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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재효 Dec 09. 2023

관광 크리에이터 로컬 체험 가이드북 03

호스트 리얼 스토리

2018년 겨울, 드디어 체험을 등록했다. 제목은 ‘Night Market Food Tour’ 컨셉은 전통 시장에 가서 다양한 음식을 맛보는 먹거리 투어다. 첫 예약이 들어왔다. 미국에서 온 커플이다. 시간에 맞춰 약속 장소에 나갔다. 게스트가 먼저 도 착해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인사를 주고받았다. 어색했다.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미리 계획하고 왔지만 긴장한 탓에 다 까먹었다. 머릿속이 하얘지고 침묵이 흘렀다.

 

 '그냥 친구라 생각하고 재미있게 놀자’ 


마음을 편히 먹었다. 준비했던 멘트나 역사 소개는 생략하고 친구처럼 다가갔다. 오늘이 첫 호스팅이라고 솔직하게 고백했다. 그들은 웃으며 괜찮다고 했다. 긴장이 조금 누그러졌다. 그러고선 진짜 재미있게 놀았다. 어떤 압박감 속에 틀에 짜인 투어를 진행했다긴 보다 새로 사귄 친구랑 노는 거처럼 편하게 했다. 2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헤어지기 아쉬울 정도였다. 


나는 가이드가 아니다. 음식 전문가도 아니다. 우리는 그저 살아가는 얘기를 나눴다. 서울에서 직장인으 로 사는 얘기를 하고, 군대 얘기를 하고, K팝에 대한 얘기도 나눴다. 내가 아는 건 가르쳐 줬고, 궁금한 건 물어봤다. 짧은 영어가 걱정이었으나, 큰 문제가 되진 않았다. 모르는 단어는 검색해가며 충분히 소통할 수 있었다. 

1차로 떡볶이와 순대를 먹고, 2차로 빈대떡과 막걸리를 마셨다. 마지막으로 돼지 양념구이 1인분에 소주 한 병으로 마무리했다. 이렇게 해서 내가 쓴 돈은 4만원. 요금을 인당 5만원으로 설정했으니 플랫폼 수수료 20%를 제외하고도 4만원을 번 셈이다. 시급 2만원이다. '오 괜찮은데?’ 


후기가 쌓이면서 예약이 쏟아졌다. 시간이 없어서 예약을 못 받을 지경에 이르렀다. 가격을 올렸다. 최대 인원수를 늘렸다. 음식을 추가하고 인원에 맞게 코스를 구성했다. 참가자가 많아지니 운영이 오히려 수월했다. 1차, 2차, 3차, 4차까지 조금씩 다양한 음식을 맛보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성공적이었다. 5점짜리 리뷰가 계속해서 늘어났다. 예약도 늘었다. 그렇게 약 3개월 후 월급의 3배 이상 수익이 발생했다. 부업으로 시작한 일이 본업보다 더 큰 수익을 가져오기 시작한 것이다. 직장인으로 일주일에 40시간을 일하며 버는 돈을 10시간을 일하며 벌 수 있다는 것을 깨닫고는 퇴사를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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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은  현지인이 만든 ‘진짜 여행’ 경험이다.


파리에서 코미디언으로도 활약하는 미술사 전문가와 루브르 박물관 방문하기 

케이프타운에서 프로 자전거 경주 선수와 함께 산악자전거를 타고 테이블 마운틴의 경치 즐기기 

바르셀로나의 가정집 정원에서 집안 대대로 전해 내려오는 레시피를 따라 파에야 만들어 보기 


호스트는 본인이 전문성이 있거나 관심 있는 주제를 여행 상품으로 만들어 게스트에게 제공한다. 이렇게 말하니 거창한 일처럼 보이지만,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다. 나는 사람 만나는 게 좋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체험을 시작했다. 영어도 완벽하게 하지 못했고, 특별히 다를 수 있는 분야도 없었다. 

 

하지만 다른 시각으로 보니 한국에서 나고 자랐다는 것만으로도 외국인 입장에서는 ‘로컬’ 이었다. 영어를 완벽하게 하지 못하더라도 광장시장에 뭐가 맛있는지 알고 있었고, 혼자 트레킹을 가도 한국어 표지 판을 알아볼 수 있으므로 전혀 문제가 될 것이 없었다. 내가 한국인이라는 것 자체가 내 특징이었다.

 

우리가 외국에 나가면 현지의 시장을 신기해하듯, 외국인도 한국의 시장을 신기해하는 것이 당연했다. 우리 모두 호스트가 될 수 있다. 어떤 주제든 체험이 될 수 있다. 내가 좋아하는 시장 음식으로 시장 먹거 리 체험을 시작했다. 주말에 혼자 남산 가는 게 심심해서 남산 등산 체험을 만들었다.


한식을 가르쳐주는 쿠킹 클래스를 만들어도 좋고, 을지로 뒷골목을 돌며 ‘현지인’이 즐기는 맛집을 찾아다니는 체험도 좋다. 사진 찍는 걸 좋아한다면 사진 촬영 체험도 좋고, 아웃도어 스포츠를 좋아한다면 등산이나, 달리기를 하는 체험도 좋다.


체험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직접 참여해 보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다. 체험 속에 운영 노하우가 전부 들어 있기 때문이다. 잘 되는 체험은 분명히 이유가 있다. 나는 전세계를 여행하며 현지에서 인기 있는 체험을 약 50개 이상 참여했다. 지극히 주관적인 내용이지만 내가 느낀 점을 함께 공유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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