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온랑 Jan 26. 2020

5일차,  슬리퍼와 은행이라는 수확

HEMA, CASA, ING 은행

아침 7시 50분에 눈이 떠졌다. 사실 5시쯤 깨기도 했지만 시간만 확인하고 바로 다시 잠들었다. 브뤼셀에서 제일 늦게 일어난 아침이다. 슬슬 적응을 하고 있나 보다. 요즘 평균 수면시간이 되게 길어진 것 같다. 올해 대학에 가는 동생한테 시간표 괜찮냐고 연락이 와서 30분 정도 통화를 했다. 같은 학교에 다니는데, 나의 최애 교수님이 새로운 수업을 여신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동안은 내가 들었던 수업만 하셨는데 내가 한국에 없을 때 딱..! 여셨다. 다음 학기에도 꼭 열어주셨으면 좋겠다. 무슨 일이 있어도 들을 거다. 전화 끊고 나니까 배가 고파서 아침으로 떡갈비를 구워서 먹었다. 다음 주 중에 한인마트를 한 번 더 가야 할 것 같다.

밥을 먹고 슬리퍼를 사러 HEMA에 갔다. 버스 타고 30분 정도 걸려서 생각해보면 꽤 오래 걸리는 데 경기도에서 서울 가면 기본이 1시간이라서 그런지 30분 정도는 되게 가깝게 느껴진다. 날씨는 여전히 추웠다. 온도가 분명히 영상인데 왜 공기가 얼음장같이 느껴지는지 모르겠다. 여전히 해는 보이지 않는다. 다행히 HEMA에 슬리퍼가 있었다. 브뤼셀에 온 지 5일 만에 드디어 슬리퍼를 살 수 있었다. HEMA에는 속옷, 화장품, 아기 옷, 파티 용품, 과자 등을 팔고 있었다. 잡화점 같은 느낌인데 한국 다이소보다는 좀 더 고급진(?) 느낌이고 파는 물품의 종류는 더 적다. 가격도 다이소보다는 비싸지만 나쁘지 않았다. 슬리퍼가 6유로였는데 마침 50% 할인 중이어서 3유로에 살 수 있었다.

HEMA에서 나와서 근처 ING 은행을 가는 길에 HEMA와 비슷한 분위기의 상점을 발견해서 들어가 봤다. HEMA랑은 좀 달랐고 상점 이름은 casa였다. 의자, 쿠션, 접시 등을 팔고 있었고 수건이 있었다. 수건이 원래 2.5유로인데 이것도 50% 할인을 하길래 2장을 샀다. 여기 수건은 일반적으로 한국에서 쓰는 것보다 사이즈가 작은 게 있고, 한국의 일반적인 사이즈는 없고 훨씬 더 큰 걸 판다. 일단 작은 사이즈를 사봤는데 써보고 더 큰 걸 사던지 이걸 더 사던지 해야겠다.


이곳이 한국보다 인종이 다양해서 그런 건지, 내 얼굴은 누가 봐도 동양인인데 상점에 들어가면 다 프랑스어로 말을 건다. 한국 같은 경우 외국인이 당연히 한국말을 못 할 거라는 전제를 까는 경우가 많고, 예전에 스파이더맨(본명 모르겠다)이 에릭남한테 "영어 잘하시네요." 했던 말이 인종차별이라는 논란이 있었던 걸 생각해보면 프랑스어로 말을 거는 게 오히려 편견이 없는 것이라고 느껴졌다. '프랑스어 아니면 너랑 말 안 해'와 같은 고집이 느껴지진 않았다. 프랑스어로 뭐라 뭐라 하길래 "I can't speak french."라고 멋쩍게 웃었더니, 알아들었는지 손짓으로 계산을 하더니 마지막에 "Thank you."라고 했다.

VISA, Master 카드뿐만 아니라 그 외 카드도 사용 가능한 ING

ING 은행에 들어갔더니 ATM기가 4대 있었고 다행히도 VISA와 MASTER 카드 모두 사용 가능하다는 의미로 스티커가 붙어있었다. 드디어 VISA 카드로 돈을 뽑을 수 있는 은행을 찾았다. KBC 은행이 남았고, 오늘 버스 타고 지나가다가 또 다른 이름의 은행을 봤는데 다음에 지나갈 일이 있으면 가봐야겠다. 오늘 슬리퍼도 사고, VISA 카드를 쓸 수 있는 은행도 찾아서 기분이 좋다. VISA 카드로 결제할 때 안된 적은 한 번도 없다.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를 타러 정류장에 갔더니 엄청 큰 개가 있었다. 목줄을 하고 있긴 했는데 그래도 가까워지면 무섭다. 반면에 현지인들은 전혀 경계심이 없었다. 아이들도 거리낌 없이 가까이 다가갔고, 개도 사람한테 별 관심 없어 보였다. 이곳에서는 반려동물을 데리고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다. 데리고 타는 경우를 3번 정도 봤다. 또 아이 둘을 데리고 있는 부모가 있었는데 아이들이 버스를 조금 돌아다녀도 별다른 제지를 하지 않았다. 실제로 다른 승객들에게 방해될 정도는 아니었고 아무도 눈치를 주지 않았다. 한국이었으면 부모가 좀 쩔쩔맬 수도 있었을 것 같은데 이럴 때는 이곳의 여유가 마음에 든다.


집에 돌아와서 좀 쉬다가 짜파게티를 끓여서 먹었다. 김치를 살 때 150g을 살 지 500g을 살 지 고민했는데 500g을 사 오길 잘했다. 150g 사 왔으면 이미 다 먹었을 것 같다. 잠시 쉬었다가 4시쯤에 그랑 플라스에 가려고 했는데 갑자기 배가 아프기 시작했다. 심하진 않았는데 브뤼셀은 한국처럼 공중 화장실을 자유롭게 쓸 수가 없으니까 그냥 내일 가기로 했다. 혼자 여행하거나 해외에 있으면 스케줄을 마음대로 조정할 수 있는 점은 좋은 것 같다. 원래 그랑 플라스에 같이 갈 한국 동행을 '유랑'이라는 네이버 카페에서 찾아보려고 했는데 가입 후 출석을 4번이나 해야 글을 읽을 수가 있어서 이번엔 못 구할 것 같고, 다음에 기회 되면 해봐야겠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걸 좋아하는 편은 아닌데 그래도 한 번쯤은 좋은 경험이 될 것 같다.


아직 8시가 안됐는데 벌써 졸리기 시작한다. 요즘 너무 일찍 미친 듯이 졸려서 안 씻고 그냥 잔다. 시차 적응 언제쯤 할 수 있을까.

매거진의 이전글 4일차, 추워서 그랑 플라스는 다음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