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14년 차 전시해설가
현재 나는 2가지의 직업을 겸하고 있다.
하나는 돈 버는 직업과 다른 하나는 박물관에서 전시해설가로 일하는 직업이다. 사실 이렇게 하는 건 쉽지 않고 나는 하나만 하고 싶다.
하지만 좋아하는 직업으로만 돈을 벌기에는 사회구조 특성상 하기가 힘들다.
(사회구조 탓하지 말라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렇다고 사회구조가 잘 되어 있는 건 아니다. 왜냐하면 모든 회사들은 그들 회사 이익만 따지는데 사회구조 탓하지 말라는 게 어불성설이다.)
그래도 하나의 목표를 위해 돈을 벌면서 박물관 전시해설을 꾸준히 해오고 있다.
그것도 14년 동안이나... 전시해설이 뭐가 좋냐고?
글쎄 좋다기보다 누군가에게 설명을 해주고 공감대를 이끌어내는 것을 내가 하기에는 적합한 직업이라고 해야겠다. 전시해설가라는 직업은 우리나라에서는 아무래도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다.
모르시는 분들도 계실 거고...
전시해설가 즉 도슨트라고 부른다. 직업이라기보다는 봉사적인 개념이 크다.
이미 프랑스의 박물관이나 다른 나라의 박물관에서는 이 제도를 이용하고 있는데 도슨트라는 제도의 원래의 목적은 박물관에서의 전시품목들의 해설이지만 사회적으로 은퇴를 하신 분들의 일자리를 나눔을 하기 위한 봉사하는 특징적인 제도이다. 하지만 최근에 아니지 이미 오래전부터 젊은 사람들이 전시해설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면서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전시해설교육을 듣는 분들이 생겨나고 있다.
이렇게 전시해설이라는 것을 해온 지 14년이 되었다니 나 자신조차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원래는 처음부터 전시해설가가 목적이 아니었다.
학예사라는 전문 직업을 꿈꿔왔었다. 결국은 그렇게 하진 못했지만.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무언가 열심히 했어도 그 벽을 넘지 못했기에 안되었다고 생각한다.
모든 직업이 다 그렇듯이 내가 하고 싶은 직업을 하려면 그 벽을 넘어서야 하는데...
어느 순간 나는 불평과 불만으로 그 벽을 넘지 못했던 거 같다.
따지고 보면 불합리한 제도와 개선이 필요하지만 아직도... 그러나 그런 게 나아지지 않는다면 나도 그렇게 달려들었어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어디까지나 작가 본인 생각입니다.)
2007년 전, 나는 오프라인 대학을 다니면서 일을 했었다.
그러나 일고 학업을 병행하기가 힘들었기에 오프라인 대학을 과감히 그만두고 온라인 대학을 바꾸고 전공도 바꾸게 되었다. 학과는 문화예술경영학을 전공하고 부전공을 디자인 전공을 하게 되었다.
사실 부전공까지 하기에는 너무 벅찼으나 그래도 둘 다 놓치고 싶지 않은 전공들이었기에...
예술경영학 전공 안에도 구체적으로 어떤 과목을 해야 할지를 정해야 할 시기였다.
그리고 과목 중에 박물관학이라는 과목이 나의 눈에 들어왔다.
박물관에서 내부 관리 및 미술품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과 관리를 하는 학예사라는 직업...
학예사... 큐레이터라는 직업이 눈에 들어왔다. 아직은 생소한 직업이기도 하지만 박물관 미술관에서 전시기획관리 담당을 하는 직업이 학예사라는 직업이다.
보통 단순히 전시해설을 해주는 사람이라고 착각을 하는 경우들이 있다. 물론 전시해설을 해주기도 하지만 직접적으로 하지 않는다. 그 이외의 전시기획과 관리 등이 주 업무이기 때문이다.
