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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누리달 Apr 25. 2024

겨울 패딩과 비 오는 날 우산이 필요 없는 이유

내가 가난한 이유 04


비가 온다고 했지만 오지 않는 날, 나는 그런 날에 나가는 것을 싫어한다. 우산을 챙겨야 할까 말아야 할까. 이것저것 들고 다니는 것을 싫어하니 가방에 들어가는 우산이어야 하는데.


하필 그날은 날은 잔뜩 흐리고 바람도 많이 불었다. 경험상 이런 날에는 작은 가방에도 쏙 들어가는 작은 접이식 (양) 우산은 뒤집어지기 십상이다. 가방을 바꿀까, 아니면 우산을 바꿀까 고민을 하다가 우산을 들고나가기로 했다. 아무래도 비가 쏟아질 것 같았으니까.


결국 비는 오지 않았다. 그렇게 하루 종일 필요도 없던 우산을 덜렁덜렁 들고 다니면서 오래전 일이 떠올랐다. 나 혼자 부끄럽고 민망해서 어쩔 줄 몰랐던 기억. 내가 얼마나 멍청하게 살았는지 진심으로 깨닫게 되던 순간. 




약 십여 년 전의 일이다. 한겨울에 우리 집에 놀러 온 친구를 반기며 현관문을 열었는데, 외투 하나 없이 겨울 티셔츠 하나만 입고 왔는데, 심지어 안고 온 아기도 그 상태(?)였다. 


"아니, 한겨울에 왜 외투도 없이 다니는 거야??" 


겨울 내내 롱패딩 한두 벌을 교복처럼 입고 다니던 나였다. 그게 없으면 난 얼어 죽을지도 몰라, 하면서 롱패딩은 추위를 많이 타는 나에게 필수품이었다.


롱이던 숏이던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겨울에 외투 없이 다닌다니, 그건 나에게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고 심지어 그 친구는 돈도 많은 집이었기에 당시에 나는 더 이해가 안 되었던 기억이 있다. 



그것을 이해하지 못했던 것, 나는 그게 문제였던 거다. 



언제나 자동차로 이동하고, 대부분은 지하주차장에서 건물 안, 따뜻한 실내로 바로 들어갔을 것이다. 두꺼운 외투는 거추장스럽기만 했을 테지. 비가 오거나 말거나 우산 따위, 챙겨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을 해 본 적도 없을 테지. 


평생을 뚜벅이로 살면서 자차로 이동하는 것은 상상도 해 보지 않은 삶. (한 대 있는 자동차는 언제나 남편의 대부분 출퇴근용이었기에 나는 늘 장롱면허였다)


내 삶은 어디를 가든 걷고, 기다리고,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하니 가볍고 따뜻한 패딩은 필수였는데. 그녀는 칼바람 맞으면서 걸어야 할 틈이 없었던 것이다.




나에게 심각한 일도 아니었기에 여느 일처럼 그저 쉽게 잊어버릴 법도 한데 이상하게 그날 일은 유독 기억에 남아있었다. 그리고 몇 년의 시간이 흘러서야 두꺼운 외투는 필요 없는 삶을 깨달았던 것 같다. 


그런 것조차 모르고 살았으니 계속 이모양이지.


최근 결국 들고 다니던 우산은 쓸모가 없었던 날, 나는 몇 년 전 내 삶과 그들(여유 있게 자차를 끌고 다니는)의 삶이 다르다는 것을 깨닫고도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그때와 다를 것 하나 없다는 것을 새삼 또 깨닫는다.



늦었지만 그렇게 하나씩 알아가는 것은 좋다. 그런데 왜 무언가를 알게 되었음에도 돈을 벌기 위해 혹은 부자가 되기 위해 아무것도 실행을 하지 못하고 늘 똑같이 살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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