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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궁리인 Apr 29. 2023

존경하는 아버지! 고생 많으셨어요

올곧은 분이셨네


 전화벨 소리에 잠을 깼다. 오전 4시 40분, 어머니였다.


 “아버지가 위독하다고 연락와서 지금 병원으로 간다.”


 갑작스러운 사고로 한 달 넘게 입원 중인 아버지를 지난주에 뵙고, 오늘 내려가려고 KTX 표를 예매한 참이었다.


 상태가 호전되고 있다고 들었는데… 짐을 싸던 중에 30분 정도 지나 다시 전화가 왔다.


 “아버지 돌아가셨다. 병원 도착 전에 가셨어. 서둘러 내려와라.”


 따사로운 봄날 당신이 좋아하던 이른 아침에 아버지는 세상과의 이별을 고하셨다.


 점잖고 인자한 큰 어른이었다. 자신보다는 지역의 발전과 가족을 위한 삶이었는데…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최대한 침착하자고 다짐했다. 3시간 거리를 달렸다. 순간순간 눈시울이 뜨거웠지만 참았다. 어찌 내려갔는지 생각이 잘 나지 않는다.


 병원에 들러 경위를 듣고 마무리를 하고 장례식장으로 향했다.   



#1  어르신들 고맙습니다


 오전이라 친척분들만 계시고 아직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내려오며 걱정하던  영정 사진이 모셔 있었다.


 상조회사와 이야기를 마치니 금세 빈소 장식과 상복, 음식 등 손님들 모실 준비가 되었다. 화환과 근조기가 계속 도착한다.    


 오후가 되니, 소식을 들은 부모님 손님들이 속속 찾아 주었다. 연로하셔서 불편한 몸들인데도 굳이 절을 하신다.


  “자네가 장남인가? 아버지랑 대학 동문이야. 참 아까운 분이 가셨어”


  “지역을 위해 큰 일을 많이 하셨는데… 건강하던 양반이”


  “같이 근무했어. 참 올곧은 분이셨어. 훌륭한 분을 아버지로 두었네”


  아버지의 삶을 알기에 그 말씀들이 더더욱 느껴졌다. 그저 감사할 따름이었다.


 저녁 시간이 되니 친척분들과 재직했던 회사의 동료들과 동생들의 손님까지 찾아 주었다. 여느 상가처럼 고인을 추모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한다.


 여러분들의 도움으로 물 흐르듯 잘 진행되었다. 이전처럼 늦은 시각까지 계시지는 않는다. 장례문화도 많이 바뀐 듯했다.



#2  너그러이 이해해 주세요


 손님을 맞이하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 이틀이 순식간에 지나 발인일이 되었다. 병환 중인 어머니가 생각 이상으로 잘 버텨줘 다행이었다.


 화장을 마치고 아버지의 발자취가 어린 고향의 관광 명소들려 마지막 길에 둘러보시게 했다. 폐를 끼치면 안 되니 정문 주변을 천천히 돌았다. 이어서 두 분이 힘써 일군 농장으로 향했다.


 아버지가 일하고 휴식하던 의자에 앉아 유골함에 잠시 밀짚모자를 씌워드렸다. 당신이 피땀으로 30년 동안 정성을 들인 농장 곳곳을 천천히 돌았다.


 소를 키웠을 당시, 아버지와 함께 소를 축사 한 켠으로 몰던 일과 그러지 말라 해도 새벽부터 작업복을 입고 땀으로 흠뻑 젖어 농장일을 하던 모습이 스쳐 지났다.


 문제는 화장 후의 장지가 문제였다. 때때로 산에 가족 납골당을 조성하자는 어머니의 이야기가 있었지만 그리 내키지 않았다.


 이전에 자손들이 찾기 쉽게 서울 근교 수목장으로 하자고 동생들과는 합의했지만 문제는 장소였다.


 발인 직전에 동생 한 명이 아버지가 공을 들인 농장에 모시는 것도 의미 있지 않을까? 한다. 다른 동생들도 그것도 좋겠다 한다.


 마음이 흔들렸다. 그래도 후일을 고려하면 서울 근교가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까운 친척 어른에게 의견을 물었다.


 “네가 서울 근처로 한다 해서 결정 잘했다 생각했는데 농장은 아니야. 나중을 생각해야지.”


 조용하고 점잖은 분이 단호하게 말씀하신다.


 흔들리는 마음을 다잡고 동생들과 상의해 그리 하기로 했다. 수목장 업체와 연락해 미팅 날짜를 잡았다. 교통과 장지의 위치와 수목을 보니 바로 마음이 정해졌다.


 다음 날 아버님을 수목장으로 모셨다. 새벽에 비가 흩뿌렸는데 오전에는 그쳐서 다행이었다. 그래도 자식들이 더 자주 찾아뵐 수 있으니, 위안으로 삼아 주시기를 바랐다.


 한결같은 삶으로 세상을 밝게 한 분이었다. 우리 마음속에 영원히 자리할 것이다.



 

 이상하리만큼 눈물이 나지 않는다. 실감이 나지 않아서 그럴 수도 있고 마음 한 구석에 받아들이고 싶지 않아서인지도 모르겠다.


 문득문득 잠자리에서나 책상에서 눈가에 눈물이 맺히곤 한다. 이 순간에도 그렇다. 눈물을 삼킨다.


 아버지한테 짜증을 내고 서울로 올라와서 나도 모르게 죄송한 마음에 울곤 했다. 시간이 좀 지나면 그리 될 것 같다. 참지 않고 울고 싶다. 그래도 되겠지…


 존경하는 아버지! 그동안 참으로 고생 많으셨습니다. 이제 오로지 아버지만을 위한 시간 보내십시오.



이미지 출처 : 제목 – 픽사베이


#부모 #감사 #사랑 #헌신 #자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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