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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틸 라이프 Dec 03. 2021

영화 신의 손

나폴리식 가족 이야기

바다에서 출발한 카메라는 이탈리아 남부 나폴리 섬을 향해 질주하다 해안도로를 달리는 자동차에 멈췄다 산을 덮은 건물과 사람이 가득한 도로를 일주하며  다시 섬을 빠져나온다.


나폴리가 등장하는 많은 영화의 눈은  육지에서 푸른 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하지만 <신의 손>의 시선은 바다에서 육지로 방향을 정하고 원거리 바다에서 출발하는 파도처럼  베수비오 산과 빈틈없는 건물과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용암처럼 꿈틀대는 도시로 항해한다. 그것은 영화의 주인공이 눈부신 바다와 태양에 들러 쌓인 나폴리에 사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오프닝, 카메라는 육지와 가까워지는 바다를  길게 붙잡지만 우리는 눈앞의 실체보다 섬을 조망하는 시점의 주체가  궁금해진다. 높은 하늘에서 출발한 시선은 해안가에 다다라 옹기종기 모여있는 동그란 비치볼 같은 물체에 접근했다 함성이 가득한 멋진 자동차에 슬쩍 머물다 나른한 해안가를 드라이브한다. 눈은 풍경에 주목하지만 귀는 시시각각 변하는 소리에 열려있다. 음향의 성질로 미루어 바람과 부딪히는 파도와 운행 중인 선박의 모터 소리와 축구 경기의 함성 같지만 타타 타타 리듬을 타는 기계음의 정체는 예민한 청각으로도 가늠이 어렵다. 그 불분명한 소리는 균질한 속도의 리듬도 포함한다. 바다에는 수영 중인 누군가의 허연 팔도 슬쩍 지나가서 삶과 죽음의 무심한 공존을 그리는 브뤼겔의 <이카루스의 추락(1560)>도 생각나게 한다.


의문 부호가 생기는 다양한 소리와 시점의 주체와 멋진 자동차의 운전자와 수영하던 팔의 주인과 동그란 비치볼의 정체는 영화가 끝난 후 주인공 파비오가 도시를 떠나며 짐작하게 된다. 시점의 주체는 아마 과거를 여행하는 감독일 것이다. 여러 상황이 동시간에  불가해하게 뒤섞인 것은 그것이 그가 회상하는 기억의 콜라주이기 때문이다. 기억은 나의 주관적 시점으로 분절되고 파편화되고 뒤죽박죽 왜곡되어 스스로를 다독이고 용서하기 위해 사건과 인물을 해석한다. 청소년기 파비오를 들끓게 한  우상은 마라도나이지만 그보다 더 큰 크기로 엄마와 여성이 그에게 만들어준 경험이 기쁨과 슬픔과 아름다움이 되어 나를 성장시킨다. 그것이 사실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사랑은 따뜻하지만 미움과 공존한다. 타타타타 정체를 알 수 없는 소리는 상실과 사랑을 가르쳐 주고 허망하게 떠난 엄마 아빠의 귀여운 애정 표현이던 새소리와 시간을 넘어 날아와 공명한다.


영화는 많은 이야기와 등장인물과 사건이 뒤섞여 혼란스럽고  이탈리아 남부식 대가족 정서와 나폴리 지역의 뜨거운 북적임이 있다. 그 난잡한 실의 꼬임을  풀도록 감독은  나폴리 바다 여기저기에  단서를 던져 놓았다. 그물에 감독의 소중한 어린 시절 기억을 하나씩 건져 올리며 관객은 뭉클한 나폴리 사람들의 오지랖과 유머에 푸근해지며 시네마 천국이나 인생은 아름다워 같은 이탈리아 가족 드라마의 정서와 만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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