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일주일도 안되었는걸
어제 내가 써놓은 글을 다시 읽고 심바를 이뻐했던 친한 언니에게 메세지를 보냈다.
"언니, 오늘은 심바가 기분좋게 떠나고 있는 것 같아서 마음이 좀 놓여."
보내자 마자 나도 모르게 주저앉아서 오열을 하기 시작했다. 특별히 어떤 추억이 떠오른것도 아니고 심바의 유골함이 눈에 들어왔던 것도 아닌데. 심바가 떠난 후 처음으로 엉엉 소리를 내며 울기 시작했다.
아이를 떠나보내고 처음 맞이하는 주말, 건강했을때는 오늘은 하루종일 또 뭘하고 함께 보낼까 고민하고 아픈 이후로는 함께 병원을 들렸다가 옆 공원에 잠시 바람이라도 쐬고 올까. 오늘은 하루 종일 대소변도 직접 치워줄 수 있으니 그나마 마음이 놓이기는 하는데 . 오늘 새벽배송온 새로운 밥은 잘 먹으려나? 여러가지 생각을 하면서 일어났을텐데. 어제 생각보다 소리를 크게 내고 울었는지 목이 따갑다.
아이가 편안하게 떠났다는 안도감으로 슬프지만 나도 안정을 찾아가는 줄로 알고 있었다. 나의 큰 착각이었다. 아직 내 침대에서 꼬물거리던 모습, 따뜻한 온기, 얼굴을 들이대면 옜다 하며 한두번 새침하게 핥아주던 말랑한 촉감이 아직 너무 생생한데. 떠난지 며칠이나 되었다고 난 벌써 괜찮아 지고 있다는 건방진 생각을 했던 걸까.
펫로스와 관련된 글을 일부러 안찾아, 아니 못찾아 보고 있다. 대부분 반려동물을 떠나보낸 보호자들은 미안함과 그리움이 뒤섞인 쉽게 위로되지 않는 감정들로 괴로워 한다. 나도 이 순간은 언젠가는 올 것을 알았기에 정말 이별하고 난 후에 어떤 마음일지 몇 번은 나만의 시뮬레이션을 해 본 적이 있다. 그것 또한 나의 오만이었다.
17년간 나는 어릴때는 어려서, 건강할 때에는 건강해서, 아플때는 아파서 눈 뜨자 마자 심바를 찾는 것이 버릇이 되었다. 이젠 나 혼자 침대위에서 누워 있고 싶은 만큼 누워 있으면 되지만 습관은 쉽게 버릴 수 없다. 무의식적으로 심바가 누워있던 자리를 돌아보거나 아침 저녁으로 약을 먹여야 하는 어찌 보면 클리쉐할 수도 있는 반복 행동 패턴은 다행스럽게 나에게 발생하지는 않았다. 차라리 그렇게 살짝 넋나간 행동이라도 한다면 조금 마음이 가벼울까. 정말 어떻게 이 시간을 보내야 할지 막막하다.
억지로 어려운 인문학 책도 읽고 냉장고 청소를 했다.
억지로 괜찮아지지 않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