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명현 Mar 30. 2020

오늘의 표현: 'Loser' 루저, 싸움에서 진 사람

지는 게 지는 게 아닌 진짜 이유. 늘 이겨야 직성이 풀리는 나와 너에게

  


지는 게 지는 게 아닌 진짜 이유

  

지는게 이기는 것이란 말은

패배자를 위한

자기위안이 아닙니다.


똥이 더러우니

피해가라는

비하의 표현도 아닙니다.


정확히 말하면

지는 게 아니라

져 주는 것이죠.

  

져 주는 것은

아주 잠시 내가 녹아 없어지는

예술입니다.


동시에

모든 관계 문제의

만병통치약 이기도 합니다.

  

 세상에 나쁜 개는 없듯이

원래 나쁜 사람도 없습니다.

상대가

 잠시 정신을 못 차리고 있을 뿐이죠.


내게 필요한

교훈과 성숙을 위해

일정 기간

악역을 맡았을 뿐입니다.


억울해서 정신을 못 차리는

자리에

내 그릇의 용량이 커지고 있습니다.

  

인간이란

 수 많은 한계와 모순을 지닌

연약한 동물입니다.


그렇기에

다른 누군가도

나에게 일부러 져주고 있는지도

모를 일 입니다.

  

무조건 이겨야 상책이고

지면 끝장이라는

이분법은

어떠한 한계도

뛰어넘지 못하게 만듭니다.


많은 경우

상대의 어이없는 처세는

나름 커튼 뒤로 가려진

고유한 이유가 있습니다.

차마 말 못할 이유 말입니다.


내가 잠깐 져주면

상대는 숨을 고르고

정신을 차립니다.

그제서야

자신의 과오가

저절로 보이기 시작합니다.


차마 못다한 말들은

그때 해도 늦지 않습니다.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 하더라도

걱정 마세요.

한 사람만 봐주기 식으로

결론 맺어질 정도로

세상은

그리 호락호락 하지 않으니까요.


상대가 굴복할 수밖에 없는

맞춤 형 상황이

불시에

들이닥치게 되어 있습니다.

  

상대의 귀에

못 박히고

피가 나도록 지적을 해도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하려면

 내가 잠시 녹아 없어져야 합니다.


이건 비밀인데,

시간이 지나면

나는 져준것 뿐인데

결국 내가 믿고 기다려 준 격이

되어버립니다.

졸지에 대인배가 되어있습니다.

그게 진정으로 이기는 겁니다.

  

스펙이 좋다고

되는 것 아닙니다.

성격이 좋다고

쉬운 것도 아닙니다.


모두가

이겨 먹으려고

발 버둥 치는 세상에

전략적으로

지는 법을 모르고

사는 것도

조금은 난감합니다.

  

언쟁에서는

따박따박 구구절절

다 이겨 놓고

뒤에 가서

온갖 불이익의 고배를 마시는 사람.

이런 사람을

 ‘헛 똑똑이’라고 하죠.

  

나의 너그러운 패배가

상대에게

부담스러운 멍석입니다.

부리던 객기도

영 쑥스러워서

관두게 되는 마법의 멍석입니다.

  

작은 사람은

 큰 사람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큰 사람이

져주는 모습은

굴욕적이지 않습니다.


아름답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오늘의 표현: The Next Right Thing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