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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RU Jul 20. 2024

애콜라이트 후기*우상파괴의 함정

《애콜라이트》를 어젯밤에 봤다. 1화의 객잔 액션에서 호금전의 《대취협》이 연상되어 반가웠고, 5화에서 기대감을 높였다. 레슬리 헤드랜드 감독은 〈라쇼몽〉을 언급했으나, 7화는 3화의 재탕이라 실망스러웠다. 최종 8화에서 ‘아 이런 거였어’라고 후회가 밀려왔다. 찾아보니 케슬린 케네디 대표는 "시청자들은 결국에는 솔(이정재)을 응원해야 되는 걸 알지만, 솔을 혐오하는 감정이 들도록 제작했다"고 밝혔다. 


디즈니 스타워즈가 (저를 포함한) 팬들의 반발을 일으키는 원인은 캐슬린 케네디 루카스필름 대표의 제작 지침에 있다. 케네디 대표는 디즈니 스타워즈만의 신선함으로 ‘우상파괴’로 일관하기 때문이다. 프랜차이즈가 다루는 핵심 가치(제다이), 핵심 볼거리(라이트세이버 대결)를 외면하고, 시리즈 주역(루크 스카이워커)에 대한 예우가 박한 것은 그것이 청산해야 할 제거 대상이기 때문이다. 그녀는 자신의 지시사항을 따르지 않은 창작자(패티 젠킨스, 콜린 트레보우, 필 로드 & 크리스토퍼 밀러)을 해고한 바 있을 정도로 자신의 견해를 감독과 각본가에 적극적으로 어필하는 제작자다. 그녀가 맡은 디즈니 스타워즈는 왜 비판받는지를 분석해보자!


①우상파괴

메이와 오샤

케네디 대표가 만든 디즈니 스타워즈 작품들, 시퀄 3부작부터 쭉 메리 수의 여성 주인공을 내세우고 있다. 이들을 밀어주기 위해 시리즈의 근간을 뒤흔든다. 《애콜라이트》의 주인공인 메이와 오샤 자매는 〈라스트 제다이〉의 레이, 〈아소카〉에서 모건 엘스베스, 〈오비완 케노비〉의 세 번째 자매 같은 문제점을 반복한다 그 세계관이 인기를 얻은 전통적 가치를 외면한다. 포스로 기억을 지우고, 우주에서 유영하고, 이런 장면을 지시한 연유에서 그녀의 문제점이 드러난다.


케네디의 신 캐릭터들은 제대로 된 수련을 거치지 않아도 제다이 마스터를 능가하는 먼치킨 캐릭터로 시련과 고난에 공감할 수 없다. 《애콜라이트》에서 1화부터 사건에 곧장 진입하지만, 오샤와 메이(아만들라 스텐버그) 자매의 미스터리를 7화까지 질질 끈다. 8화만으로 모든 의문점을 풀 수 없었다. 레옌코트 의원(데이비드 헤어우드)의 장면을 제외하면 쌍둥이 자매 외에는 다른 복선들은 회수하지 못했다. 결국 시즌 2로 넘긴 것이다.


②제다이는 왜 금욕적일까?

《애콜라이트》의 지향점은 제다이라는 우상을 파괴하는 것이다. 제작자, 감독, 각본가의 인터뷰에서 이를 숨기지 않는다. 그렇다면 제다이란 무엇인가부터 짚고 넘어가겠다.


제다이는 중세유럽의 종교 기사단, 조선의 양반이나 일본의 사무라이처럼 무력과 학식, 행정력을 겸비하고서 군주를 보필하는 엘리트 계층이다. 조선의 양반은 문반과 무반을 합친 말로서, 제다이처럼 학자, 무사, 관료의 역할을 도맡고 있다는 점에서 일맥상통한다. 은하 공화국에서 제다이 기사단은 의결기관인 은하 의회가 결정한 행정을 집행하는 ‘권력기관’이다. 우리나라로 치면 행정집행(경찰, 외무부), 수사권(검찰), 보안 및 정보수집 (국정원)을 하며, 전시에는 장군(지휘권)처럼 클론 트루퍼를 통솔한다.


쉽게 말해 제다이 기사단은 ’개인이나 단체를 대상으로 수사 및 조사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다는 의미다. 통제수단으로 루카스는 (모델이 종교 기사단이니까) 종교적 금욕주의를 택했을 뿐이다. 프리퀄에서 제다이가 오판한 것도 맞지만, 공화국을 멸하고 황제로 되고픈 팰퍼틴이 공화국을 지탱하는 권력기관을 해체해버린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군사반란을 일으킨 독재자가 그 군을 견제하기 위해 중정(안기부)에 힘을 실어주고 사조직(하나회)을 키워줬던 것을 떠올려보길 바란다. 왕들이 교황의 권위가 떨어지자 종교 기사단을 해산한 것과 같은 이치다. 루카스는 역사에서 소재(인디아나 존스)를 발굴했던 사람이기에, 이것을 알고 있었다.


《애콜라이트》에서 ‘언젠가 너희(제다이)의 고결한 의도가 은하계의 모든 제다이를 파멸시킬 거야"’는 대사가 나온다. 옛부터 엘리트 계층과권력기관을 도덕적인 규율로 통제해왔다.  동양은 유교의 ‘충(忠)’로 유럽은 기독교의 ‘기사도(騎士道)’나 ‘신사도(紳士道)‘로 단속했다. 무력과 학식을 가진 엘리트가 제멋대로 사적 제재를 벌인다면 사회 안정화를 꾀할 수 없기 때문에, 지배층은 항상 이러한 금욕주의를 미화하고 장려해왔다. 그러나 세월이 지남에 따라 기사도 같은 규범이 퇴색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일본의 무사도(武士道)가 카미가제 특공대가 자살 공격을 감행하도록 강요하는 조작된 전통으로 날조되고 윤색되었다.


