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는 게 지는 게 아닌 진짜 이유. 늘 이겨야 직성이 풀리는 나와 너에게
지는 게 지는 게 아닌 진짜 이유
지는게 이기는 것이란 말은
패배자를 위한
자기위안이 아닙니다.
똥이 더러우니
피해가라는
비하의 표현도 아닙니다.
정확히 말하면
지는 게 아니라
져 주는 것이죠.
져 주는 것은
아주 잠시 내가 녹아 없어지는
예술입니다.
동시에
모든 관계 문제의
만병통치약 이기도 합니다.
세상에 나쁜 개는 없듯이
원래 나쁜 사람도 없습니다.
상대가
잠시 정신을 못 차리고 있을 뿐이죠.
내게 필요한
교훈과 성숙을 위해
일정 기간
악역을 맡았을 뿐입니다.
억울해서 정신을 못 차리는
자리에
내 그릇의 용량이 커지고 있습니다.
인간이란
수 많은 한계와 모순을 지닌
연약한 동물입니다.
그렇기에
다른 누군가도
나에게 일부러 져주고 있는지도
모를 일 입니다.
무조건 이겨야 상책이고
지면 끝장이라는
이분법은
어떠한 한계도
뛰어넘지 못하게 만듭니다.
많은 경우
상대의 어이없는 처세는
나름 커튼 뒤로 가려진
고유한 이유가 있습니다.
차마 말 못할 이유 말입니다.
내가 잠깐 져주면
상대는 숨을 고르고
정신을 차립니다.
그제서야
자신의 과오가
저절로 보이기 시작합니다.
차마 못다한 말들은
그때 해도 늦지 않습니다.
혹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 하더라도
걱정 마세요.
한 사람만 봐주기 식으로
결론 맺어질 정도로
세상은
그리 호락호락 하지 않으니까요.
상대가 굴복할 수밖에 없는
맞춤 형 상황이
불시에
들이닥치게 되어 있습니다.
상대의 귀에
못 박히고
피가 나도록 지적을 해도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하려면
내가 잠시 녹아 없어져야 합니다.
이건 비밀인데,
시간이 지나면
나는 져준것 뿐인데
결국 내가 믿고 기다려 준 격이
되어버립니다.
졸지에 대인배가 되어있습니다.
그게 진정으로 이기는 겁니다.
스펙이 좋다고
되는 것 아닙니다.
성격이 좋다고
쉬운 것도 아닙니다.
모두가
이겨 먹으려고
발 버둥 치는 세상에
전략적으로
지는 법을 모르고
사는 것도
조금은 난감합니다.
언쟁에서는
따박따박 구구절절
다 이겨 놓고
뒤에 가서
온갖 불이익의 고배를 마시는 사람.
이런 사람을
‘헛 똑똑이’라고 하죠.
나의 너그러운 패배가
상대에게
부담스러운 멍석입니다.
부리던 객기도
영 쑥스러워서
관두게 되는 마법의 멍석입니다.
작은 사람은
큰 사람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큰 사람이
져주는 모습은
굴욕적이지 않습니다.
아름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