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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병아리콩 Jul 03. 2021

모기소리


모기의 계절이다. 여름밤에 귀신보다 무서운 게 모기다. 왜앵 하는 소리를 듣는 순간 어디에 물릴지 모른다는 공포감, 밤새 높은 주파수의 ‘왜앵’ 소리에 시달려야 한다는 스트레스에 잠이 싹 달아난다. 모기 소리를 알람으로 맞춰 친구를 깨우는 장난도 으레 쳤다. 잡기 쉽지 않지만 무시하기에는 너무 큰 존재감, 모기 소리란 그런 존재다.


‘모기만 한 목소리’는 어떨까. 모기만 한 목소리를 가진 이들은 종종 무시당하거나 놀림 받는다. 힘없고 떨리는 소리 때문이다. 무엇보다 너무 작아서 들리지 않는다. 아무도 신경 쓰지 않거나, 조롱받는다. 그렇다면 우리는 그 작은 목소리를 정말로 무시하고 넘어가도 괜찮을까. 여름밤의 불청객처럼 언젠간 우리 눈을 번쩍 뜨이게 하지는 않을까.


변희수 하사가 세상을 떠난지 4개월째다. 고 변희수 하사는 성전환 수술 이후에 강제 전역 처분을 받았다. 창군 이후 현역 복무 중 성전환 수술을 받은 첫 사례였다. 그는 모든 성소수자 군인들이 차별받지 않는 환경에서 사명을 수행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외쳤다. 돌아온 것은 조롱과 멸시였다. 극소수에 해당했고, 함께 목소리 내는 이가 너무 적었다. 세상을 떠나지 않았지만 세상에 섞이지 못하는 목소리도 있다. 트랜스젠더로서 처음으로 여대에 입학하고자 했던 수험생은 스스로 입학을 포기했다. “마음이 너덜너덜해졌다”고 말했다.


노동의 무게에 짓눌려 떠난 이들도 있다. 등록금을 벌기 위해 작업장에서 중장비를 다루던 대학생 노동자는 300kg에 육박하는 철제 컨테이너에 깔려 사망했다. 화력발전소에서 스러진 김용균 군이 남긴 ‘죽지 않고 일할 권리’는 무색했다. 산재 사망률 1위, 열 명 중 여덟 명은 하청업체 노동자다. 위험의 외주화는 국적을 가리지 않는다. 캄보디아에서 온 외국인 근로자는 고향 땅보다 60도가 낮은 비닐하우스에서 생을 마감했다. 같은 사고가 반복된다. ‘모기만 한’ 이들의 목소리를 듣는 이가 적기 때문이다.


나는 무섭다. 한밤중에 물린 모기 자국이 여름내 나를 괴롭히고, 십자가 자국으로도 전혀 나아지지 않을  같다. 소수자의 목소리를 들어주지 않으면 우리영원히 여름밤의 과제를 해결하지 못할 것만 같다. 이번 여름은 모두가   편히 잠들  있게 만들고 싶다. 작은 소리에 귀를 기울이자. 그러면 우리는 계속 맴도는 모기 소리, 슬퍼 우는 소리, 억울함에 목메는 소리를 달랠  있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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