 그게 저한테는 108배였던 거죠. 



텍스트클럽 10 <다정교감> Ⓒ 공공그라운드



김: 그렇다고 해서 막 미움이 없어진 건 아닌데, 제 다른 부분이 조금 단단해진 기분이 들었어요. 그래서 내가 이 미움에 무너지지는 않겠다, 너무 괴로워하지도 않겠다, 뭐 그러다 보면 잘 지나가겠다. 이런 믿음이 생기면서 잘 지나갔고 그 후로 몇 년 동안은 그때처럼 누구를 미워한 적은 없었어요. 그래도 누군가가 미운 생각이 조금씩 들면, 아까처럼 감사 노트를 펴고 감가상각을 해요. 재밌게 말하자고 한 거지만, 사실 감사노트를 펴는 이유는 그 사람이 나한테 잘했던 걸 좀 환기시키고 싶어서거든요.


내가 아주 믿는 친구한테 미움에 대해서 얘기를 하다 보면 가끔은 옅어지기도 하는데, 그걸로도 해결이 안 되면 지금도 집에서 108배를 드려요. 몸을 좀 수고롭게 하는 일이잖아요. 저는 마음이 혼탁할 때 몸을 수고롭게 하고, 안 미웠으면 좋겠다 되뇌고. 그렇게 하고 나면 좀 미움이 가시는 것 같아요. 


유: 사연자 분께 한 마디 해주신다면요.


김: 이 사연 보면서 되게 뭉클했어요. 그 아이가 ‘할머니, 할아버지 많아서 좋다.’는 부분 너무 좋지 않았어요? 그리고 제가 형제자매가 없어서 그런지, 이렇게 되면 형제자매들도 많아지는 거 아닌가 궁금하더라고요. 형제자매가 많아져서 좋겠다는 생각도 했던 것 같아요.


유: 저는 따님이 엄마 닮아 되게 되게 다정한 사람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고맙던데요, 알 수 없게.



따뜻했던 텍스트클럽 10 <다정교감> Ⓒ 우주



Q&A 시간에도 그 어느 때보다 많은 분들의 소감을 들어볼 수 있었습니다. 이름하여 “독자 소감” 코너입니다. 작가님께 궁금한 것들, 책을 읽고 나서의 느낌과 생각을 솔직하고 다정하게 나누었습니다. 귀한 소감의 몇 문장을 아래에 옮겨둡니다.


가식도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한 행동이라는 부분이 좋았어요. 요즘 자기의 기분을 쿨하다는 예쁜 말로 포장해서 던지는 사람들을 많이 보는데요. 제 주변에 제가 생각하는 좋은 사람들, 또 제가 살아온 것들이 조금 잘못됐나 생각할 때가 있었어요. 근데 이 부분을 보고 나처럼 생각하는 분도 계시는구나, 내가 잘못 사는 게 아니구나 싶었어요. 일부의 사람들에게는 다정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고 하셨는데 그 일부가 저였거든요. 감사했습니다.
초등학교 선생님으로 일하고 있어요. 비 오는 날 에피소드와 같이 아직도 그런 친구들이 많거든요. 이 부분이 그때 위로받지 못했던 어른들한테 정말 큰 위로와 응원이 되지 않나. 글을 보고 위로를 많이 얻었어요.
저는 요즘에 글을 쓰기 시작해서 굉장히 고민이 많았는데, 의외로 김솔통 같은 부분에서도 글을 풀어낼 수 있구나 싶었고요. 조금 다른 관점으로 보는 걸 생각해 봐야겠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고요. 따뜻함도 많이 느끼고 주변에 친구나 엄마도 다시 돌아보게 됐습니다. 
그동안 신비주의였던 작가님을 좀 들여다본 느낌이었어요. 저도 하지에는 꼭 맥주를 먹는 그런 의식을 치러야 되겠다고 느꼈고요. 
이 책에서 4050 언니들의 강한 체력 얘기가 나오잖아요. 저도 운동을 시작을 하려고 노력할 때 굉장히 많이 위안이 됐었어요. 
사람들은 ‘00한 경우에는 사람은 불행할 거야’ ‘이럴 땐 아마 이럴 거야'하면서 단정을 내리는데, 실제로 그렇지 않은 경우도 굉장히 많잖아요. 다정은 생각하기에 따라서 주변에 널려 있을 수 있는데, 어쨌든 우리가 한 번쯤 뻔하지 않은 다정에 대해서 생각해 보는 건 어떨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텍스트클러버 선물로 준비해주신 노트 Ⓒ 공공그라운드



