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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궁리인 May 10. 2023

무엇을 위해 일하는가?

나는 어떤 스타일일까


 휴대폰의 진동음이 들렸다. 오래전 같이 근무했던 K차장이었다. 성과가 탁월해 지점에서는 유일하게 MBA 대상자로 선정되었다. 미국 생활 사진과 함께 학교의 기념품을 보내주었던 기억이 났다.


 귀국해 본사의 주요 부서에서 핵심 스태프로 탄탄대로를 달리고 있었다.


 “잘 지내시지요. 오랜만에 얼굴 한 번 뵙고 싶어서요.”


 반가웠다. 바로 약속을 잡았지만, 왠지 힘없는 목소리가 내심 걸렸다.




#1  이직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편안한 백반집에서 그를 마주했다. 제대로 한 번 해 보자 싶어서 서울로 주거지도 옮겼다 한다. 부인까지 직장에 이동 신청을 했다니 의지가 느껴졌다. 오랜만의 서울 살이를 풀어놓는다.


 “그래 본사 생활은 할 만해? 지점과는 많이 다르지?”


 “예. 10년 넘게 지방에만 있다가 다시 오니 많이 변했더라고요. 그래도 제가 누구입니까. 적응해야지요.” 특유의 너스레를 떤다.


 “다른 건 괜찮은데, 진짜 힘든 것은 P부장 때문이에요.”


 물불 안 가리는 스타일이니 그럴 만하겠다 싶었지만, 내공이 강한 K차장이었기에 의외였다.


 “그런 사람은 처음 봤어요. CEO한테 보고할 거리 없냐고 수시로 다그쳐요. 다른 업무는 관심이 없어요.”


 “더 문제는 막말을 한다는 거예요. 밥값은 제대로 하는 거냐고 할 때는 미치겠어요. 팀 분위기가 말이 아닙니다.”


 산전수전 다 겪어 웬만한 스트레스는 꿈쩍도 않는 그의 말인지라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어렵사리 이야기를 꺼낸다.


 “마침, 스타트업에서 제안이 왔는데 고민이 되네요.”


 그것도 좋은 기회이니 냉철하게 심사숙고해 보라 했다. 새로운 시도에 익숙하고 적응력이 뛰어난 그인지라 잘 맞겠다 싶었지만, 행여 현재의 힘든 상황을 벗어나기 위한 판단이라면 적절치 않아 보였다.

 

 결국 고민 끝에 그는 이직을 하지 않았고, P부장은 연말에 타 부서로 이동했다. 팀장의 스타일이 팀원에게 큰 상처가 되고 직장 생활에 심대한 영향을 준다는 것을 다시금 깨달았다.”




#2  발 빠른 태세 전환


 같이 일한 S차장이 눈에 띄어 유력 임원이나 인사 부서에 추천을 한 적이 있다. 기획과 분석력이 뛰어나 어디 가나 탁월한 실적이 돋보였다. 나름의 소신도 있어 일방적 지시 일변도의 상사와는 부딪히기도 했다.  


 기대한 것처럼 그가 부지점장에 임명되었다. 새로운 업무를 맡았지만 역시 몇 달 안가 상위권으로 치고 올라가는 것을 보고 대단하다 싶었다. 잘 안 풀리는 문제를 그의 의견을 구하고 접목해 보기도 했다.


 연말이 되니 그가 몸이 좀 안 좋아 휴직원을 냈다는 이야기가 들려왔다. 그리 심하지는 않아서 다행이었다. 상사하고도 갈등이 있었고, 고향으로 가고픈 생각도 있었던 듯했다. 후에 그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S차장 네가 마음만 먹으면 쭉쭉 클 수 있었을 텐데 아쉽다.”


“잘 알지요. 근데 그게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부장, 임원이 되어도 일찍 그만두어야 하는데 저는 그렇게 안 살려고요.”


“스트레스도 덜 받고 싶고, 조금만 하면 성과도 자신 있어요. 편히 고향에서 가족과 함께 있고 싶어요.”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전략적인(?) 그 다운 판단과 선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승진에 연연하지 않고 직장인인 부인과 고등학생인 자식에 집중하겠다는 그의 결정이 슬기롭다는…


 학창 시절에 직장 다니는 선배의 ‘가늘고 길게 사는 게 최고’라는 말이, 뭔가 의지도 없고 월급 도둑 같아 보여 거슬린 적이 있었다.


 신임 팀장일 때도 잘 나가는 선배 중 하나가 ‘뭐 하러 그리 열심히 해? 좋은 게 좋은 거야. 적당히 해’ 하기에, 뭐 저런 선배가 있나?’ 하고 안 좋게 보기도 했다.




 

 돌이켜 보면, 업무를 하면서 느끼는 성취감과 실적이 좋아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직장생활을 했었다. 

 

 위에서 시키는 일보다는 알아서 일을 찾고 새로운 관점에서 다양한 시도를 하는 스타일이었다. 의견을 굽히지 않아, 상사와의 충돌도 적지 않았다.


 옳고 그르다를 떠나 가치관과 직장 생활을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서 다양한 유형이 있다. 자신의 성공만을 바라보고 일을 하는 이들도 있다. 경영진인데도 회사보다는 자신을 위한 선택을 하는 것을 볼 때면 환멸을 느끼기도 했다.


 다양한 유형이 공존하는 것이 직장이지만, 이제 자신의 삶을 더 중시하는 세상으로 점차 변하고 있고 앞으로는 더 가속화될 것이다.


 사회와 구성원의 이런 변화를 읽고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인사 등 관련 부서의 준비와 노력이 회사의 새로운 경쟁력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쉽기도 하고 또한 쉽지만은 않은 직장 생활, 과연 나는 어떤 스타일인가?



이미지 출처 : 제목 – SBS 스토브리그  #1, #2 - 픽사베이


#직장 #팀장 #워라밸 #가족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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