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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누리달 Jun 07. 2023

내가 가난한 이유 01

남 탓 하지 말고 그냥 경제공부.


애초에 나는 남 일에 관심이 그리 많지 않은 인간이 맞는 것 같긴 하다. 예전에는 한 동네 누구네 집 아주 소소한 속사정이나 식기도구까지 속속들이 알고 지냈다고 하는 이야기들을 들으면 도대체 남의 집 그런 것들까지 왜 알고 지내야 하는 것일까? 싶은 타입이긴 하다.


아이들을 키우면서 아이 친구 엄마들과 그런 교류를 어려워했던 것도 아마 그런 이유에서였을 것이다. 아니 오늘 저녁 뭘 먹었는지 혹은 근처에 어떤 가게가 새로 생겼는지 그 집 사장은 어떤지 왜 맨날 궁금해해야 하고 이야기를 해야 하는 것일까. 


그래서 내가 친구가 거의 없는 것일 테지. 





같은 이유로 내가 뉴스도 잘 안 보고 정치 경제 사회 돌아가는 모습을 무식하리만치 거의 모르고 살았던 것도 분명 있을 테지만, 뉴스를 보다 보면 여전히 간혹 옆에서 온갖 불평불만과 욕설이 들려오는 것 같기도 한다. 


"저런 것들 때문에."


내 아버지에게 돈이 없는 이유는 늘 타인이었다. 간혹 술에 취해 '내가 못나서..'라는 말씀도 많이도 하셨던 것으로 보아서는 스스로도 '본인이 못나서'라고 생각도 하시는 듯 하지만 그것보다 훨씬 더 많이 '남 탓'이 있었는데, 그것에는 TV에 수시로 나오는 사람들도 포함되었다. 


경제적으로 어느 큰 사건이 터지면 그것이 아버지가 돈을 못 벌었던 이유 망했던 원인이었고, 정치적으로 무언가 정책이 바뀌면 그것이 아버지가 투자나 공부를 하지 않는 이유가 되었다. 어차피 또 바뀔 정책이고 어차피 돈 많은 이들이 자기들끼리 잘 먹고살자고 하는 일이기 때문에 어떤 일이 일어나건 마음에 안 들고 '나는 피해자야'라는 생각을 가지고 계신 것이 어린 나에게도 고스란히 전달되었다.


그럴 거면 도대체 뉴스는 왜 보시는 것일까? 굳이 기분 나빠가면서?라는 궁금증에 어릴 때에는 질문도 몇 번 했던 것 같은데 그때마다 '그래도 세상 돌아가는 것은 알아야지'라고 하셨다. 그렇게 세상 돌아가는 것을 파악하시면서 어렸던 내가 뉴스 나오는 시간이 짜증 났던 것 말고 또 무엇을 얻으셨을까.


조금 커서는 그런 그분의 모습에 반발심이 생기기도 했지만 어린아이 일 때에는 정말 TV에 나오는 정치인, 혹은 경제인들은 다 나쁜 사람으로 느껴졌던 기억이 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참 무서운 사상인데 내 아버지는 참 많은 안 좋은 것들을 물려주셨구나 싶다. 







저질 체력으로 아이들 셋 키우면서 뉴스 하나 챙겨 볼 여유도 없기도 했지만, 그런 이유들로 나는 세상 돌아가는 일에는 관심이 없었던 것 같다. 


내 눈앞에 당장 급하게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너무 많이 쌓여 있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지쳐서 세상 돌아가는 일들은 어차피 나와는 상관없는 일인 것만 같았고. 어차피 주식 투자 할 돈도 없고 집 살 돈도 없으니 경제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아서 뭐 하냐 싶은 마음도 있었다. 


나중에 돈이 좀 생기면 그때 관심 가지고 지켜보아도 되지 않을까 하는 멍청하고 안일한 생각들이 있었고 언젠가는 '어차피 돈 있는 사람들이 돈 버는 거지 뭐'라는 생각도 있었는데. 결국 똑같이 욕만 안 했을 뿐이지 내가 그토록 싫어했던 내 아버지의 모습과 닮아있었던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순간 진심으로 무서워졌다.


그건 좀.. 너무 싫은데. 




몇십 년 뉴스를 보면서 욕을 하시던 아버지는 도시에서 쫓겨나듯 시골로 가시면서 그것도 지치셨는지 이제는 뉴스를 잘 안 보신다고 했고, 내 엄마는 여전히 세상 돌아가는 것이나 앞으로 변화될 모습 보다 당장 눈앞에 있는 본인이 매일 하던 일, 겨우 쥐고 있는 것만 중요하게 생각하신다. 


그리고 나는, 나름 사치 한번 욕 심한 번 없이 살았던 것 같은데 왜 이모양인지 계속 뒤돌아보면서 부끄럽지만 이 나이에 어렵게 느껴지는 경제뉴스를 챙겨보기 시작했다. 


내 아이들에게는 뒤늦게라도 경제 공부를 하는 엄마로 기억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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