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없는 학대 그리고 나
오늘 그런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폭력없는 학대도 학대라고. 어릴 적 부모님께 자신의 감정을 수용 받지 못한 경험에 분노가 나서 성인이 되어 배달 음식을 끊임없이 먹으며 스스로를 학대 했다고.
그 말을 듣고 귀에 힘이 들어갔습니다. 스스로 마음에 들지 않는 모습을 고치지 않으면서 내 자신을 괴롭게 하면서도 그 이유를 알지 못해 떠돌았단 수 많은 밤. 하나의 답을 얻은 기분이었습니다.
저는 퇴근을 하면 집에 바로 안 갑니다. 목적없이 거리를 떠돌다가 충동적으로 저녁을 먹거나 옷을 사거나 간식을 샀습니다. 빨리 집에 가서 쉬고 싶은 마음이지만 내 스스로 다리가 아파서 힘들고 괴로울 때 까지 집에 안 들어갔습니다. 배가 불러도 괴로울 때 까지 음식을 먹거나, 졸려도 괴로울 때 까지 잠을 안 자기도 했습니다. 그것이 나를 학대하는 일이라는 것을 오늘 알았습니다.
그런 말을 들었습니다. 어릴 적 부터 불안한 환경에서 자란 사람은 환경이 편해져도 나도 모르게 불안한 관계에 더 끌리거나 불안한 환경을 스스로 만들어낸다는 이야기였습니다.
편안한 사람보다 나를 불편하고 아프게 하는 사람을 사귀는 편이었습니다. 불편하고 아파도 저는 그게 익숙했습니다. 편안한 사람을 불편했습니다. 그것도 나에게 가하는 학대인지 몰랐습니다.
최근에 방에 들어오면 온몸이 간지러워서 벅벅 긁게 되었습니다. 정신을 놓고 온몸을 긁다보니 등과 다리와 배와 팔뚝에 고양이에게 긁힌 것 같은 손톱 자국들이 가득했습니다.
공기가 안 좋고 집안에 먼지가 많으면 두드러기처럼 피부가 뒤집히고 피부 속이 간지럽기 시작합니다. 청결하게 방을 유지하는 것이 나에게 좋은 것을 알면서도 저는 이 지경이 되도록 청소를 안 하고 방을 방치합니다. 온몸을 긁더라도 청소는 안합니다. 여기 저기 깨진 뾰죽한 손톱으로 피부를 벅벅 긁을 땐 속이 다 시원했습니다.
그러다가도 붉게 부푼 손톱 자국들을 보면 내가 왜 이러고 있지? 아무도 이런 내 모습을 몰랐으면 좋겠다.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느 날은 손톱 자국을 따라 피부 속에 피가 터져 조그마한 멍들을 보면서 내가 이 정도로 내 몸을 긁는 것이 가능한건가? 이 모습이 평범하지는 않은 것 같다. 그런 생각을 했던 것이 떠오르면서 내 자신을 학대한다라는 문장이 해답처럼 느껴진 것입니다.
저를 학대하려고 의도한 적은 한 번도 없었지만 제 삶의 방향은 저를 학대하는 것에 맞춰져있는 것 같습니다.
이제는 멈추고 싶습니다. 그래서 내일부터 어떤 것이든 하나씩 내 삶에서 학대를 멈추는 행동을 시작해보고 싶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들을 글로 적으려고 합니다. 서툴고 느리지만 조금씩 달라져보고 싶어진 오늘입니다. 내년의 나는 지금과는 다른 모습이길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