나는 그런 것을 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국립 중앙 박물관 안에서 여러 나라 역사유물들을 가까이 보고 관리하고 하는 것을 하고 싶었다. 그때는 왜 그렇게 거기에 매달렸었는지... 아마도 군 전역 후 학교를 다니며 단순히 일하는 것에 싫증도 났고 전문적인 일을 하고 싶었던 욕심이 있어서 매달렸는지도 모른다.
학과 온라인 수업을 들으면서 전공의 방향이 정해졌고 목적도 뚜렷했기에 다른 것이 휘둘리지 않고 한 가지 목표만을 위해 열심히 했다. 학예사 시험도 바로 학예사로 되는 시험도 아니었다. 앞에 언급한 불합리한 제도가 바로 그것이었다. 1년에 한 번 밖에 없는 학예사 시험...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떨어지면 다시 시험을 치러야 했다. (나는 3번의 시험을 보고 떨어진 후 다시는 시험을 안 봤다.) 그리고 사실 학예사 시험을 전문자격을 얻는 시험인데 전공자가 아닌 여러 사람이 관심사로 시험을 치르는 것은 정말 싫어했다.
물론 타 자격증 시험들도 다 그러는데 너는 뭔데 이런 생각을 가지냐라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솔직히 자격증을 따놓고 써먹는 사람들이 있을까? 소위 자격증 스펙을 위한 자격증 모으기를 하는 사람들이 있기에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이다. 나처럼 제대로 해보고 싶은 사람들은 간절한 시험이기에...
어찌 되었든 준학예사 시험은 시험만 보고 자격을 취득한다고 해서 다된 것이 아니다. 그 외에 준학예사를 시험 치고 나서 인턴으로 일하면서 시간을 채운 뒤에야 학예사가 되는 것이었다. (자세한 이야기는 생략하겠다. 알만한 사람들은 알기에...)
3번의 시험을 보고 떨어지고 난 후에 4번째 시험을 볼 찰나에 학교 교수님이 과 게시판에 공고를 올리셨다.
영화박물관에서 전시해설가를 모집한다는 공고... 이때에 나는 큐레이터 즉 학예사와 연관이 있는 전시해설가라고 하기에 바로 지원했다. (이때에는 뭔가 도움이 되려는 것들을 하려고 발버둥 친 시기였다. 그리고 전시해설가와 큐레이터의 업무가 다르다는 것을 나중에야 알았다.)
영화박물관이라는 것이 생소할 수도 있겠지만 한국영화에 모든 자료가 모아져 있는 한국 영상자료원 산하 한국영화박물관이다. 즉 나라에서 운영되는 곳이었다.
서류를 준비해서 면접을 보고 합격을 한 후에 교육을 받고 전시해설가로 첫발을 내딛게 되었다.
더구나 이때는 한국영화박물관이라는 것이 처음 생기고 도슨트 1기로 활동을 하는 거라 나에게는 매우 자부심이 느꼈다.
그리고 원래의 목적인 학예사에 대한 미련은 버렸고 더구나 영화박물관에서의 전시해설을 하게 되면서 영화에 대한 특히나 한국영화에 대해 칼럼이나 평론가 쪽으로 생각을 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지금이야 한국영화박물관의 도슨트 기수가 많아져서 그전에 했던 전시해설의 스토리텔링은 있는 거에서 수정하는 것이었지만 나는 박물관 도슨트 1기로 시작하니 무언가 틀이 잡히는 게 없었다. 그러다 보니 나중에는 1시간짜리 전시를 직접 서로 발표도 하고 1대 1로도 해설을 해보는 테스트까지 했으니...
그래서인지 점점 더 영화에 대한 전시해설가로서의 관심과 자부심이 점점 커졌다.
앞으로 브런치에 쓰는 '나는 14년 차 전시해설가이다'를 쓰면서 전시해설가(도슨트)는 뭔지 그리고 전시해설가는 어떻게 하는 건가 하는 의문을 드는 분들은 내가 쓰는 글을 통해 해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