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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붐 Feb 08. 2021

#6 산티아고 순례길 - 어마어마한 맛집의 발견.  

로컬의 맛집추천은 '찐'이다.

예상과 다르게 너무나도 개운하게 아침을 맞았다. 혹시 몰라 먹고잔 몸살약의 효과인 건지.. 전날 무리한 거에 비해 너무나도 말끔한 기분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수언니의 컨디션을 물으니 언니도 숙면을 취했고 아픈 곳도 전혀 없다고 했다. 발목은 여전히 부어있었지만..


그 전날 사온 머핀으로 간단히 요기를 하고 우리는 다시금 길을 나섰다. 그리고 약국에 들러 언니의 부은 발목을 위한 약도 샀다. 육안으로도 부어있는 언니의 발목을 보니 마음이 좋지 않았다. 부디 언니의 발목이 빨리 가라안길.. 어제 그 긴 거리를 걸어서 그런지 오늘은 앞으로 내딛는 발걸음이 너무나도 가벼웠다. 체감상 2~3시간 정도 걸은 것 같은데 우리는 어느새 오늘 우리의 목적지인 로스 아르고스에 도착했다. 아직 점심을 먹지 않았기 때문에 우린 주린 배를 붙잡고 알베르게에 체크인을 하고 식당을 찾아 무작정 걸었다.


어느 정도 걸었을까, 주위를 아무리 둘러보아도 식당이 보이지 않았다. 보통 좀 만 걸으면 식당이 보이기 때문에 특별히 검색을 하지 않고 나왔기에 우리는 당황했다. 우리는 더 이상 배고픔을 참을 수 없었기에 근처에서 담배를 피우고 계신 스페인 아저씨에게 이 근처에 식당이 어디에 있는지 물었다. 그 스페인 아저씨는 스페인어로 뭐라 뭐라 하시더니 우리에게 본인의 차를 가리켰다. 아마 식당까지 태워다 준다는 의미인 것 같은데 우리는 이 아저씨의 호의에 안심하고 차를 타야 하나 잠시 고민했지만, 염려스러움을 배고픔이 이겼다. 우리는 반신반의하며 아저씨 차에 올라탔고 한 3분 정도 갔을까? 아저씨는 한 식당을 가리키며 차를 세우셨고 우리에게 쿨하게 인사를 하고 본인 갈길을 가셨다.


우린 식당에 들어가 음식을 주문하고 순례자의 메뉴에 포함되어 있는 와인을 마시며 느긋한 오후를 만끽했다. 평소에도 술을 마다하지 않는 성격이다만 1일 1와인을 하며 내가 이렇게 술고래였음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순례길을 걸으며 만나게 되는 순례자들을 위한 식당들은 와인에 인색하지 않다. 혼자 오든 둘이 오든 무조건 와인 1병이 제공된다. 언니와 나는 밥을 남길지 언정 절대 술은 남기지 않는다. 참 다행이다. 여러 가지로 나와 잘 맞는 친구를 만나서.


굉장한 고기 육즙과 그렇지 못한 사진



스타터로 제공된 샐러드를 먹고 메인 음식을 먹는데 이 날의 메인 음식은 내가 순례길을 걸으며 먹은 음식 TOP3안에 들 정도로 정말 맛있었다. 짧은 스페인어로 인해 내가 시킨 고기가 소고기인지 돼지고기인지는 모르겠지만 입에 넣는 순간 고기가 사르르 녹았다. 나와 같은 음식을 시킨 언니 역시 연신 감탄을 하며 고기를 썰어 입에 넣었다. 사실 순례길을 걸으며 헤밍웨이의 단골 레스토랑에서 스테이크도 먹어 보고 파에야, 뽈보 등 다양한 요리를 먹었지만 단연코 오늘 먹은 이 음식이 제일이다. 디저트까지 야무지게 먹고 우린 다시 알베르게로 돌아갔다. 차를 타고 꽤 먼 거리를 왔기에 돌아가는 길이 멀었지만 기분 좋은 점심을 먹어서인지 언니와 나는 연신 깔깔거리며 그 먼 거리를 다시 되돌아갔다.


오후 시간을 자유롭게 보낸 후 우린 어제 먹고 남은 스파게티 소스와 면으로 저녁을 만들어 먹었다. 그리고 두근두근 설레는 마음을 안고 침대에 누웠다. 왜냐하면 내일은 부르고스의 웍을 가기 때문이다. 순례길을 걸어본 한국인들은 알 것이다. 웍이라는 식당이 순례자들에게 얼마나 빛과 소금과 같은 존재인지. 특히 나는 알아주는 연어 킬러지만 해외여행과 순례길로 인해 먹지 못했던 연어를 약 두 달 만에 먹을 수 있다는 생각에 쉽사리 잠에 들지 못했다. 자면서 생각했다. 내일 점심메뉴를 기대하며 설레는 건 10대 때 이미 졸업한 것 같은데.. 정말 오랜만에 일차원적인 행복을 느끼며 잠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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