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 san miguel de allende
산 미겔 데 아옌데는 이곳 께레따로에서 차로 1시간 조금 안된 곳에 위치한 도시이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 중 1위로 뽑혔고, 식민지 시대의 옛 건축물들을 잘 보존하고 있어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의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곳이기도 하다.
많은 미국인들은 은퇴 후 이곳으로 퇴직금을 들고 와 집을 사서 노후를 보낸다고 한다. 멕시칸들 역시 이곳에 집을 한 채 더 사, 에어비앤비 등으로 돈을 벌곤 한다. 따라서 미국인을 비롯해 관광 온 외국인들을 유난히 많이 만날 수 있는 도시일 것이다.
아무대로 관광도시이다 보니 물가도 다른 곳에 비해 조금 비싼 편이다. 또 평일에 갔음에도 불구하고 유료 주차장 대부분이 만차이다. 게다가 도로는 돌바닥에, 워낙 좁고 가파르다 보니 차를 가지고 가면 아마 조금 고생할 수 도 있다.
차를 통제하기 때문에 걸어 다니기엔 좋다. 그래서 아무래도 다른 도시들에 비해 한적하고 평화롭게 느껴진다. 멀지도 않으니, 이곳 께레따로 사람들은 주말이면 가끔 이곳 산미겔로 놀러 가곤 한다. 나 역시 이곳에 있으면서 산 미겔에 2번 다녀왔다. 한 번은 산 미겔 외곽에 있는 갤러리를 구경 갔고, 다른 한 번은 시내 구경을 했다.
산 미겔 외곽에 있는 아우로라 갤러리. 여러 갤러리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그 규모가 상당히 큰 편이다. 그래서 이곳을 갈 거라면, 아마 하루 일정 전부를 소요해야 할 것이다. 한 번쯤 가본다고 나쁠 것은 없지만, 일정이 빡빡하다면 안 가는 것을 추천한다. 아무래도 주로 돈 많은 외국인 상대로 작품을 판매하는 곳이다 보니, 학생인 나는 그다지 감흥이 없었던 곳이었다. 또 이곳 물건들은 대부분 US달러를 받기 때문에 작은 기념품들도 터무니없이 비싼 편이다. 그림들도 미술관이 아니다 보니, 취향을 타는 것들이 많다.
갤러리 내부에는 3개의 카페테리아가 있다. 외국인 손님들을 위한 식당이었기 때문에 멕시코 점심시간인 오후 2시 보다는 훨씬 일찍 장사를 시작한다. 구경하느냐 지치고 배고팠던 우리에겐 다행이었지만, 이곳은 식당 역시 꽤 비싼 편이다.
밥을 먹은 뒤 나머지 갤러리를 구경하는데, 소리 지르고 떠드는 외국인 몇 명이 보여 피해 갔다. 고등학생 정도 되는 아이들이 술에 취해 소란은 피우고 있었던 것이다. 산미겔은 워낙 유명한 관광지이기 때문에, 방학을 맞이해서 놀러 오는 외국 학생들도 많다. 그래서 간혹 철없는 학생들이 술을 먹고 난동을 피우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하니 조심하자.
따라서 산 미겔에 간다면 시내 구경을 하는 것을 더 추천한다. 하루 정도만 날을 잡아도 충분히 구경할 수 있다. 산 미겔의 시내는 소문대로 아름다웠다. 천천히 길을 걸으면서 성당, 갤러리, 각종 수공예품점들을 구경할 수 있다. 우리는 가장 먼저 산 미겔 중앙에 위치한 성당을 구경 갔다.
요즘 엄마가 다시 성당을 다녀서 인지, 성당에만 가면 엄마 생각이 많이 난다. 엄마가 마음을 기댈 곳을 찾았다는 것은 딸인 나에게 있어 아무렴 좋은 소식이었다. 성당 앞에는 각종 성당 용품을 파는 천막들이 있었다. 나는 그곳에서 엄마에게 선물할 하얀색 진주와 도금 줄로 만들어진 묵주를 하나 샀다.
한참을 돌아다니니 다리가 아프고 배가 고파졌다. 따라서 우리는 지나가다 보이는 아무 식당이나 들어가 점심을 먹기로 했다. 그곳에서 몰까헤떼, 과카몰레, 그리고 미첼라다를 시켰다.
몰까헤떼는 현무암으로 만든 절구를 뜻 한다. 절구에 먼저 고추와 구운 토마토 등을 으깨서 소스를 만들고, 그 주위에 노빨(선인장), 고기, 치즈를 두른 음식이다. 따로 나오는 토르티야에다 원하는 재료들을 골라서 싸서 먹으면 된다.
미첼라다는 맥주에 토마토소스를 섞은 음료이다. 컵 주위에 칠리 가루가 발라져 나온다. 처음 브렌다 언니에게 이것에 대한 설명을 들었을 때는 기겁했었다. 토마토 주스에 맥주를 섞는 다고요? 그리고 위에 칠리도 뿌려 먹어요?
그런데 이게 막상 먹어보니 생각보다 맛있다. 조개 등 해산물과 끓인 토마토소스에 원하는 브랜드의 맥주를 따로 주문해서 섞어 마시는 조금 짭짤할 맥주이다. 짠맛 덕분에 안주와 맥주를 동시에 먹는 기분이 들어서 한잔만 마셔도 배가 부르다. 그리고 그 맛은 먹다 보면 묘하게 중독성을 만든다.
나는 이날 처음 미첼라다를 먹어 보고 그 뒤에도 몇 번 재미로 시키곤 했다. 그러다가 결국엔 식당에 가면 늘 미첼라다만 시킬 정도로 푹 빠져 버렸다.
이런저런 가게들을 구경하다가 어느 문화 센터에 들어가게 되었다. 산 미겔의 건물은 이처럼 옛 서양 양식 건물들이 많다. ㅁ자로 사방이 건물로 둘러져 있고, 그 가운데는 뻥 뚫린 곳에는 분수와 정원이 있다. 센터에는 학생들을 위한 기타 만들기, 살사, 악기 등 여러 강좌들이 있었다. 그러나 우리가 갔을 때는 대부분이 잠겨 있었기에, 우리는 이곳 정원에서 잠시 쉬다 다시 거리로 나갔다.
거리에는 곧 다가올 ‘죽은 자의 날’을 위한 준비로 알록달록한 해골 문양 종이들이 걸려있었다. 아기자기한 동네에 골목마다 작은 수공예품점들이 줄 비해 있다. 직접 문양을 그림 접시와 컵을 파는 가게, 스카프, 가방을 파는 곳, 마그넷부터 보석함까지 다양한 기념품을 구매할 수 있다.
멕시코에 어느 도시에 가든지, 위와 같은 인디언 인형을 만날 수 있을 거다. 길에서 할머니들이 만들어서 파는 이 인형은 알록달록한 옷이 제법 귀엽다. 이곳에 오면 다들 하나씩은 사가는 인형이라며 사촌동생도 나에게 하나 사주었다. 하나의 35페소(약 2000원) 정도 한다.
아무래도 계속 걸어 다니면서 구경하는 도시이다 보니 걷다 보면 다리가 꽤 아프다. 만약 가게 된다면 편한 신발을 신고 가자. 우리도 결국 사촌동생이 칭얼거리가 시작해 예정보다 일찍 집에 가게 되었다. 이모는 나에게 다음에는 혼자 내려 줄 테니 혼자 가서 더 관광해보라고 했지만, 나는 2번 정도 가본 거면 충분하다고 했다. 비록 예정보다 짧게 둘러봤지만, 다 같이 천천히 걸으면서 구경하고, 웃고 떠든 것이면 충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