글쓰기 강의에서 글 쓰게 된 계기를 묻는 분들이 종종 계시다고 합니다. 어렸을 때의 경험을 글쓰기의 원동력으로 삼고 계신다며 들려주신 이야기도 짧게 옮깁니다. 기록의 힘을 또 다른 각도에서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김: 제가 어렸을 때부터 엄마랑 둘이 살았는데, 그러다 보니 엄마가 밥을 챙겨줄 수 없어서 혼자 저녁을 사 먹었어요. 저는 그게 너무 즐거웠거든요. 왜냐하면 다른 애들은 집에 가면 엄마가 해놓은 밥을 먹어야 되는데, 나는 맨날 저녁마다 내가 먹고 싶은 걸 골라서 먹을 수 있는 거예요. (웃음) 

그 당시에는 엄마가 아이를 저녁을 안 차려준다는 것은 거의 있을 수 없는, 그런 일이었어요. 작은 동네라 소문이 나니까 어른들이 저를 불쌍하게 생각하는 거예요. 혼자 밥 먹고 있을 때 계산해주고 가시는 분도 계셨고, 동네 상가 아주머니들도 ‘엄마는 오늘 몇 시에 들어온대'하고 물어보셨어요. 근데 (어른들이) 나를 불쌍하게 보니까, 어느 날부터 저녁 먹는 시간이 너무 슬픈 거예요. 저도 ‘나는 왜 이래야 돼’ 하면서 외로운 생각이 들고, 우울하게 저녁을 먹었어요.


그때 저는 방학 숙제를 미리 끝내야 하는 사람이었거든요. 방학하면 3일 안에 숙제를 다 해야 되는 사람이고, 그래야 마음껏 놀 수 있었는데요. 일기를 미리 써놓으려고 작년에 썼던 일기장을 보고 베끼는데, 내가 그 일기 속에서는 혼자 저녁 먹는 걸 즐거워하고, 저녁 시간이 오기를 기다리고, 하다 못해 라면을 끓여 먹었어도 ‘오늘 끓여 먹은 라면 진짜 맛있었다’면서 신나고 있더라고요.

신나고 좋아했었던 시간인데, 1년 사이에 어른들이 저를 쳐다보는 눈빛, 저한테 하는 말들이 나의 진짜 감정을 이렇게 확 덮어버렸구나, 딱 깨달았고 그때 처음으로 소름 돋았어요. 내가 겪었던 어떤 감정들을 잘 적어놓지 않으면 나도 모르게 세상에 떠도는 그 감정대로, 전염이 돼서 내 진짜 감정을 덮을 수도 있구나. 그런 생각이 들어서 그때부터 열심히 쓰기 시작했어요.



텍스트클럽 10 <다정교감> Ⓒ 우주



유: 제가 마무리 멘트를 이렇게 썼어요. ‘이 생생한 다정의 기록이 그리하여 인생을 슬쩍 움직여준 내 인생의 책이 되었다. 우리 클러버 여러분들께도 그러길 바란다.’ 다정이 사회를 좀 더 낫게 하지 않을까, 우리 삶의 많은 문제들을 해결해 줄 수 있지 않을까. 다정이라는 것에 대해서 이런저런 생각들 많이 해보셨을 좋은 기회였으리라 짐작합니다. 


김: 오늘 반가운 분들도, 멀리서 와주신 분들도 계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모두 다 무탈하고 건강하게 잘 지내시고, 언젠가 또 이런 자리에서 뵙게 되면 그때 아는 척 해주시면 좋겠어요. 되게 반갑더라고요. 무사하게,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주저앉고 싶은 순간마다 “내가 무능력했지 무기력하기까지 할까 봐!”라고
덮어놓고 큰소리 칠 수 있었던 것도 내 안에 새겨진 다정들이 내가 나를 사랑하는 것을 쉽게 포기하지 않게 붙들어주었기 때문이다. 똑같은 패턴을 반복해서 얻게 되는 건 근육만이 아니었다. 다정한 패턴은 마음의 악력도 만든다. (...)
내 인생에 나타나준 다정 패턴 디자이너들에게 무한한 감사와 사랑을 보낸다.
디자인에 워낙 재주가 없는 나에게 다정한 부분이 있다면 그건 다 그들의 다정을 되새기고 흉내내며 얼기설기 패턴을 만들어간 덕분일 것이다.

- 김혼비, <다정소감> p.220-222




마음을 주고받았던 열 번째 텍스트클럽 <다정교감>. 한 시간 반이 어떻게 지나가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다정소감>을 읽을 때에도, 텍스트클럽을 마칠 때에도 다정은 존재 자체를 긍정해주는 태도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묵묵히 곁을 지켜주고 기다려주는 마음, 이해하기 위해 바라보고 헤아려주는 배려 역시 다정일 것입니다.


주변의 다정을 다시 한번 발견해보고, 전하지 못한 다정을 슬쩍 건네볼 수 있는 새해 되시길 바랍니다. 텍스트클럽은 잠시 정비의 시간을 갖고 산뜻한 봄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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