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tella Sep 15. 2023

각자의 삶

    올해로 서른이 된 나. 만 나이로는 아직 20대지만 “너도 이제 서른인데"라는 말을 줄곧 듣다 보니 서른이라는 숫자가 주는 무게감을 하루하루 실감하는 중이다.


서른이 되며 달라진 건 비단 나이의 앞자리 숫자만은 아니다. 면역력이 떨어지며 생전 없던 알레르기가 갑자기 생기기도 하고, 정수리엔 새치가 희끗희끗하며, 조금만 운전을 오래 해도 어깨와 등허리가 쑤셔오곤 한다. 처음엔 내가 유독 몸이 약해서인가 했는데 주변 친구들도 비슷한 경험을 하는 걸 보니 이런 게 서른인가 싶기도 하다.


하나씩 고장 나는 신체와 더불어, 내 삶도 많이 달라졌다. 4년간 회사생활을 하다 올해초 그만두고 프리랜서를 시작했고, 10년 넘게 타지 생활을 하다 본가 근처로 이사도 왔다. 본가 근처로 오게 되며 가족과 시간을 자주 보내게 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자주 만나는 건 역시 친구들이다. 오랜 외국 생활로 드문드문 보던 친구들은 나를 자주 볼 수 있어 좋다며 때때로 술잔을 기울이며 지난 시간의 공백을 빈 잔에 채운다.


내가 달라진 만큼 많이 바뀐 친구들의 삶. 학교 앞에서 떡볶이를 같이 먹던 학창 시절 친구들은 하나둘 결혼을 하거나, 이미 가정을 꾸리고 아기의 엄마/아빠가 되어있는 경우도 더러 있다. 본인의 사업장을 차려서 어엿한 대표가 되어있는 친구, 해외로 이민해서 사는 친구, 전업주부로 아이들을 키우는 친구, 유학을 떠나는 친구, 대학원에 가는 친구…


단순히 삶의 모양이 달라졌기 때문에 멀어진 친구들도 있지만,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가치관의 차이를 느끼며 의도적으로 멀리하게 된 친구들도 생기기 시작했다. 어릴 땐 똑같은 교복을 입고 비슷한 음식을 먹고 맨날 가는 옷 가게에 가서 노는 게 전부여서 서로의 차이래 봤자 각자 좋아하는 아이돌, 입맛 정도가 전부였다. 하지만 지금은 삶에 대한 태도, 양육이나 돈에 대한 생각, 어릴 땐 몰랐던 각자의 취향을 알게 되며 더욱 선명해진 성격 등 전반적인 가치관이 너무나도 다양해져서 나와 생각이나 믿음이 꼭 맞는 사람을 찾는 게 더 희귀하다. 그래서 오히려 일로 만난 사람이 더 편하다는 친구들도 간혹 있다. 누구는 아파트를 매매했고, 셋째를 출산 예정인데, 또 다른 누구는 비혼주의에 유기묘를 돌본다.


우리가 12년 동안 학생으로 산 삶과 지금 사회인이 되어 내 손으로 직접 만들어 가는 삶은 때론 같기도 하지만 많이 다르기도 하다. 그 차이를 인정하는데 난 참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렇기에 지금까지 남아있는 친구들이 더욱 소중하고 고맙게 느껴진다. 또 한편으로는 나와 같지만, 또 다른 이 삶들이 있기에 내가 택한 삶도 객관적으로 되돌아볼 수 있게 된다. 아기를 낳아 양육하는 친구를 보며 내가 아이들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깨달았고, 여행을 좋아하는 친구와 함께 여행을 다니면서 난 패키지여행보다 호텔에 누워 쉬는 여행 타입을 좋아하는 걸 깨닫기도 했다. 처음엔 단순히 나와 다르기 때문에 멀어지고 싶어 했는데 이젠 다양한 각자의 삶을 보며 나에게 맞는 삶을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20대가 아니라는 게 마냥 친구와 멀어지고, 아픈 곳이 많아진다는 것에 속상해할 게 아니라 더 노련해지고, 취향을 찾게 되고, 때문에 내가 진정 좋아하는 사람들과 좋아하는 것들을 더 많이 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어쩐지 내년의 나도, 40대의 나도 기다려진다.

작가의 이전글 Train of thought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