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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깨닫는마음씨 May 06. 2024

영원의 숲 #7

"미래로 놓인 투명다리"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돈을 쓴다. 이곳은 누구에게도 그렇게 보이지 않는 지경에 이르렀다.


  돈 안되는 것을 위해 돈을 쓴다. 나는 거기에는 어떤 간절함이 작용한다고 생각한다.


  정말로 말하고 싶은 것이 있으며, 꼭 전하고 싶은 것이 있다.


  말로, 글로, 상담으로, 강의로, 또 주체못할 몸짓으로 20년은 넘게 해온 것 같다.


  30대까지만 해도 나는 아주 긴 시간을 혼자 싸우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그것은 싸움이 아니었다. 이해받지 못해 일그러진 내 외로움이 많은 것을 적대하게 했을 뿐, 내게 진실로 필요한 것도 싸움이 아니었다.


  이것은 다른 누구의 목마름이 아니라 나의 것.


  이해를 바라야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이해해야 했던 것이다.


  건너가고 싶은 것은 나다.


  '인디아나 존스: 최후의 성전'에서 존스 박사가 허공으로 한 발을 내딛는 그 마음으로 나는 착지하고 싶었던 것이다.


  투명한 발판 위에.


  완전히 다른 새로운 삶의 방식 위에, 내 삶을 나아가고 싶었던 것이다.


  이미지, 말이나 글보다 더 강력한 것은 이미지다. 말할 수 없는 것을 말하기 위해 이미지보다 효과적인 것은 없을 것이다.


  그러한 이미지는 상징적인 의미를 자연스레 내포하며, 또한 체험적이어야 한다.


  상징과 체험, 이것은 종교성을 구성하는 핵심적인 두 요소다.


  내가 자아초월심리학과 종교철학을 전공한 이유는 내 마음이 자연스레 끌리는 것이 결국 종교성이기 때문이다.


  마음이라는 것은 통속적인 입신양명의 소재인가? 마음을 아는 무슨무슨법을 배우게 되면 애인도 생기고, 돈도  벌며, 직장에서 자신을 부당하게 대하던 상사에게 통쾌하게 사이다도 먹일  있게 되는 것인가?


  이것은 마음에 대한 오해이거나, 얕고 투박한 이해다. 둘은 같다.


  마음을 섬세하게 이해해보면, 마음은 이런 것에 끌리지 않는다는 점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마음은 영원에만 끌린다.


  자신이 도착하고 싶은 진짜 자신의 자리가 그 자리이기 때문에.


  그러나 이것은 과거의 자궁속을 그리워하며 퇴행하고자 하는 낭만주의의 경향성이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마음은 영원을 향하기 위해 힘차게 미래로 나아간다.


  보이지 않는 투명다리를 밟아가며, 언뜻 위태로워보이지만, 실은 아주 견고한 발판 위에서 성큼성큼 이동해간다.


  종교성은 원래 미래를 향한 것.


  생명이 살아가는 새로운 삶의 방식을 출현시키는 것이다.


  때문에 세상에서 가장 선구적이고 진보적인 것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종교성이다.


  인간이 새로운 길로 걸어가고자 한다면 '그 앞'은 언제나 미지일 수밖에 없다. 종교성은 이 미지를 향한 친화적 태도의 속성이다. 미지인 까닭에 그것은 상징으로 직관될 수밖에는 없으며, 또 체험으로 접촉될 수밖에는 없다.


  생명의 역사는 미지를 향한 이 운동으로 펼쳐져왔다.


  그렇다면 생명의 최첨병에 선 입장을 종교성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며, 이것이 바로 인간의 입장이다.


  기어이도 종교성은 인간의 본래적 속성이다.


  누구나 자신의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투명다리를 건너가야만 한다는 사실을 안다. 이미 직감한다.


  그것은 자신이 직접 밟아야만 든든한 다리로 드러나게 되는 그러한 성질의 다리다. 밟기 전까지는 허공이다. 아무 것도 없는 것 같아 두렵고 불안해지기도 한다.


  그 허공을 길로 만드는 것은 어떠한 간절함이다. 건너가고 싶다는, 정말로 자유롭고 싶다는, 내면 가장 깊은 곳에서 울리는 그 절실한 외침이다.


  이제 이렇게 쓰도록 하자.


  그 간절한 마음이 길이 된다고.


  건너가는 것은 마음이다. 이 표현은 중의적이다.


  마음이 건너가는 주체이면서, 동시에 건너가도록 놓이게 되는 다리다.


  마음은 아주 섬세하고 투명한 것. 유리와 같다.


  마음에 빛이 밝혀지면 거기에 마음이 있었다는 사실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깜깜한 허공 속에서 가장 신뢰할 수 있는 그 무엇으로 즉시 화한다.


  우리는 이 빛으로 밝혀진 마음만을 따라가는 것이며, 그 아름답고 튼튼한 투명다리를 건너가는 것이다. 미래를 향해.


  자신의 마음은 미래로 놓인 길이다.


  나는 이것만을 말하는 일에 몹시도 간절했다.


  그래서 이곳을 체험적 이미지가 가득한 곳으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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