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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뉴스*한일 영화를 섞은 화학적 코미디

Good News (2025)

by TERU

《굿뉴스》는 1970년 3월 일본 공산주의동맹 적군파가 민항기 요도호를 납치해 북한으로 망명하려 한 사건을 그대로 따라가면서 세부 사항에서 상상력을 발휘해 재구성했다. 아무개(설경구)와 서고명(홍경)이 납치된 비행기를 무슨 수를 써서라도 김포에 착륙시키려는 긴박한 상황을 블랙코미디로 풀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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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영화는 읽는 두 가지 열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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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성현 감독은 "제목이 '굿뉴스'인데, 뉴스라는 게 결과값이다. 결과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과정을 창작했다"면서 "1970년대 벌어진 사건이지만, 제 머릿속에서는 제가 느끼고 있는 현실에 대해서도 이야기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풍자와 해학을 위해 일본 만화 '내일의 죠'의 원작자에게 직접 손편지를 보내 양해를 구했다고 한다.


이 인터뷰에서 두 가지 포인트가 있다. 첫째 뉴스라는 게 결과값이라는 말은, 일종의 방정식으로 본 것이다. 변 감독은 '트루먼 셰이디'의 명언을 영화의 처음과 끝에, 배치했다. “진실은 간혹 달의 뒷면에 존재한다. 그렇다고 앞면이 거짓은 아니다.” 우리가 접하는 뉴스는 달의 앞면에 해당한다. 거짓이 아닐 수 있지만, 달의 뒷면에 해당하는 그 사건의 전체적인 큰 그림, 맥락, 진실을 보여주지 못한다.


영화에서 변수 즉 중앙정보부의 지침에 따라 방송국은 한국인이 납치된 것으로 날조하는 결과값이 도출된다. 권력의 입맛대로 여론을 조작하는데, 언론이 협조한 것이다. 그런데 미디어가 정보를 왜곡하는 것이 어제의 일은 아니다. 《굿뉴스》를 키득키득하며 웃으면서 시청할 수 있는 이유는 오늘날의 풍경이 군사독재 시절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대통령 부부의 꼴사나운 모습은 구치소에 수감된 아무개들이 떠오르지 않는가 말이다. 에드워드 H. 카는 역사를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이다.”라고 정의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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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내일의 죠〉는 공군 중위 서고명(홍경)와 일본 적군파 대장 덴지(카사마츠 쇼) 사이를 잇는 공통 관심사로 등장한다. 〈내일의 죠〉의 주인공 야부키 죠는 오직 근성으로 똘똘 뭉친 사나이다. 그는 투지를 불태우며 시합에 모든 것을 걸고 하얗게 불태우는 인물이다. 적군파 청년들은 가진 거 없이 기성 질서에 저항하는 자신의 혁명 정신을, 반공교육을 받은 우리나라 군인은 주변의 압박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꺾이지 않는 의지로 야부키 죠를 해석한다. 이념은 다르지만, 두 사람은 '모든 것을 걸고 싸우다 장렬히 산화하는' 그 모습을 이렇게나 다르게 받아들인다.


그것은 68혁명의 수용 여부에 따라 달라진 것이다. 서구에서는 68혁명으로 기독교 이데올로기가 붕괴되고, 세속주의가 정착되는 근본적인 개혁이 일어났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매카시즘에 가까운 반공 분위기가 매우 강화되면서 68혁명이 끼어들 틈이 없었다. 반면에 일본의 적군파는 68혁명을 받아들여 대학생들이 들고 일어났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보릿고개와 싸우는 중이라 대학 문화는 70년대에 들어서서야 영화나 대중음악에서 묘사되기 시작했다.


영화가 실화와 다른 점이 있는데, 비행기를 납치한 적군파 9명은 원래 쿠바의 하바나로 가기를 희망했다. 북한이 이상적으로 여긴 것이 아니라 "일본을 공산 혁명하기 위한 배후지"로 북한을 선택한 거 뿐이다. 평양에 도착한 그들은 스탈린주의(1인 독재)의 극단적인 체제를 목도한다. 다수결을 제국주의의 산물로 비웃지만, 적군파는 일본 천황가를 떠나 똑같은 세습군주제 김씨 왕조를 섬기게 된 아이러니가 통렬하다. 어쩌면 “우리는 ’내일의 죠’다”이라고 만화 대사나 외치는 적군파가 장난감 무기로 비행기를 납치한 것을 그 수준에 걸맞은 행동이라고 희화화한 것이기도 하다.


