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호두에게
# 마지막 출근
공채로 입사해 13년 다닌 회사를 가는 마지막 날 입니다. 임신 37주차로 출산,육아휴직을 하게 되었기 때문이예요. 새벽 3시 화장실을 가고 싶어서인지 싱숭생숭한 마음 때문인지 잠에서 깼습니다.
20대부터 30대까지 한 회사를 다니며 많은 경험을 통해 성장했습니다. 직장인으로서 인생의 한 챕터를 보냈다고도 말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인간관계, 업무 등 다양한 능력을 향상시키며 성장한 저 자신에게 깊은 칭찬과 박수를 쳐주고 싶습니다.
출산과 휴직을 앞둔 저에게 감사하게도 많은 회사 동료들이 축하와 이별의 선물을 건네주었습니다. 생각지도 못한 유관부서 사람들도 있었고 팀원들도 있었습니다. 아기 선물부터 저를 위한 선물까지. 우리 호두는 벌써 이렇게 많은 사랑을 받는구나하는 생각과 저를 위해 마음써준 동료들에게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 출산을 앞 둔 지금
이제 인생의 새로운 시작 앞에 섰습니다. 설레기도 하고 다양한 감정이 복합적으로 느껴지는데요. 그 가운데 확실한 것은 저와 우리 호두, 남편은 분명 잘해낼 것이라는 점입니다. 새로운 경험을 통해 아기도 자라고 저희 부부도 함께 성장하겠지요. 그래서 설레고 기대되는 감정이 더 큽니다.
자연분만을 위해 미리 호흡법 연습과 꾸준한 운동을 남편과 함께하고 있습니다. 육아, 출산 관련 책도 읽고 있어요. 갑자기 회사를 가지 않아서 느껴질 수 있는 공백을 메꾸기 위해 새로운 연재글도 시작하려 합니다. 물론 아기가 태어나고 바빠지겠지만, 그 안에서 저만의 중심을 잡기 위한 노력입니다.
이미 경험하신 분들이 아기 나오면 얼마나 바쁜데 그런 걸 할 수 있을 거 같냐고 말할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그런 상황일수록 두려움에 떨기보다는 저 자신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준비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그게 곧 아기를 위한 일이기도 할 거라 믿어요.
# 호두에게
호두야, 안녕. 엄마는 오늘 마지막 출근이야. 좀 아쉬운 마음도 있지만 시원하기도 해. 무엇보다 우리 호두를 만날 생각에 설레고 기대되는 마음이 훨씬 크단다. 아기가 언제 나올지는 아기가 정하는거라고 하던데 우리 호두는 언제 나오려나. 언제든 엄마, 아빠는 호두를 환영할 준비가 되어 있어.
다들 출산이 무섭지 않느냐고 묻지만, 엄마는 무섭지 않아. 우리 호두랑 함께 호흡 맞춰서 아주 잘 해낼거라 믿거든. 호두도 믿고 엄마 자신도 믿어. 인생에서 모든 것이 익숙해져 갈 무렵에 처음 경험하는 일들 앞에서 오히려 설레고 기대되는 마음이야.
10개월 동안 엄마 배속에서 건강하게 무럭무럭 자라 준 우리 호두. 정말 기특하고 자랑스럽다. 초기에는 입덧 때문에 수시로 토하면서 힘든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 계속되는 몸과 마음의 변화 속에 회사에서 일하는 것도 쉽지 않았지만 그 모든 변화를 겪어내고 지금까지 잘해 온 엄마 자신도 아주 칭찬해.
오늘은 올해 첫 흰눈이 펑펑 내렸어. 마치 우리 호두가 오는 길을 응원하고 환영하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단다. 우리 곧 건강하게 만나자. 호두야.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