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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명현 Mar 26. 2020

코로나 그리고 평범의 미학

이렇게 어려운 줄 몰랐습니다. 매 순간이 기적이었습니다.

  혈기가 왕성했던 시절에 유독 이해하지 못했던 

어른들의 한 마디가 있다.

 ‘평범하게 사는 것이 가장 어렵다’는 것.


썩 와 닿지 않아 매번 귓등으로 흘려 보낸 

기억이 생생하다.

이 따끔 씩 생각이 나 의미를 이해해보려 해도 

소용이 없었다.


철없는 어린 마음에 

남들과 뚜렷이 구분될 정도로 특별하게 사는 것이 최고인 줄 알았으니 말이다.


그러고 보니 

누군가에게 부러움을 살 정도로 

내세울 것들을 모으느라 

평범을 놓치고 살았다.


무난히 평범한 

인생의 코스를 밟는 것은 

별 볼 일 없는 ‘평범한’ 사람들이 거쳐가는 

일상 다반사인 줄 알았기에.


 그렇게 평범이란 내게는 

무능함과 지루함의 상징이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비범'이라는 사탕 발린 신기루의 정체를 

알아차리기 시작했다.


동시에 놓쳐버린 

평범의 진가를 체감했다

 

흔히 일컫는 무탈한 평범한 일상이라는 기적은 

저절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설령 다른 관례를 ‘평범’ 삼아 살아간다 해도 

어림없다.


파도처럼 밀려오는 인생의 문제,

철없이 내지른 무모한 선택,

예기 치 못한 변수들이 

온 힘을 다해 평범을 밀어낸다.


무난한 삶이라는 수면 아래에 두 발은 쉴 새 없이 파닥거리고 있다.

  

그러고 보면 무던히 살아가는 

내 옆 사람도 나름의 평범을 수호하기 위해 

남 모를 전쟁을 치르고 있다.


TV에 나오는 유명인만 대단한 것이 아니다.

나와 그대를 비롯한 TV 밖의 보통의 존재들도 

못 지 않게 대단하다.

 

코로나가 횡포를 부리는 말도 안 되는 오늘을 

묵묵히 살아내고 있기에.

흔들리는 삶 속에서도 

평범의 순간을 놓지 않으려 하기에.    


예고 없이 찾아온 코로나는 

유한한 삶을 긍정하게 하고 

인생의 한계를 받아들이도록 했다.


평범이 내게 다시 손짓 하기 시작했다.


그러고 보니 평범했던 모든 지난날이 나와 그대의 소중한 하루였다.


 아직도 기승을 부리고 있는 이 코로나는

우리 남은 여생의 고난을 

묵묵히 뚫고 지나가게 해 줄 

무료 백신 접종 인지도 모른다.

 

내겐 늘 찬밥 신세였던 평범이 

이제야 빛을 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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