②불균질한 혼합물의 기묘한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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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뉴스》는 〈신 고질라〉처럼 재난의 탈을 쓴 정치 풍자 영화다. 희의를 열기 위해 회의를 거듭하는 무능한 엘리트들, 냉전 이데올로기를 활용한 정치 공작, 출세지상주의, 남북의 체제 경쟁, 한일의 미묘한 신경전, 공은 가로채고 책임은 회피하는 고위 공직자들의 이중성을 마음껏 풍자하고 해학을 펼친다.


그러면서 한국 영화와 일본 영화의 경계를 넘나드는 연출로 오묘한 맛을 더한다. 이타즈케 공항에서 자위대가 활주로를 막는 공작, 중앙정보부장 박상현(류승범)이 주도하는 회의 장면, 아무개가 기획하는 일련의 과정, 책임을 회피하려는 고위 공직자의 어두운 이면에서 〈웰컴 미스터 맥도날드〉, 〈춤추는 대수사건〉 같은 일본식 소동극을 현지의 맛 그대로 조리해 냈다.


그리고 화자로 아무개(설경구)를 설정한 것이 주효했다. 감독은 "저는 관객들에게 몰입감을 주는 것보다 거리감을 주고자 했다"며 "이 소동에 참여하지 말고 아무개를 통해 '이 소동을 지켜봐 주세요'라는 느낌으로 작업했다"고 설명했다. 아무개가 요즘 유행하는 제4의 벽을 허물며 관객에게 직접 말을 건네는 장면, 비행기 내부의 혼란상과 평화로운 외부 세상의 대비, 쇼츠처럼 맥락을 일부러 제거한 편집 등 〈돈 룩 업〉 같은 독특한 리듬감을 획득한다.


홍경과 카사미츠 쇼가 한국과 일본 측 주인공을 맡아 안정적인 연기를 보여준다. 류승범은 "잘 되면 내 꺼. 잘못되면 남 탓'하는 비열한 관료 역할을 120% 보여줬고, 설경구도 힘을 좀 빼서 그런지 저번 작품보다는 훨씬 보기 편했다. 에이타, 야마다 타키유키, 김성오, 시아니 킷페이를 제외한 일본 어 연기자들은 다소 과장된 톤으로 극의 이질감을 부추기지 않았나 싶다. 특히 야마모토 나이루는 "이 구역에 미친 X은 나야"라는 식으로 윽박을 질러되서 별로였다.


끝으로 미술이 끝내줬다. 한아름 미술감독이 맡은 프로덕션 디자인이 철저한 고증을 바탕으로 1970년대를 사실적인 풍경으로 재현한다. 동일 기종의 폐비행기를 구입하고, 공항, 관제탑, 중앙정보부 등의 세트는 70년대 일본 영화를 보는 듯한 착시현상을 일으킨다. 이런 일본 영화적인 요소들을 받아들여 한국영화로는 특이한 지점을 만들어낸다.


★★★★ (4.0/5.0)


굿뉴스 : 오늘을 반추하는 블랙코미디 소동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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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 감독은 "신주단지처럼 떠받드는 이념과 배치되는 행동을 하는 사람들은 지금도 넘쳐 난다"며 "그들에 대한 냉소와 허술하고 뻔뻔하기 짝이 없는 관료들의 행태를 풍자하려 했다"고 했다.


■옥의 티랄까? 〈황야의 무법자〉를 패러디한 장면에서 모뉴먼트 밸리를 배경으로 썼는데, 스파게티 웨스턴은 스페인에서 촬영하는 관계로 모뉴먼트 밸리가 등장하지 않는다.


■제목에 관해 변 감독은 "사람을 구조한다는 것 자체가 '굿뉴스', 좋은 소식인데 주인공이 처한 상황은 결코 좋은 상황이 아니"라며 "그런 반어적인 의미가 재미있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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