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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didiah Sep 07. 2020

[한 줄 노트] 침묵

By 엔도 슈사쿠

그러나 이토록 무서운 죽음조차 이기지 못하는 신념을 지닌 사람들이 있다. 특히, 종교적 신념이 죽음의 공포를 뛰어넘은 이들에게 우리는 '순교자'라는 이름을 붙인다.

밟아도 좋다.
나는 너희들에게 밟히기 위해 이 세상에 태어나,
너희들의 아픔을 나눠 갖기 위해 십자가를 짊어졌던 것이다.




죽음은 내가 누리던 모든 것들을 누릴 수 없게 하며, 세상 어디에도 경험해본 자들이 없는 궁극의 공포다.

죽음 앞에서는 그 어떤 물질이나 가치, 신념도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는 숭고한 가치다.


그러나 이토록 무서운 죽음조차 이기지 못하는 신념을 지닌 사람들이 있다. 

특별히, 종교적 신념이 죽음의 공포를 뛰어넘은 이들에게 우리는 '순교자'라는 이름을 붙인다.


그들에게 죽음은 더 이상  무서운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순교자들은 더 이상 무서운 것이 없는 존재가 되는 것인가?


아니다. 어렵사리 죽음의 공포를 이겨냈지만 다른 무언가가 죽음의 자리를 꿰찼다.


「침묵」은 죽음을 불사한 인간의 강인함이나, 종교적 신념을 지키고자 하는 순교자들의 숭고함이 아닌,

가장 무서웠던 죽음을 이겨내도, 결국 그 빈자리를 다른 것으로 채울 수 밖에 없는 연약한 인간을 보여준다.


무엇을 내 삶의 최고의 가치로 두고 사는가.

그것은 내가 지키고자 하는 가장 숭고한 가치이자, 동시에 무너지고 싶지 않은 궁극의 공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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