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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재효 May 02. 2019

대학 대신 여행을 떠나게 된 이유

세상이 학교다 여행이 공부다

학창 시절 잘 노는 게 쿨하다고 생각했다. 실업계 공고에 진학해서 실컷 놀았다.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미래가 걱정되기 시작했다. 하고 싶은 것이 없었다. 도망치듯 군대로 갔다. 다양한 사람들과 새로운 환경에서 지내기 시작했다. 처음으로 나 자신에 대해서 깊이 고민했다. '내 꿈은 뭘까?'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뭘까?' 질문이 이어졌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왜 사는가?' 내가 사는 세상과, 삶의 존재 이유에 대해서 고민하기 시작했다. 


로보트 기요사키의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라는 책을 읽었다. 충격이었다. 기요사키는 내가 가진 고정관념을 전부 부셔버렸다. 꿈을 꾸기 시작했다. 내 자신을 믿기 시작했다. '나도 부자가 될 수 있구나', '나도 사업을 할 수 있구나' 그 날 이후 최소 일주일에 한 권씩 책을 읽었다. 책 읽는 게 그렇게 재밌는 줄 몰랐다. 자기 계발 서적을 읽으면 지구를 들어버릴 것만 같았다. 책 읽을 시간이 부족했다. 매일 밤 2시간씩 연등을 하며 책을 읽고, 자기 암시를 했다. '나는 성공한다', '나는 부자가 될 것이다' 


부자가 되려면 사업자/투자가가 돼야 된다고 생각했다. 부동산을 공부하고, 프랜차이즈 업주가 되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사업에 목적이 있어야 된다길래 서민들을 위한 창업 컨설턴트가 되겠다고 했다. 지금 생각하면 뜬구름 잡는 얘기지만, 그때는 그냥 그렇게 믿었다. 거창한 목표가 생기니 사업을 하는 사람 마냥 기분이 좋아졌다. 


전역이 다가왔다. 다시 두렵기 시작했다. 사업을 하고 싶은데 뭐부터 해야 될지 몰랐다. 성공한 사람들에게 물어보기로 했다. 책에서 읽었던 젊은 창업가들에게 메일을 보냈다. 주절주절 내 사연을 말했다. 절실한 마음으로 한 자 한 자 적었다. 그리고 조언을 구했다. 초등학교 수준의 편지글이었다. 맞춤법도 다 틀리고,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하나도 정리가 안되었다.


   

답장이 왔다. 신기했다. 소위 말하는 성공했다는 사람들이 왜 성공한 사람들인지 알 것 같았다. 본인들과 아무 상관없는 사람에게 온 편지를 읽고서 진심 어린 조언을 해주었다. 전역하면 차 한잔하자고 하는 분도 계셨고, 내 이야기를 듣고 비슷한 사연을 가진 대표님을 소개해주신 분들도 계셨다. 유명 프랜차이즈  대표님에게 메일이 왔고, 사무실로 찾아가 얘기도 나눴다.


공통된 말씀을 해주었다. 


1. 어떤 가치를 만들기 위해서 사업을 할 건지 고민하라. 

2. 행복에 대해서 생각해봐라. 

3. 일단 뭐라도 하고 다시 찾아와라. 넓은 세상에서 다양한 경험을 하는 걸 추천한다. (여행)



망치로 머리를 한 대 맞은 기분이었다. 책에서 읽었던 문장이 5% 정도 기억에 남는다면, 이분들이 내게 직접적으로 해준 말 한마디, 한마디가 내 가슴속에 깊이 박혔다. 


그리고 깨달았다. 


'인생에서 중요한 건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여행을 결심했다. 세상에 살고 있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서 대화를 나눠보고 싶었다. 거창하게 말해서 나를 찾는 여행을 하고 싶었다. 가진 것이 없었다. 돈도 없었고 영어도 할 줄 몰랐다. 부모님은 반대하셨다. 대학에 진학하기를 원하셨다.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했다. 내가 왜 여행을 떠나고 싶은지. 나의 인생에 대해서 처음으로 진지하게 말씀드렸다. 모든 것을 나의 힘으로 할 테니 한 번만 믿어달라고 했다. 부모님은 웃으셨다. 6개월간 막노동을 해서 초기 자금을 만들었다. 2013년 4월 20일 내 나이 스물셋, 나의 여행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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