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온랑 Jan 24. 2020

3일차, 처음으로 ICHEC 교환학생 담당자를 만난 날

학교와 은행, 대중교통 무제한권

5시 반에 눈이 뜨이더니 다시 잠이 안 들어서 일찍 깨서 글을 썼다. 그래서인지 8시부터 배가 너무 고파서 어제 사온 샌드위치랑 떡갈비를 같이 먹었다. 햄치즈 샌드위치는 치즈가 한국에서 먹은 것보다 냄새가 고약해서 별로였고, 떡갈비는 CJ 꺼라 내가 기대하던 딱 그 맛이었다. 맛있었다. 오늘은 학교 가서 학생증이랑 서류를 받아올 예정이다. 날씨가 흐려서 움직이기 딱 싫었지만 여기까지 와서 집순이가 될 수는 없으니 나갔다. 숙소에서 학교까지는 15분이 걸리고, 다 평지고 사람도 별로 없는 거리라서 걷기에 좋다.

학교에 도착해서 건물에 들어갔더니 International office(incoming) 가는 길이 친절하게 다 붙어 있어서 찾기 아주 쉬웠다. 작은 사무실에 일하고 있는 담당자와 만났다. 웃으면서 언제 브뤼셀에 왔냐며, "Welcome to brussels"이라고 했다. 반갑게 맞이 해주니 기분이 좋았다. 학생증, 교통카드, 거주증을 위한 서류 등이 이미 학생 이름 별로 분류되어 있었고 내 것을 받고 설명을 들었다. 아직 영어로 말하는 것도 적응이 안됐고 장기간 영어를 듣는 것도 적응이 안돼서 바짝 집중을 해서 들어야 했다. 넷플릭스를 본 덕분인지 영어랑 프랑스어가 좀 섞인 발음이었는데도 알아듣는 것에는 문제가 없었다:) 넷플릭스 꾸준히 봐야지. 말하는 건 돌이켜 생각해보니 문법 좀 틀린 것 같은데 용케 의사소통이 됐다.

학교 입구부터 붙어있던 international office 안내

설명을 다 듣고, 다음 주 월요일에 시작하는 프랑스어 수업에 지불할 돈을 뽑기 위해 학교 근처 어디서 돈을 뽑을 수 있는지 물어봤다. 'Bank place Saint Alex'라고 써줘서 구글 맵에 검색해 찾아갈 수 있었다. 학교에서 5분 정도 걸어가면 나오는 곳이다. 그곳에도 작은 상점 지구가 형성되어 있었다. 은행에 들어갔더니 창구도 있고 ATM기도 있었다. 창구까지는 안 가봤는데 밖에서 본 바로는 은행 치고 작았다. 한국 은행은 공간이 넓다는 느낌이 많았는데, 이곳 은행은 되게 좁았다. 문제는 ATM기를 어떻게 사용하는지 모르겠고, 영어는 없고 다 불어로 설명되어 있었다. 어물쩡거리다가 잠시 은행 밖을 나왔다가 마음을 가다듬고 다시 은행에 들어갔다. 무작정 카드를 꽂았더니 카드가 들어갔고 ATM기가 인식을 하기 시작했다. 카드를 꽂아야 다음으로 넘어가는 시스템이었다. 한국에서 VISA카드 하나, Master 카드 하나 이렇게 챙겨갔고 상황에 따라 다르게 쓸 계획이었다. 이번에는 VISA 카드를 쓰는 게 이득이라 그걸 넣었는데 이 ATM기에서는 VISA 카드를 인식할 수 없다고 떴다.(이때부터는 영어로 떴다.)

Master 카드는 되지만, VISA 카드는 쓸 수 없는 Paribas 은행

결국 충전식인 Master 카드에 충전을 해야 뽑을 시도를 할 수 있었다. 충전이 처음이라 네이버에 검색해서 충전방법을 알아내고 충전하고 다시 ATM기로 갔다. 250유로를 뽑을 거라 분명 그만큼 충전했는데 잔액을 초과했다고 떴다. 다시 해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금액을 낮춰 200유로만 뽑았더니 가능하다고 떴다. 나중에서야 이유를 깨달았는데, 250유로를 뽑으려면 2.5유로의 수수료를 내야 하는 카드여서 2.5유로가 부족해서 잔액이 부족하다고 떴던 것이다. 얼마가 부족한 지 알려줬으면 충전을 했을 텐데 왜 액수는 안 알려주는 거야. 여하튼 처음 해 본 대가로 0.5유로를 치렀다.


