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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아 Jul 17. 2024

친구 관계가 변하는 이유

자연스럽게  

문득 안부가 궁금했다.

작년 이맘때 서이초 교사 순직 사건이 있었을 때, 초등학교 교사로 일하고 있는 친구 생각이 났다. 

교권침해가 얼마나 심각한 지 여러 보도를 통해 소식을 듣다 보니 친구는 괜찮은 건가 걱정됐다.

실로 오래간만의 연락이었다. 

고등학교 시절 친했던 친구는 대학을 진학하고 나서도 아무리 못 봐도 일 년에 2~3번은 만났다.

그런데 그마저도 각자 학교를 졸업한 뒤론 삶의 방향이 달라지다 보니 시간 맞춰 얼굴 보기가 점점 어려웠다. 


설레는 마음 반, 긴장되는 마음 반을 가지고 전화를 걸었다.

신호음이 몇 번 가더니 익숙한 목소리가 전화 너머로 들려왔다.

"여보세요"

"어 여보세요. OO아, 나 OO이 잘 지냈어?"

조금은 어색하게 첫인사를 건넸을 때였다.

"... 어... 잘 지내지. 왜?" 건조하고 퉁명스러운 목소리에 순간 흠칫했다. 나는 당황하고 말았다.

지냈냐, 오랜만이다. 같은 안부 인사를 예상했지 전화를 했냐는 말을 들을 줄은 몰랐다.

반가운 기색으로 전화를 받을 것이라는 내 기대와는 다르게 퉁명스럽기까지 한 목소리였다.

기대와는 다른 첫 반응에 '서이초 선생님 사건 보고 연락했다, 네가 다니는 학교는 괜찮냐, 너는 괜찮냐' 이런 질문들이 마치 인터뷰하듯 이어졌다. 

친구는 대수롭지 않게 본인은 괜찮다고 대답을 하곤 이런 자신에게 질문하는지 도리어 물어왔다. 

'지내고 있으니 다행이네'말하곤 결혼 생활은 어떤지 아이는 많이 컸는지 안부를 물었고 소소한 대화가 오간 전화를 끊었다.


전화를 마친 뒤 한 동안 멍했다. 솔직히 좀 충격이었다. 

친구는 본인의 안부를 묻는 나를 의아스러워했고, 나의 근황은 전혀 묻지 않았다. 

언제 한 번 보자라든지, 언제 한 번 다시 연락하자는 의례적인 인사도 없이 통화를 마쳤다.

나중에 다시 전화가 오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전화가 다시 오진 않았다.

내가 알고 있었던 관계의 유통기한은 오래전에 끝이 났는데 그걸 나만 몰랐구나 싶어 서글픈 마음이었다. 

그때 그 시절, 그 관계는 확실히 아니구나. 


인생의 한 챕터를 함께 하며 그 시절을 공유했어도 삶을 지속해서 공유하지 않으면 관계는 그 시절 그때를 추억으로 기억할 뿐이다. 내가 그때의 내가 아니고 그도 그때의 그가 아니기에 현재는 관계가 변화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씁쓸한 마음은 어쩔 수 없었지만 그의 중요 변곡점마다 내가 함께 하지 않았다는 사실만은 분명했다.

그럼 중요 변곡점마다 함께 한 친구는 변함없이 늘 한결같을 수 있을까? 그것도 아니다. 늘 한결같다는 얘기도 굉장히 추상적이지만... 

가치관이 달라지고 삶을 대하는 태도가 변화하기에 그 안에서도 서운한 마음도 생기고 마치 다른 사람을 대하는 듯한 생경한 마음이 생기기도 한다. 


그럼 이 관계는 진정한 친구가 아닌 게 될까? 

그렇지 않다. 다만 관계의 새로운 정립이 이뤄질 뿐이다. 

고등학교 시절 석식을 먹고 월드콘 헤이즐넛맛 하나씩을 들고선 사이좋게 운동장을 돌며 이런저런 시시콜콜한 얘기로 입시 스트레스를 함께 달랠 수 있었던 그 순간의 친구, 각자 삶을 열심히 살아내가고 있는 지금의 친구. 다만 그 순간의 우리가 있을 뿐이다. 


오래도록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싶다면 그만큼의 노력을 하면 된다. 

인간관계라는 게 본디 내 마음대로 되는 것도 아니고 서로 만들어가고 유지 보수해 나가는 과정이 아닌가.

이전 인연들이 지나간 그 자리엔 또 새롭게 알게 된 인연들이 내 삶을 함께 한다.  

다만 나는 내 인생을 뚜벅뚜벅 살아가고 삶의 궤적 속에서 만나는 인연들이 있다.


어떤 삶의 순간에, 어떤 인연들을 만났나요?

어쩐지 좋아하는 취미를 함께 나눌 수 있는 지금의 인연이 더 소중하게 느껴진다. 

현재 제일 친한 친구는 삶의 구간마다 계속 바뀝니다. 그건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고 막을 수 없어요. 새로운 인물들이 삶 속에 들어오고 그러면 그들과 관계에 집중하게 되는 겁니다. 
우정이라는 게 어떤 외부의 변화에도 그 깊이가 변하지 않는 막 바위처럼 단단한 성질의 것이 아닙니다. 친구 관계는 서로에게 묶여 있는 것이 아니며 그 거리는 언제나 변할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하세요. 
-오마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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