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elier des fleurs 파피루스
난 향수를 정말 좋아한다.
왜 좋아하는지 이유는 다양하지만, 가장 단순하게 좋은 향을 맡으면 기분이 좋아지기 때문인것 같다.
그래서 남들이 좋아하는 향보단 내가 좋아하는 향으로 향수를 사는 편이다.
물론, 어떤 향인지 판단할때는 굉장히 주관적이지만
대체적으로 보편적으로 느껴지는 향의 이미지는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그게 나와 맞든, 맞지 않든, 뿌릴지는 내가 스스로 선택하면 그만이다.
그래서 나는 향수를 선택할때 그때 그때 나의 스타일링에 맞게 뿌리려는 노력을 하기도 한다.
이렇게 되면 역으로 내가 좋아하는 향에 어울리는 스타일링에 도전을 해볼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최근에 회사에서 향수를 받았다.
MD 부서와 같이 일하다 알게 된 대리님이 브랜드사와 미팅을 하면서 받은 향수 견본품을 주셨다.
내가 향수 덕후인지 모르셨겠지만, 내가 고르지 않은 향수를 받은 것은 참 오랜만이기 때문에 기분이 너무 좋았다.
이번에 받은 향수는 끌로에의 아뜰리에 드 플뢰르 라인의 향수인 '파피루스'이다.
기존에 끌로에 향수하면 떠오르는 끌로에 우먼퍼퓸이나 노마드와는 다르게 좀 고가 라인이어서, 올리브영에서는 판매하지 않고, 백화점에 가야만 만날 수 있다.
끌로에 공식 홈페이지에 가면, 이 향수의 향을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현대적인 향수 세트로 예술적인 플로럴 구성을 기념하는 고급스러운 컬렉션이 파피루스 향기를 선보입니다. 모든 향수는 조향사의 기억에 깊게 새겨진 고유의 시그니처를 지니고 있으며, 어떠한 한계도 없이 자유롭게 향수를 조합하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합니다.
어린 시절, 알렉시스 다디에(Alexis Dadier)는 이집트 여행을 다녀온 조부모님으로부터 상형문자로 가득 찬 파피루스를 선물 받았습니다. 파피루스를 통해 그는 이집트라는 신비로운 나라에 매료되었습니다. 시간이 흐른 후 조향사가 된 그는 보트에 몸을 싣고 나일강을 항주하던 중 파피루스의 싱그러운 향과 스모키한 아로마 사이의 대조적인 모순을 만나게 되었고, 이에 영감을 받아 놀라울 정도로 대조적인 이중성을 지닌 우디 오 드 퍼퓸을 탄생시켰습니다."
내가 이 향을 딱 맞자마자 느낀건 우디하면서도 굉장히 프레시하다는 점이었는데, 소개에 바로 이런 이중성을 지닌다고 설명되어 있어 좀 놀랬다.
그리고 파피루스가 종이라는 뜻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딱 뿌렸을 때 나는 그 종이같은 냄새가 구현되어서 신기했다.
풀과 종이 사이 그 어디쯤이었다.
근데 뿌리고 시간이 조금 지나면, 이런 종이같은 냄새는 사라지고
약간 쌉사름한 우디한 향과 아주 미세한 포그한 향이 남는다.
나는 개인적으로 첫향보다 잔향이 훨씬 매력적이라고 느껴졌고,
지속력과 확산력도 꽤나 좋은 향수였다.
내가 나의 향을 제대로 맡을 수 있다.
개인적으로 나는 이 향수는 조금 무심한 듯 시크한 느낌을 주고 싶을 때 뿌리면 어떨까 싶었다.
그렇다고 너무 묵직한 향은 아니기 때문에 너무 빡세게 힘을 주기 보다는
뭔가 fresh하면서 chic함이 공존한 느낌이 더 잘어울릴것 같았다.
약간 이런 분위기를 연출하고 싶을 때 잘어울릴것 같았다.
우디한 향수 치고는 굉장히 웨어러블한 느낌이고
독하지 않기 때문에 마음이 든 향수였다.
어느덧 내가 사랑하는 계절인 가을이 왔는데
올해 가을은 이 향수를 자주 뿌려서 기억을 많이 남기고 싶다.
어느 시즌에 어떤 향수를 집중적으로 뿌리면 나중에 그 향수를 맡았을때 그때로 돌아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이제 한 해가 지나갈 수록 더욱 시간이 빨리 간다는 것을 체감하고 있고
그래서 이 시간이 너무나도 소중하다는 생각이 든다.
올 가을은 추억도 많이 쌓고, 남은 한 해를 어떻게 보낼지도 생각해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