VISA 카드를 쓰려고 했던 이유는 수수료 때문이다. 원래는 100유로를 뽑으려고 했었고, VISA 카드의 해외 인출 수수료는 1%이므로 수수료로 1유로만 지급하면 된다. 하지만 Master 카드는 인출 건당 2.5유로 이므로 출금할 금액이 250유로를 초과 인출할 때만 쓰려고 했다. 손해 안 보려고 일부러 250유로를 뽑으려고 한 건데 결국 0.5유로는 손해를 봤다. 얼마 아닌 금액이지만 수수료로 나가는 금액은 괜히 너무 아깝다.


프랑스어 수업 비용도 마련했고, 대중교통 무제한권만 사러 가면 된다. 아까 국제처 담당자가 Roodebeek에 가면 살 수 있다고 알려줘서 그곳으로 갔다. 몽고메리 역이나 다른 역은 안 되는 건지 꽤 떨어져 있는 역을 알려줬다. 고작 3일 만에 버스나 트램, 지하철 타는 일은 아주 익숙해졌다. 트램이나 버스는 내릴 때는 파란 버튼을 눌러야 하고, 그러면 트램은 내려야 할 방향의 내가 서있는 문에만 불이 들어온다. 버스는 내리는 문이 하나라서 그냥 그 문이 열린다. 처음에는 불이 들어오는 걸 몰라서 이미 다른 사람이 눌렀는지 아닌지 어떻게 알지 싶었는데 몇 번 타니까 불이 들어온 게 눈에 보인다.

파란 버튼이 내릴 때 누르는 버튼이고 뒤에 들어온 불 두 개가 잘 눌러졌으니 이번 역에서 문이 열린다는 뜻

Roodebeek역의 역무원이 근무하는 곳에 가서(정확한 이름이 기억 안 나는 데 Boobik이었던 것 같다. 사진 찍으려고 했는데 또 까먹었다.) 학교에서 준비해 준 서류를 내밀었더니 빈칸을 작성해서 달라고 했다. 불어로 되어있어서 빈칸이 있는지 보지도 않고 다짜고짜 내밀었던 거였다. 근데 불어를 모르니까 뭘 작성해달라고 하는지도 몰라서 구글 번역기를 켰더니 역무원이 여권을 달라고 해서 대신 작성해줬다. 고맙긴 했는데 쪽팔렸다. 기껏해야 이름, 생일 이런 거 쓰라고 되어있었을 텐데 그걸 못 알아봤으니.. 프랑스어를 어느 정도는 할 줄 알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만난 역무원들은 다 영어를 쓸 줄 안다. 지금까지 만난 현지인 중에 영어 못하는 사람은 슈퍼의 종업원뿐이었다. 어쨌든 카드값 5유로, 무제한 이용권 50유로 총합 55유로를 결제했더니 무제한권을 발급받을 수 있었다. 한국 돈으로 약 7만 원인데, 막상 발급을 받고 나니까 굳이 10회권을 살 필요가 없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브뤼셀에 오면 최대한 빨리 학교랑 컨택을 해서 무제한권 발급이 가능한 서류를 받고 학교 가는 교통편, 학교에서 역으로 가는 교통편만 이용할 수 있는 1회권을 사용할 횟수만큼 구매하는 것이 가장 유리할 듯하다. 10회권이 아직 8번 남았는데 언제 쓸지 모르겠다.

10회권과 다르게 내 사진과 이름이 들어가는 대중교통 무제한권

10회권 단점이 몇 번 남았는지 모르겠는 거라고 저번에 썼었는데 오늘은 카드를 버스에 찍었더니 10번 중에 8번 남았다는 뜻으로 보이는 화면이 떴다. 찍을 때마다 화면이 다르게 떠서 언젠가는 프랑스어를 배워서 무슨 뜻인지 알아내야겠다.


오늘 할 일은 끝났고 집에 돌아갔더니 배가 고파서 한인마트에서 사 온 쌀국수를 뜯었다. 조리도 간편하고 김치랑 같이 먹으니까 맛있었다. 집에 와서는 학교에서 알려준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시간표를 짰다. ichec moodle이라는 홈페이지였는데, 한국 대학에서 쓰던 사이버 캠퍼스 같았다. 공강을 만들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쉽지 않다. 듣고 싶은 과목을 듣고 공강을 포기할지, 듣기 싫은 과목을 듣고 공강을 만들지. 학교 관련된 일을 이것저것 하다가 보니 저녁 먹을 시간이 되었다. 이상하게 배가 안고파서 간단히 미역국밥을 먹었다. 오뚜기랑 햇반 최고다. 정말 간편하게 먹을 수 있다.


밥을 먹자마자 미친듯한 졸음이 쏟아져서 9시 30분쯤 잠이 들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2일차, 다음날 팔과 다리가 뭉쳐있던 하루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