③제다이 없는 스타워즈 가능한가?

스타워즈의 본질은 영웅담이다. 조지 루카스는 어릴 적부터 좋아하던 SF소설, 사무라이 시대극, 역사와 신화에서 스타워즈를 잉태했다. 당연히 주인공에 종교 기사단에 동양의 ’기(氣)‘을 가미한 제다이(지다이케이, 일본말로 시대극이라는 의미)로 내세웠던 것이다. 《애콜라이트》의 뜻은 ’복사(미사 때 신부님을 돕는 시종)‘인 까닭은 가톨릭의 종교 기사단이 제다이의 모델이었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미국인 관객에게 스타워즈가 유치할지언정 대영제국으로부터 독립전쟁을 벌이던 선조들이 떠오르는 데에는 그 인문학적 토대가 굳건했기 때문이다.


또 제다이의 위대한 점은 그 지위와 신분이 세습되지 않는다는 데에 있다. 외계 종족, 성별, 출신 성분, 재산의 유무에 무관하게 능력(포스 감응력)이며 테스트의 기회를 얻으며, 시험에 통과해야만 제다이 사원에 입교할 수 있다. 재능 외에는 아무런 조건에 제약이 없다. 학비도 무료이고 생계를 책임진다. 과연 흙수저에 아버지도 불분명한 아나킨 스카이워커가 대한민국에서 엘리트로 성장할 수 있을까? 제다이 기사단도 인간이기에 장단점을 지니고 있다. 제다이보다 더 엄격하게 사시는 스님, 신부, 수녀, 비구니 같은 분들도 계시다. 케네디 대는 이러한 복잡한 인간사를 너무 단순하게 본다.


총평: 케네디가 케네디했다.

'재벌 없는 재벌 드라마'를 꿈꾸고 있는 케네디 대표는 갈등을 유발하기 위해 제다이를 폄하하는 데 몰두한다. 제다이 기사단이 권력기관으로서 의회로부터 왜 재량권을 부여받았는지 이해하지 못하고 엉뚱하게 종교적 금욕주의가 모든 사태의 원흉으로 지목한다. 그녀가 제다이를 비판하는 근거인 권력을 가졌으니까 부패한다는 건 당연한 거지 새삼스럽지 않다. 당연한 걸 보여주니까 시청률이 낮아지는 것이다.


결국 《애콜라이트》는 팬들이 보고 싶은 서사와 제작진이 전달하고 싶은 이야기가 불일치하다는 점이다. 제작진은 쌍둥이 자매를 위해 2화 분량을 할애했음에도 자매의 선택에 동조하기 어려웠다. 다른 인물의 동기가 충분히 묘사하지 않아 그 행동에 납득하기 어려웠다. 인물의 당위성이 떨어지니까 단점이 노출된다. 쌍둥이 자매 이야기는 아버지 없이 포스로 태어난 아나킨을 성전환한 재탕일 뿐이다. 솔(이정재)는 K-콰이곤 진이고, 그의 비밀은 너무나 뻔해서 미스터리가 궁금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쌍둥이 자매보다 솔의 이야기가 더 재밌고, 공감이 갔고, 그의 퇴장에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팬들은 신캐릭터보다는 다스 플레이거스 같은 캐논을 어떻게 풀어갈까가 더 궁금한 법이다. 왜냐하면 쌍둥이 자매보다 이쪽이 더 친숙하고 관심이 가니까 말이다.


★★☆ (2.4/5.0)


Good : 6화까지는 쭉 이 작품을 지지했다.

Caution : 7화 공개 이후 돌아설 수밖에 없었다.


●포스는 "모든 생명체를 아우르고 은하계를 하나로 묶는 힘"으로 프랜차이즈 내내 나왔는데, 제작자가 이를 "여성"이라고 주장해서 많은 비판을 받았다. 다행히 《애콜라이트》에서는 전통적인 포스의 개념을 ’생명의 실‘개념으로 설명하고 있다. 도교에서 가져왔든 위그드라실에서 착안했던지, 간에 이건 잘했다.


■제다이가 무사이기 이전에 학자이므로 식물을 채집하는 장면 외에 제다이를 긍정적으로 묘사한 적이 없다. 미국 연예 테이터업체 루미네이트에 따르면 첫 이틀 동안 미국에서 290만 이상의 조회 수를 기록하며 올해 디즈니+에서 가장 많이 본 작품이 됐지만 많은 시청자들이 2화까지 보지 않았다. 3화도 1화에 비해 저조했고, 4화에서 시청자의 거의 절반이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주역의 죽음이 예고된 이상 시즌 2의 시청률은 더 떨어질 것이다. 시즌 1에서 주인공 자매 이야기를 너무 질질 끌어서 관심이 식었다 제작진이 할 수 있는 것은 또 인기 캐릭터를 이용한 마케팅뿐이다. 그것도 제대로 될지 미지수다. 132 BBY인 현재 버네스트라 로(레베카 헨더슨)가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요다를 비롯한 제다이 기사단은 32 BBY까지 전모를 몰라야 하므로 다루는 범위가 제한적일 수밖 없다. 또 제자를 하나만 둬야 하는 다스 플레이거스 입장에서 카이마르(매니 자신토)은 팰퍼틴이 아니기 때문에 최종적으로 제거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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