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불꽃"
"나에게는 아무 것도 없어. 하지만 생명이 있지."
한 중년남성이 회사와 가족에게 버림받고 숲에 들어가 자살을 시도한다. 그러나 끝내 죽지 못해 살아나게 된 그가 이제는 숲에서 홀로 살아가는 이야기. 모토미야 히로시의 『월급쟁이, 아직 살아있다』에 나오는 대사다.
살아있다는 것은 생명의 불꽃을 지피는 일.
숲속에서 열리는 축제의 불길이 성대히 치솟아간다.
내가 태어나 살아간다는 일이 축제가 될 수 있는가? 니체는 그랬어야만 할 것이라고 말했다.
디오니소스 축제에서 화로의 불을 밝힌다. 짙은 숲속이어서 일렁이는 불꽃의 색은 더 선연하다. 어두운 밤하늘이기에 저 별들이 더욱 빛나고 있듯이.
숲에서 불을 피우던 마음은 다 그런 마음이었으리라.
경험쪼가리와 정보찌꺼기들을 모아 세상에 대해 뭔가 아는 척하지만 실은 아무 것도 모르며, 미래는 더욱 가리워진 미지다.
그렇게 인간이 미래에 어두운 것은, 현재가 빛날 수 있게 하려는 배려였다.
현재는 오직 현재에 대한 배려로만 살아질 수 있다.
과거에 사로잡혀 현재를 제약하거나, 미래에 저당잡혀 현재를 희생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에만 오롯이 충실한 그 배려로만.
모든 것이 깜깜하다 해도, 아니 바로 그렇기에, 지금의 이 생명이, 일렁이는 삶의 몸짓이, 하늘로 날아오르는 불꽃의 춤사위가 어느 때보다 선명하게 느껴진다면, 우리는 지금 현재를 살고 있는 것이다.
현재를 빛내고 있는 중이다.
자신이 가진 생명의 불꽃으로.
모든 것을 다 빼앗겼다 해도, 그것만은 결코 잃을 수 없는 바로 인간 그 자신의 증거로 인간은 다시 또 살아오른다.
반드시 스스로를 빛낸다.
하늘과, 별들과, 커다란 나무들이 지켜보는 이 숲속 가운데 조용히 내린 은총으로.
그 춤사위가 영원히 빛날 것이다.
잊지 못하리라.
영원의 숲에, 당신이 아직 살아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