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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솔 Feb 28. 2021

입학식 날 하고 싶은 말

     

*보통 학교에서는 3월 2일에 ‘보호자님께 드리는 편지’ 따위가 안내장으로 나가게 됩니다. 오늘은 그곳에 차마 쓰지 못한 ‘보호자님께 드리는 사과문’을 적어보고자 합니다.      


보호자님 죄송합니다. 

제가, 올해 1학년을 처음 맡게 되었습니다. 사실, 이 학교도 처음이에요. (이번에 처음 학교를 옮기게 되었습니다) 네, 제가 처음인 게 많습니다. 그러면서 1년 동안 익숙한 척, 아무렇지 않은 척, 별일 없는 척할 예정입니다. 그래서 미리 죄송합니다. 저도 사실 그냥 풋내기입니다.     


 고학년 아이들 교과서를 보면 ‘아 이걸 어떻게 40분 안에 다 가르치나’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번에 ‘야~ 1학년이다!’를 보니, 교과서에 그림밖에 없네요. ‘아 이걸 어떻게 40분 동안 가르치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동 학년 선생님들이 말씀하시길, “1학년은 가위질만 40분이 걸린다.”라고 하시며 걱정하지 말라더군요. 아무렇지 않은 동 학년 선생님들을 보니 더더욱 아이들 인생 첫 담임이 저라는 게 더 죄송합니다.      


 1학년 아이들은 입학하자마자 첫 학교, 첫 교실, 첫 책상과 의자, 첫 칠판, 첫 급식 등등 새로운 환경 때문에 잘 울고, 잘 싼다고 합니다. 두렵네요. 제가 토는 여러 번 치워봤는데, 아직 똥, 오줌은 안 치워봤거든요. 그러니 안내장에 써 드린 여벌의 옷은 꼭 부탁드립니다. 잘 치우고 잘 입혀 가정에 무사히 귀가시키도록 하겠습니다.      


 한 공간에 20명이 넘게 함께 생활하는 환경도 아이들이 처음이라 1학년 때는 억울한 일도 많다고 합니다. 친구가 색종이를 잘 못 접길래 자기가 도와준다고 가져가는 게 색종이를 뺏는 일이 될 수도 있고, 학교에서 뛰 댕기다가 부딪치는 일이 학교 폭력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더욱 미리 죄송합니다. 제가 이 20명이 넘는 아이들의 담임인지라 중립 기어를 세게 넣어야 해서요. 간혹 서운한 마음이 드실지라도 소리는 지르지 말아 주세요. 저도 1학년이 처음이라 잘 울 수도 있습니다.      


 제가 계속 5, 6학년 담임만 해온 터라 지금 급하게 ‘꽃게 박수’랑 ‘지글 짝 보글 짝’ 등등 많은 걸 연습하고 있습니다. 몇 년간 집중구호라고는 ‘0학년! (0반)’(6학년은 그마저도 대답해주면 감사합니다.)뿐이었는데, 자꾸 현타가 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유치원 선생님이 제일 존경스럽습니다. 자그마한 아이들을 보면 용기가 나려나요? 아무쪼록 아이들도 저를 예쁘게 봐주길 바라는 마음뿐입니다.      


 보호자님, 저도, 선생도 잘 부탁드린다는 말씀을 꼭 드리고 싶었는데, 차마 안내장에는 보낼 수가 없었습니다. 아마 겪어보시면 금방 눈치채시겠지요. 아무래도 올해는 ‘쁘로페셔널 이 선생★’ 코스프레는 힘들겠네요. 노련함은 없겠지만, 그래도 모름지기 ‘처음’이 주는 긴장감, 그에 따른 강력한 책임감은 있지 않겠습니까. 그저 젊은 애가 애쓴다 생각하며 잘 봐주시기 바랄 뿐입니다. 그래도 처음이라, 미리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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